민수기 20장
1 정월에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이 신 광야에 이르러서 백성이 가데스에
거하더니 미리암이 거기서 죽으매 거기 장사하니라
ㅇ정월에 - 출애굽 제 40년째 되는 해 1월(아빕월)을 가리킨다. 이것은 여기
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곧장 호르 산으로 진행했고, 거기서 아론이 죽었는데,
그 연대가 출애굽 제 40년 5월 1일로 기록된 사실에서 확인된다(33:38). 한편
아빕월은 오늘날 태양력 3-4월 쯤에 해당되는 봄철이다.
ㅇ신 광야에 이르러서...가데스에 거하더니 - '크고 두려운 광야'(신 1:19;8
:15)라는 별칭을 지닌 '신 광야'는 대부분이 불모의 땅으로서 가나안의 남방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34:3, 4;수 15:1). 그리고 이 지역의 한 귀퉁이에 회
한의 땅 '가데스 바네아'(13:26;14:28-35)가 위치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바로
이곳에서 하나님을 거역함으로 말미암아 기나긴 방랑 생활에 들어갔고, 이제
그 38년간의 징계의 기간이 끝나고 다시금 그 땅에 이르렀던 것이다. 한편 다
음 도착지인 호르 산에서 이스라엘의 대제사장 아론이 죽었는데, 그때가 5월
1일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33:38),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마 이곳 가데스에서
약 3-4달 가량 머문 것 같다. 그리고 체류의 주된 이유는 미리암의 죽음에 대
한 애도의 기간 때문이었으리라 추정된다.
ㅇ미리암이 거기서 죽으매 거기 장사하니라 - 모세와 아론의 누이로서(26:59),
어릴적에는 갈대 상자에 넣어져 강에 떠내려가는 동생 모세를 보호한 적이 있
었고(출 2:4), 후에는 이스라엘의 여선지자가 되어 백성들을 이끌던 지도자적
인물이다(출 15:20;미 6:4). 그러나 한때는 교만한 생각으로 아론을 충동질하
여 하나님의 전권대사 모세를 비방하다가 하나님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민 12
:1). 아마 그의 마지막 생이 이처럼 간략히 서술된 것도 그 일에 대한 견책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미리암이 갈상자에 담겨져 떠내려가는 모세를
지켜보고, 또 바로의 공주에게 유모를 알선해 준 점에 비추어 볼 때(출 2:7),
아마 그녀의 나이는 모세 보다 10살 정도는 위였으리라 추측된다. 따라서 이
때 모세의 나이가 120세였으므로, 미리암의 나이는 130세정도는 족히 되었을
것이다.
2 회중이 물이 없으므로 모여서 모세와 아론을 공박하니라
ㅇ물이 없으므로 - 팔레스틴 남쪽 변방에 위치한 '가데스'는 일종의 사막의 오
아시스 지역으로 본래 좋은 샘(시내)들이 여러 군데있었다. 따라서 출애굽한
백성들은 주로 이곳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아 생활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긴 방랑 생활 끝에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올 때에는 당연히 물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해에는 심한 가뭄으로 인해 모든 샘과 시내가 말라버렸다
(Leon Wood, A Survey of Israel's History). 따라서 백성들은 마치 곧 죽을듯
이 불평을 터뜨렸던 것이다. 이때 백성들이 불평했던 장소에 대해 시 106:32
에서는 정확히 '므리바'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출애굽 직후 '르비딤'에서도
식수가 없다는 이유로 해서 백성들은 불평한 적이 있었다(출 17:1-7). 물론 이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ㅇ공박하리라 -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알'은 단순히 전치사로서 '...에 적
의를 품고 대항하는'(against)이라는 뜻이다. 곧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킬 자세
로 모세와 아론에게 따지고 대들면서 원망하였던 것이다(16:19, 42).
3 백성이 모세와 다투어 말하여 가로되 우리 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면 좋을뻔 하였도다
ㅇ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 이는 10정탐꾼의 불신앙적 보고 이후
백성들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사 그 당시 20세 이상
이던 구세대가 약 37년간 광야에서 죽어가던 상황을 가리킨다(13:25;14:26-35).
따라서 이러한 백성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그들 조상들의 죽음을 하
나님의 심판의 결과가 아니라 자연사(自然死)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ㅇ우리도 죽었더면 좋을 뻔하였도다 - 백성들의 경솔하고도 배은 망덕한 모습
을 여실히 보여 준다. 실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 아니라 '인내와 믿음'
이었다(약5:7-11).
4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를 이 광야로 인도하여 올려서 우리와 우리
짐승으로 다 여기서 죽게 하느냐
ㅇ너희가 어찌하여...이 광야로 인도하여 - 백성들의 역사 의식이 결여된 상태
를 반영한 말로써 진정 노예의 상태와 자유의 상태를 구별 못하는 어리석은 불
평이다. 아울러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해 낸 것은 모세나 아론이 아니라 하나님
이셨음을 깨닫지 못하는 불신앙의 외침이다. 더욱이 이 말은 출애굽 초부터 계
속되어온 불평인데(출14:11;16:2, 3;17:3), 광야 40년 동안에도 변화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만큼 완악했는가를 알 수 있다. 실로 악인이 돌이키지
않는 이유는 그의 생활에서 하나님이 보이신 기적이 부족해서가 하니라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을 의뢰하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ㅇ여호와의 총회 - 여호와께 부름받은 이스라엘은 회중을 가리킨다. 16:2 주석
을 참조하라.
5 너희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악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이곳에는 파종할 곳이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도 없고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도다
ㅇ악한 곳(하마콤 하라)- 직역하면 '아무 쓸모 없는 땅'. '해(害)를 제공하는
장소'이다. 즉 사람이 도무지 생존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라는 의미이다.
ㅇ이곳에는...없고 ...없고...없고...없고...없도다 - 백성들이 머물렀던 가
데스는 그들의 말대로 모든 것이 절대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육신적인 눈으로 그곳을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
곳은 모든 것이 넘치는 충만의 장소였다. 즉 그들에게는 구름 기둥으로 인도
하시는 하나님이 계셨고, 가나안 땅에 대한 소망이 있었으며 계약 백성으로서
의 미래가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부정적인 발언은 결국 그들의 불신앙에서
나온 말에 불과할 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허락하실 것이라 하셨지, 그들의 말대로 '죽음의 땅'을 약
속하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출 3:8;13:5). 그런고로 참 믿음이란 하나님
의 약속하신 바를 현실에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히 11:1).
6 모세와 아론이 총회 앞을 떠나 회막 문에 이르러 엎드리매 여호와의 영광이
그들에게 나타나며
ㅇ엎드리매 여호와의 영광이...나타나며 - 14:5, 10 및 16:4, 19 주석을 참조
하라.
7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8 지팡이를 가지고 네 형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으로 물을 내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울찌니라
ㅇ지팡이를 가지고 - 이 지팡이는 아론의 싹난 지팡이(17:8)가 아니라, 출애굽
당시 모세가 바로 앞에서 많은 기적을 행하던 그 지팡이(출 7:15;9:23)를 가리
킨다. 그리고 이 지팡이는 '르비딤 물 사건'에서도 사용되었었다(출 17:5). 그
러므로 모세는 이 지팡이를 통해 지금까지 하나님의 능력을 많이 나타냈던 것
이다. 그리고 보통 모세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할때는 이 지팡이를 땅에
내려 놓고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이 '지팡이'는 그 자체에 어떤 신통력이 있
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상징적 도구에 불
과했다.
ㅇ그들의 목전에서 - 여호와의 이적이 공개적으로 실행되어 그의 영광과 능력
을 여러사람에게 분명히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참된 능력과 진리는
항상 떳떳하여 가리울 것이 없다.
ㅇ반석에게 명하여 - 여기서 '반석'(셀라)이란 '바위' 외에 '높은 요새'란 의
미도 지닌다. 그러므로 이것은 출 17:1-7의 르비딤물 사건에서 언급된 것과 같
은 '반석'(추르), 곧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니라 절벽처럼 높다란 바위임을 짐
작할 수 있다. 한편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단지 그 반석을 향하여 '물을 내라'
는 명령만을 하도록 당부하셨다. 그 이상의 어떤 노력도 요구하지 않으셨던 것
이다.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창 1장;히 11:3). 그것을 운행하시는(롬 11
:36)하나님의 능력으로 볼때 반석에서 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9 모세가 그 명대로 여호와의 앞에서 지팡이를 취하니라
ㅇ그 명대로 - 출애굽 후 지금까지 모세의 순종은 완벽했다. 그러나 11절의 결
정적인 불순종으로 인해 모세는 그가 이때껏 쌓아 올린 순종의 아름다움을 산
산히 부수어 놓고 말았다. 이는 상징적으로 율법 준수의 한계를 암시한다. 즉
율법 계시의 전수자요, 공포자인 그도 '율법으로는' 구원 받을 수 없었던 것이
다. 따라서 모세의 가나안 입국 실패는 이러한 구속사의 깊은 진리를 담고 있
다 하겠다.
10 모세와 아론이 총회를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ㅇ패역한 너희여(함모림) - '너희, 반역자들아'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불평과
원망을 일삼는 백성을 향해 모세가 극도의 혈기섞인 분노를 나타내었던 것이다.
시 106:32, 33에는 이 장면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백성들이 모
세의 감정을 돋구어 모세가 매우 격앙스런 말을 했다고 전한다. 특히 감정이
폭발한 모세가 '우리' 곧 하나님을 들먹이면서까지 화를 내었을 뿐 아니라, 마
치 하나님과 동등한 자격을 지닌 자기가 백성들에게 물을 줄 수도, 심판할 수
도 있는 자처럼 행세하며 혈기를 부린 것은 거룩한 의분을 지나 일종의 '망령
된' 행위였다(시 106:33). 따라서 이 일은 결국 하나님의 '거룩함'을 훼손한
것으로 정죄되어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갈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았다<12절>.
11 그 손을 들어 그 지팡이로 반석을 두번 치매 물이 많이 솟아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니라
ㅇ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치매 - 모세는 순간적으로나마 하나님의 능력의 실
현이 마치 자신이 반석을 침으로써만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여 반석을 힘껏 두
번 내리쳤다(Keil). 그러나 만일 이때 모세가 단순히 '명령'으로만 반석에게
'물을 내라' 하였다면, 하나님의 주권적인 능력이 높이 드러났을 것이다<8절>.
그러나 모세는 자신의 말과(10절) 행동을 통해 하나님의 권위를 대신하고자
했다. 더욱이 그는 하나님의 임재를 인식하지 못하고(6절), 백성을 치고 싶은
심정으로 반석을 두 번이나 두들겨댔다.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욕하는 바로 그
백성에게 기적을 보이시고 당신의 능력과 영광을 높이 드러내고자 하셨으나,
모세가 백성에게 혈기를 냄으로써 오히려 여호와의 영광과 거룩성을 파괴하고
말았던 것이다(Lange). 결국 모세가 반석을 두 번 친 것은, 원망하는 백성에
게 일단 물을 제공하셔서 그들에 대한 당신의 끝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확인시
키려 하셨던 하나님의 인내와 자비와 거룩성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 불경스
런 처사라 할 수 있다(시 106:32, 33). 이것이 바로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
갈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죄목이었다(12절). 한편 구약사가 레온 우드(Leon
Wood) 박사는 본절에서 다음과 같은 영적 진리를 설파하고 있다. 즉 여기 이
반석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데(고전 10:4), 그분은 갈보리 십자가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바 한번 '매'를 맞는 것으로 족했다. 그리하여 그 이후로는 누구든지
믿음으로 그에게 구하기만 하면 영생수를 얻을 것이었다. 그런데 모셰가 이 반
석을 두 번 침으로써 이 모형적 진리를 범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가나안에 들
어갈 수 없었다 한다(A Survey of Israel's History). 덧붙혀 그는 말하기를,
만일 모세가 이가데스의 거역만 범하지 않았던들, 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한다.
ㅇ물이 많이 솟아 나오므로 - 인간의 혈기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당신이 약
속하신 바를 온전히 이루셨다.
12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ㅇ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 아론도 모세의 망령된 언행(言行)에 동조 내지
는 방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도 모세와 마찬가지로 가나안 땅에 들어
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어야 했다(28절).
ㅇ나를 믿지 아니하고 - 모세와 아론이 백성들처럼(3-5절) 하나님을 불신앙한
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백성의 지도자인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온
전히 순종하지 못하고, 교만히 자신의 혈기대로 행한 사실<10,11절>을 두고 한
말이다. 어쩌면 교만하여 하나님께 전적 순종치 않는 것도 불신앙의 한단면인
지 모른다.
ㅇ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 모세가 하나님의 뜻과는 반대로 백성
에게 분노한 것<11절>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하나님
의 뜻은 비록 원망하는 백성들이지만 그들에게 이적을 베푸셔서, 당신이 그들
의 보호자이시며 진정한 왕이심을 밝히시고 그로 인해 당신의 거룩성을 나타내
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세의 혈기는 바로 이 뜻에 대한 도전이요 장애였던 것
이다.
ㅇ너희는...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 모세와 아론은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
도 할 수 있는 영예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이 징계는 그러한 영예 뿐 아니라
그들 자신도 가나안 입국이 금지되는 준엄한 내용까지 포함된 것이었다(28절
; 27:12-14;신 32:48-52). 이는 지도자의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비극적 결과
를 가져오는가를 명확히 제시한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모세와 아론이 그
들의 행위에 대한 책망은 받았으나 그들이 누릴 영적 축복과 하늘 나라의 시민
권까지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마 17:3). 한편, 여기서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데에는 영적으로 심오한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 즉 모세는
율법의 수여자요, 선포자이며, 전수자로서 '율법'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
런데 그러한 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었다는 것은 '율법
으로는' 결코 새 하늘과 새 땅(천국)의 상징인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음을 보
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율법의 상징인 모세가 그 율법(행위)으로 인해 죽었
거늘, 하물며 그 누가 율법(자신의 공로)으로 구원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할 것
인가(롬 3:28). 율법은 단지 우리를 가나안(천국)의 입구까지 인도하는 몽학선
생에 불과할 뿐이다(롬 3:20;갈 3:24, 25). 따라서 여기 하나님의 이 선언은
당신의 깊은 섭리의 경륜이 깔린 구속사의 대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모세의 실
수는 그러한 섭리의 결과로 파생된 하나님의 또다른 뜻이었다.
13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와 다투었으므로 이를 므리바 물이라 하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
ㅇ므리바 물 - '므리바'란 '다투다', '싸우다'는 뜻의 '리브'에서 나온 말로서,
곧 '다툼'. '투쟁'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므리바 물'이라 한 것은 '반석
에서 물이 솟은 장소'를 가리킨 말이 아니라, '여호와를 원망한(다툰) 이스라
엘 백성을 위해 여호와께서 반석에서 내신 물'을 가리킨다(27:14;신 32:51).
따라서 이것은 르비딤의 반석에서 물을 나오게 함으로 그곳 이름을 '맛사' 또는
'므리바'라 한 것과는 다르다(출 17:7). 그러나 물 때문에 마음이 상한 백성들
이 모세와 다투었고, 이에 하나님께서 당신의 크신 은력으로 반석에서 물을 내
신 그 사건 자체와 의미는 상호 밀접히 연관된다. 출 20:1-7 주석 부분참조.
ㅇ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 -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을 훼손한 아
론과 모세를 징벌하심으로 당신의 거룩함을 나타내셨고, 또한 원망하는 백성들
에게는 그들의 요구대로 물을 공급하사 불평을 일추시킴으로써 당신의 거룩함
을 증명하셨다(Keil).
14 모세가 가데스에서 에돔 왕에게 사자를 보내며 이르되 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의 말에 우리의 당한 모든 고난을 당신도 아시거니와
ㅇ에돔 왕에게 - '에돔'은 이삭의 아들에서의 후손들이 사는 거주지 또는 그
민족의 이름이다(창 25:22,23). 그리고 에돔의 위치는 그 당시 이스라엘이 진
을 치고 있던 가데스의 동북쪽에 있었으며, 사해(死海)에서 남쪽으로 홍해 동
북면 아카바 만에 미치는 산악 지대였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통과하
여 가나안 동편, 곧 트랜스 요르단(Trans Jordan)에 진격하고자 했다. 그 이
유는 가데스에서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매우 험준하고 가파른 산악지
대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에돔지역은 '약속의 땅'에 포함되지 않
은 곳으로서, 이스라엘에게는 관심 밖의 땅이었다. 한편 본문에 언급된 '왕'
이란 말은 왕정 시대의 최고 통치자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한 지역을 통괄
하는 족장(ruler, chief)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이들
은 창 36:15-19에 언급된 14명의 우두머리들 보다 그 권위가 큰 족장이었던
것 같다(대상 1:43-54). 한편, 약 300년 후 사사 시대 당시 입다의 진술에 의
하면, 이때 모세는 모압 왕에게도 역시 사자를 보내어 관할 지역 통과 요청을
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삿 11:17). 그런데 본 민수기의 기록에는 그 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에돔 지역의 통과가 불가능하다면 설사
모압 지역의 통과가 허락된다 하여도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에
돔 지역의 통과 사실 여부에만 그 기록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Hengstenberg, Pulpit, Commentary).
ㅇ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의 말에 - 공동 번역에는 이를 '당신의 아우 이스라엘
이오'라고 기록했다. 즉 모세는 조상 야곱과 에서(에돔)의 혈육의 정을 근거
로(신 23:7) 상당히 친근하게 에돔에 접근하고자 했던 것이다<신 2:4-8>.
ㅇ우리의 당한 모든 고난 - 여기서 '고난'(텔라아)은 '지치다'란 뜻의 히브리
어 '라아'에서 파생된 말로서, 산고(産苦)와 같이 괴로운 '진통'(KJV,
travail)을 의미한다. 실제 이 '고난'은 15절에 언급된 애굽 치하에서의 압제
당한 사실을 가리킨다(출 2:23).
15 우리 열조가 애굽으로 내려갔으므로 우리가 애굽에 오래 거하였더니
애굽인이 우리 열조와 우리를 학대하였으므로
ㅇ우리 열조가 애굽으로 - 야곱과 그 일행 70명이 요셉의 초청으로 가나안에
서 애굽으로 내려간 일을 말한다(창 46:1-27).
ㅇ우리를 학대하였으므로(야레우 라누) - '우리에게 악을 행하였다', '괴롭
혔다'(KJV, vexed), '거칠게 다루었다'(RSV, dealt harshly)로 번역할 수 있
다. 애굽인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히브리인들을 모질게 취급했음을 의미한
다<출 1:8-14>.
16 우리가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우리 소리를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이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변방 모퉁이 한 성읍
가데스에 있사오니
ㅇ천사를 보내사 - 혹자는 이 '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아 '구름 기둥과 불 기둥'
으로 이해하기도 하나(Knobel), 그렇지 않다. 여기서 '천사'는 이스라엘 역사
의 고비 때마다 결정적으로 나타나사 큰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언약의 그 천사'
곧 '제 2위 하나님'으로 보아야 한다<창 16:7-16 강해, 여호와의 사자>. 즉 여
호와의 사자(천사)가 직접 개입하여 애굽의 장자들을 치시고 이스라엘을 구원
하셨음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출 12:23). 그러므로 지금 모세는 출애
굽의 대역사가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로 되어진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ㅇ우리가 당신의 변방...가데스에 있사오니 - 여기 '변방'이란 에돔의 서쪽 경
계이며, 사해의 남서쪽이라 생각된다. 이곳은 가데스 바네아의 북동쪽 끝단으
로서, 만일 에돔이 이곳까지 관할하였다면 그 당시 그들은 상당한 세력을 형성
하고 있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17 청컨대 우리로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우리가 밭으로나 포도원으로나
통과하지 아니하고 우물 물도 공히 마시지 아니하고 우리가 왕의 대로로만
통과하고 당신의 지경에서 나가기까지 좌편으로나 우편으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이다 한다 하라 하였더니
ㅇ우리로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 모세는 사해 남쪽에 위치한 에돔 땅
을 지나 요단 동편(Trans Jordan) 지역으로 진입하려 했다. 따라서 그들이 들
어가려 했던 곳에는 '에돔'과 더불어 사해 동쪽의 '모압' 및 요단강 상류 동편
의 '암몬'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모압과 암몬사이에는 '아모리 남 왕국'이, 그
리고 암몬 북쪽 바산 지역에는 '아모리 북 왕국'이 각각 그 세력을 굳히고 있
었다. 이들 왕국들은 세력권 다툼에 온 힘을 쏟았으며 최근엔 아모리 남 왕국
이 모압을 쳐 아르논 강에 이르기까지 영토를 확장했다(21:26). 모세는 이같은
정치상황을 이용하여 에돔과 모압으로 통하는 대로(大路)로 자신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다(14-21절;삿 11:17). 즉 아모리 왕국이 강해져 가는
것을 에돔과 모압이 우려하던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에돔 왕이 모세의 소청
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모세가 에돔과 모
압을 통과한 후 가나안 땅으로 가려면 두 왕국의 적대국인 아모리와 충돌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즉 모세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외교적 실리를 위
해서라도 에돔 왕이 길을 터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ㅇ밭으로나...마시지 아니하고 - 즉 통과시 도로만 이용할 뿐 통과 지역에 털
끝만한 손해도 끼치지 않겠다는 말이다<19절>.
ㅇ왕의 대로(대로)만 통과하고 - '왕의 대로'(King's Highway)란 고유 명사
로서, 트랜스 요르단(Trans Jordan) 북쪽으로부터 아모리와 모압과 에돔을 통
과하여 아카바 만의 어귀인 '에시온 게벧'에 까지 이르는 거대한 국제 도로를
일컫는다. 이 도로는 아마도 군사적 목적으로 주변 국가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건설한 것으로 보이는데, 평화시에는 다메섹에서 아라비아를 왕래하
는 대상(隊商)이 주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200만명 이상의 백성을 진행시켜야
하는 모세로서는 이 넓은 길이 행군에 절대적으로 요청되었을 것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18 에돔 왕이 대답하되 너는 우리 가운데로 통과하지 못하리라 내가 나가서
칼로 너를 맞을까 염려하라
ㅇ칼로 너를 맞을까 염려하라 - 에돔왕은 오랜 민족적 감정으로 인해 이스라
엘의 통과를 불허했다(창 27:41). 더욱이 그는 무력으로 이스라엘의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까지 경고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에돔의 이러한 적대 행위로
인해 후일 그들은 여호와의 심판을 면치 못했다(옵 1장).
19 이스라엘 자손이 이르되 우리가 대로로 통과하겠고 우리나 우리 짐승이
당신의 물을 마시면 그 값을 줄 것이라 우리가 도보로 통과할뿐인즉 아무 일도
없으리이다 하나
ㅇ대로( 메실라) - '돋운 길'(사 49:11)이란 뜻으로서, 군사 또는 무역용으로
닦은 길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왕의 대로'를 지칭한다<17절>. 이 대로는 오늘
날에도 '왕의길'(Derb es Sultan)이라 일컬어진다.
ㅇ아무 일도 없으리이다 - 문자적으로는 '결코 아무 일도 아니다'란 뜻이다.
즉 '왕의 대로'만 사용할 뿐 더이상 바랄 것도 피해 줄 것도 없다는 뜻이다.
20 그는 가로되 너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하고 에돔 왕이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나와서 강한 손으로 막으니
ㅇ강한 손으로 막으니 - 에돔 왕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행군을 재개
하자 에돔 왕은 군대를 소집하여 '강한 무력'(RSV, a strong force)으로
이스라엘의 진입을 막았다.
21 에돔 왕이 이같이 이스라엘의 그 경내로 통과함을 용납지 아니하므로
이스라엘이 그들에게서 돌이키니라
ㅇ이스라엘이...돌이키니라 - '왕의 대로'가 그토록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스라엘이 에돔과 접전하지 아니하고 쉽게 행군 방향을 돌린 이유는 다음과 같
다. (1)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세일 산을 중심한 에돔 땅을 에서의 후손들에게
기업으로 주셨기 때문이며(창 36:1, 8, 9) (2) 하나님께서 형제 민족의 땅을
탐하거나 침범치 말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신 2:4, 5;23:7). (3) 하나님께
서는 소모적인 전쟁을 막으시고, 가나안 7족속의 징벌(신 7:1)을 위해 힘을 비
축케 하셨기 때문이다. (4) 그리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보호자이실 뿐 아니라,
모든 이방인의 주관자도 되시는 분으로서 이번 경우 오직 정의와 평화의 원칙
으로 이 땅을 통과하기 원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22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이 가데스에서 진행하여 호르산에 이르렀더니
ㅇ호르 산에 이르렀더니 - '호르산'은 에돔 변경에 위치한 곳으로(23절;33:
37). 가데스 북동쪽 약 24km지점에 있는 오늘날의 '에벧 마두라'(Jebel
Madurah)로 추정된다. 이 산은 가데스에서 모압으로 곧장 갈 수 있는 도로상
에 있다.
23 여호와께서 에돔 땅 변경 호르산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시니라
가라사대
ㅇ에돔 땅 변경 호르 산 - 가데스에서 에돔 왕에게 사신(使臣)을 보낸 모세는
아마 에돔 왕이 허락해 줄 것으로 간주하여<17절>, 회보가 올 동안 당시 에돔
국경을 형성하고 있던 아라바 지역의 호르 산까지 진행했던 것 같다.
24 아론은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고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땅에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므리바 물에서 내 말을 거역한 연고니라
ㅇ아론은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고 - 성경 기록에 의하면 히브리인들은 그들의
죽음을 '열조에계로 돌아가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창 15:15;25:8;35:29;49:
29, 33). 이는 구약 시대 히브리인들의 내세관이 반영된 말로서, 사실 그들에
게는 신약 시대와 같은 부활 사상은 희박했다(계시의 점진적 측면에서 구약후
기의 히브리인들에게서 부활 사사이 가끔 언급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죽음 이
후에는 사자(死者)들이 '음부'라는 처소에 머무는 것으로 이해했다<창 37:35
주석 참조>.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비록 '영생' 개념은 뚜렷하지 않았
지만, 그들은 죽음 이후에도 후손을 통해 자신들이 영존(永存)하는 것으로 확
신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독립된 한 개체로서의 자신보다는 가문 또는 혈족
내에서의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욱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또다른 형태로서의 존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더
욱이 그들에게는 여호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확실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죽은 자신들의 조상은 그 지으신 하나님께로 돌아갔다고 믿었으
며(전 12:7), 결국 자신들이 죽어 '조상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은 조상들이 간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ㅇ내가...준 땅에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 그 결정적 이유는 '므리바 물' 사건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론 역시 혈기에 찬 모세의 행동<11, 12절>에 동조했음
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결국 아론의 죽음은 자연사(自然死) 이상의 의
미, 즉 하나님의 징벌로 볼 수 있다.
25 너는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산에 올라
ㅇ너는 아론과...호르 산에 올라 - 여호와 종교는 산(山)의 종교라 할만큼 산
과 밀접하다. 즉 하나님은 많은 경우 산에서 당신의 종들을 친밀히 만나시고
당신의 뜻을 계시해 오셨다. 이제도 하나님은 출애굽의 두 영웅(모세와 아론)
과 그 뒤를 이어 제 2대(代) 대제사장이 될 엘르아살을 산으로 부르시고 아론
의 최후를 주도하셨다. 그러므로 아론의 죽음은 다른 여타 악인의 최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곧 하나님이 함께 하는 죽음으로 볼 수 있다.
26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리라
ㅇ아론의 옷을 벗겨...엘르아살에게 입히라 - 여기서 '아론의 옷'이란 대제
사장의 의복을 뜻한다. 대제사장이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봉사를 할 때 그는
반드시 이 복장은 착용해야만 한다<출 28:1-43>. 그러므로 모세가 아론에게
서 이 옷을 벗겨 엘르아살에게 입히는것은 아론의 대제사장직이 그의 아들
에게 전수된다는 상징적 행동이었다<레 8:7-9>.
27 모세가 여호와의 명을 좇아 그들과 함께 회중의 목전에서 호르산에 오르니라
ㅇ회중의 목전에서...오르니라 - 모세는 제사장직에 도전한 고라 일당의 반란
사건(16장)의 경험을 살려 대제사장직의 직책이 인간의 자의에 따른 것이 아니
라(16:3), 하나님의 권위로 위임된 것임을 온 백성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백성
들의 '목전에서' 현직 대제사장과 신임 대제사장을 대동하여 하나님이 부르시
는 산에 올랐다.
28 모세가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매 아론이 그
산꼭대기에서 죽으니라 모세와 엘르아살이 산에서 내려오니
ㅇ아론이...죽으니라 - 출애굽시 아론의 나이는 83세였고(출 7:7), 죽을 때 나
이가 123세였으므로(33:39). 그가 출애굽 제 40년 5월1일에 죽었다는 33:38의
기록은 정확하다. 한편, 초대 대제사장 아론의 죽음은 지금도 살아 계시사 우
리의 중보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대제사장직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
다(히 7:21,24). 이처럼 인간 대제사장은 죽어갔으나 하나님이 그리스도로 말
미암아 세우신 '대제사장직'을 영원히 지속시키시는 것은 인간과 영원히 교제
하시기를 원하시며, 죄 용서하시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우신 성품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29 온 회중 곧 이스라엘 온 족속이 아론의 죽은 것을 보고 위하여 삼십일을
애곡하였더라
ㅇ위하여 삼십 일을 애곡하였더라 - 보통의 애도 기간은 7일간이었으나(창 50
:10;삼상 31:13), 모세와 아론의 경우 각각 30일간 진행되었다(신 34:8). 이는
지도자에 대한 각별한 예우로써 국장(國葬)에 해당한다.
1 정월에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이 신 광야에 이르러서 백성이 가데스에
거하더니 미리암이 거기서 죽으매 거기 장사하니라
ㅇ정월에 - 출애굽 제 40년째 되는 해 1월(아빕월)을 가리킨다. 이것은 여기
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곧장 호르 산으로 진행했고, 거기서 아론이 죽었는데,
그 연대가 출애굽 제 40년 5월 1일로 기록된 사실에서 확인된다(33:38). 한편
아빕월은 오늘날 태양력 3-4월 쯤에 해당되는 봄철이다.
ㅇ신 광야에 이르러서...가데스에 거하더니 - '크고 두려운 광야'(신 1:19;8
:15)라는 별칭을 지닌 '신 광야'는 대부분이 불모의 땅으로서 가나안의 남방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34:3, 4;수 15:1). 그리고 이 지역의 한 귀퉁이에 회
한의 땅 '가데스 바네아'(13:26;14:28-35)가 위치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바로
이곳에서 하나님을 거역함으로 말미암아 기나긴 방랑 생활에 들어갔고, 이제
그 38년간의 징계의 기간이 끝나고 다시금 그 땅에 이르렀던 것이다. 한편 다
음 도착지인 호르 산에서 이스라엘의 대제사장 아론이 죽었는데, 그때가 5월
1일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33:38),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마 이곳 가데스에서
약 3-4달 가량 머문 것 같다. 그리고 체류의 주된 이유는 미리암의 죽음에 대
한 애도의 기간 때문이었으리라 추정된다.
ㅇ미리암이 거기서 죽으매 거기 장사하니라 - 모세와 아론의 누이로서(26:59),
어릴적에는 갈대 상자에 넣어져 강에 떠내려가는 동생 모세를 보호한 적이 있
었고(출 2:4), 후에는 이스라엘의 여선지자가 되어 백성들을 이끌던 지도자적
인물이다(출 15:20;미 6:4). 그러나 한때는 교만한 생각으로 아론을 충동질하
여 하나님의 전권대사 모세를 비방하다가 하나님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민 12
:1). 아마 그의 마지막 생이 이처럼 간략히 서술된 것도 그 일에 대한 견책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미리암이 갈상자에 담겨져 떠내려가는 모세를
지켜보고, 또 바로의 공주에게 유모를 알선해 준 점에 비추어 볼 때(출 2:7),
아마 그녀의 나이는 모세 보다 10살 정도는 위였으리라 추측된다. 따라서 이
때 모세의 나이가 120세였으므로, 미리암의 나이는 130세정도는 족히 되었을
것이다.
2 회중이 물이 없으므로 모여서 모세와 아론을 공박하니라
ㅇ물이 없으므로 - 팔레스틴 남쪽 변방에 위치한 '가데스'는 일종의 사막의 오
아시스 지역으로 본래 좋은 샘(시내)들이 여러 군데있었다. 따라서 출애굽한
백성들은 주로 이곳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아 생활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긴 방랑 생활 끝에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올 때에는 당연히 물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해에는 심한 가뭄으로 인해 모든 샘과 시내가 말라버렸다
(Leon Wood, A Survey of Israel's History). 따라서 백성들은 마치 곧 죽을듯
이 불평을 터뜨렸던 것이다. 이때 백성들이 불평했던 장소에 대해 시 106:32
에서는 정확히 '므리바'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출애굽 직후 '르비딤'에서도
식수가 없다는 이유로 해서 백성들은 불평한 적이 있었다(출 17:1-7). 물론 이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ㅇ공박하리라 -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알'은 단순히 전치사로서 '...에 적
의를 품고 대항하는'(against)이라는 뜻이다. 곧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킬 자세
로 모세와 아론에게 따지고 대들면서 원망하였던 것이다(16:19, 42).
3 백성이 모세와 다투어 말하여 가로되 우리 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면 좋을뻔 하였도다
ㅇ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 이는 10정탐꾼의 불신앙적 보고 이후
백성들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사 그 당시 20세 이상
이던 구세대가 약 37년간 광야에서 죽어가던 상황을 가리킨다(13:25;14:26-35).
따라서 이러한 백성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그들 조상들의 죽음을 하
나님의 심판의 결과가 아니라 자연사(自然死)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ㅇ우리도 죽었더면 좋을 뻔하였도다 - 백성들의 경솔하고도 배은 망덕한 모습
을 여실히 보여 준다. 실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 아니라 '인내와 믿음'
이었다(약5:7-11).
4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를 이 광야로 인도하여 올려서 우리와 우리
짐승으로 다 여기서 죽게 하느냐
ㅇ너희가 어찌하여...이 광야로 인도하여 - 백성들의 역사 의식이 결여된 상태
를 반영한 말로써 진정 노예의 상태와 자유의 상태를 구별 못하는 어리석은 불
평이다. 아울러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해 낸 것은 모세나 아론이 아니라 하나님
이셨음을 깨닫지 못하는 불신앙의 외침이다. 더욱이 이 말은 출애굽 초부터 계
속되어온 불평인데(출14:11;16:2, 3;17:3), 광야 40년 동안에도 변화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만큼 완악했는가를 알 수 있다. 실로 악인이 돌이키지
않는 이유는 그의 생활에서 하나님이 보이신 기적이 부족해서가 하니라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을 의뢰하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ㅇ여호와의 총회 - 여호와께 부름받은 이스라엘은 회중을 가리킨다. 16:2 주석
을 참조하라.
5 너희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악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이곳에는 파종할 곳이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도 없고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도다
ㅇ악한 곳(하마콤 하라)- 직역하면 '아무 쓸모 없는 땅'. '해(害)를 제공하는
장소'이다. 즉 사람이 도무지 생존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라는 의미이다.
ㅇ이곳에는...없고 ...없고...없고...없고...없도다 - 백성들이 머물렀던 가
데스는 그들의 말대로 모든 것이 절대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육신적인 눈으로 그곳을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
곳은 모든 것이 넘치는 충만의 장소였다. 즉 그들에게는 구름 기둥으로 인도
하시는 하나님이 계셨고, 가나안 땅에 대한 소망이 있었으며 계약 백성으로서
의 미래가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부정적인 발언은 결국 그들의 불신앙에서
나온 말에 불과할 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허락하실 것이라 하셨지, 그들의 말대로 '죽음의 땅'을 약
속하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출 3:8;13:5). 그런고로 참 믿음이란 하나님
의 약속하신 바를 현실에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히 11:1).
6 모세와 아론이 총회 앞을 떠나 회막 문에 이르러 엎드리매 여호와의 영광이
그들에게 나타나며
ㅇ엎드리매 여호와의 영광이...나타나며 - 14:5, 10 및 16:4, 19 주석을 참조
하라.
7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8 지팡이를 가지고 네 형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으로 물을 내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울찌니라
ㅇ지팡이를 가지고 - 이 지팡이는 아론의 싹난 지팡이(17:8)가 아니라, 출애굽
당시 모세가 바로 앞에서 많은 기적을 행하던 그 지팡이(출 7:15;9:23)를 가리
킨다. 그리고 이 지팡이는 '르비딤 물 사건'에서도 사용되었었다(출 17:5). 그
러므로 모세는 이 지팡이를 통해 지금까지 하나님의 능력을 많이 나타냈던 것
이다. 그리고 보통 모세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할때는 이 지팡이를 땅에
내려 놓고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이 '지팡이'는 그 자체에 어떤 신통력이 있
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상징적 도구에 불
과했다.
ㅇ그들의 목전에서 - 여호와의 이적이 공개적으로 실행되어 그의 영광과 능력
을 여러사람에게 분명히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참된 능력과 진리는
항상 떳떳하여 가리울 것이 없다.
ㅇ반석에게 명하여 - 여기서 '반석'(셀라)이란 '바위' 외에 '높은 요새'란 의
미도 지닌다. 그러므로 이것은 출 17:1-7의 르비딤물 사건에서 언급된 것과 같
은 '반석'(추르), 곧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니라 절벽처럼 높다란 바위임을 짐
작할 수 있다. 한편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단지 그 반석을 향하여 '물을 내라'
는 명령만을 하도록 당부하셨다. 그 이상의 어떤 노력도 요구하지 않으셨던 것
이다.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창 1장;히 11:3). 그것을 운행하시는(롬 11
:36)하나님의 능력으로 볼때 반석에서 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9 모세가 그 명대로 여호와의 앞에서 지팡이를 취하니라
ㅇ그 명대로 - 출애굽 후 지금까지 모세의 순종은 완벽했다. 그러나 11절의 결
정적인 불순종으로 인해 모세는 그가 이때껏 쌓아 올린 순종의 아름다움을 산
산히 부수어 놓고 말았다. 이는 상징적으로 율법 준수의 한계를 암시한다. 즉
율법 계시의 전수자요, 공포자인 그도 '율법으로는' 구원 받을 수 없었던 것이
다. 따라서 모세의 가나안 입국 실패는 이러한 구속사의 깊은 진리를 담고 있
다 하겠다.
10 모세와 아론이 총회를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ㅇ패역한 너희여(함모림) - '너희, 반역자들아'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불평과
원망을 일삼는 백성을 향해 모세가 극도의 혈기섞인 분노를 나타내었던 것이다.
시 106:32, 33에는 이 장면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백성들이 모
세의 감정을 돋구어 모세가 매우 격앙스런 말을 했다고 전한다. 특히 감정이
폭발한 모세가 '우리' 곧 하나님을 들먹이면서까지 화를 내었을 뿐 아니라, 마
치 하나님과 동등한 자격을 지닌 자기가 백성들에게 물을 줄 수도, 심판할 수
도 있는 자처럼 행세하며 혈기를 부린 것은 거룩한 의분을 지나 일종의 '망령
된' 행위였다(시 106:33). 따라서 이 일은 결국 하나님의 '거룩함'을 훼손한
것으로 정죄되어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갈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았다<12절>.
11 그 손을 들어 그 지팡이로 반석을 두번 치매 물이 많이 솟아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니라
ㅇ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치매 - 모세는 순간적으로나마 하나님의 능력의 실
현이 마치 자신이 반석을 침으로써만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여 반석을 힘껏 두
번 내리쳤다(Keil). 그러나 만일 이때 모세가 단순히 '명령'으로만 반석에게
'물을 내라' 하였다면, 하나님의 주권적인 능력이 높이 드러났을 것이다<8절>.
그러나 모세는 자신의 말과(10절) 행동을 통해 하나님의 권위를 대신하고자
했다. 더욱이 그는 하나님의 임재를 인식하지 못하고(6절), 백성을 치고 싶은
심정으로 반석을 두 번이나 두들겨댔다.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욕하는 바로 그
백성에게 기적을 보이시고 당신의 능력과 영광을 높이 드러내고자 하셨으나,
모세가 백성에게 혈기를 냄으로써 오히려 여호와의 영광과 거룩성을 파괴하고
말았던 것이다(Lange). 결국 모세가 반석을 두 번 친 것은, 원망하는 백성에
게 일단 물을 제공하셔서 그들에 대한 당신의 끝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확인시
키려 하셨던 하나님의 인내와 자비와 거룩성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 불경스
런 처사라 할 수 있다(시 106:32, 33). 이것이 바로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
갈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죄목이었다(12절). 한편 구약사가 레온 우드(Leon
Wood) 박사는 본절에서 다음과 같은 영적 진리를 설파하고 있다. 즉 여기 이
반석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데(고전 10:4), 그분은 갈보리 십자가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바 한번 '매'를 맞는 것으로 족했다. 그리하여 그 이후로는 누구든지
믿음으로 그에게 구하기만 하면 영생수를 얻을 것이었다. 그런데 모셰가 이 반
석을 두 번 침으로써 이 모형적 진리를 범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가나안에 들
어갈 수 없었다 한다(A Survey of Israel's History). 덧붙혀 그는 말하기를,
만일 모세가 이가데스의 거역만 범하지 않았던들, 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한다.
ㅇ물이 많이 솟아 나오므로 - 인간의 혈기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당신이 약
속하신 바를 온전히 이루셨다.
12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ㅇ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 아론도 모세의 망령된 언행(言行)에 동조 내지
는 방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도 모세와 마찬가지로 가나안 땅에 들어
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어야 했다(28절).
ㅇ나를 믿지 아니하고 - 모세와 아론이 백성들처럼(3-5절) 하나님을 불신앙한
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백성의 지도자인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온
전히 순종하지 못하고, 교만히 자신의 혈기대로 행한 사실<10,11절>을 두고 한
말이다. 어쩌면 교만하여 하나님께 전적 순종치 않는 것도 불신앙의 한단면인
지 모른다.
ㅇ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 모세가 하나님의 뜻과는 반대로 백성
에게 분노한 것<11절>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하나님
의 뜻은 비록 원망하는 백성들이지만 그들에게 이적을 베푸셔서, 당신이 그들
의 보호자이시며 진정한 왕이심을 밝히시고 그로 인해 당신의 거룩성을 나타내
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세의 혈기는 바로 이 뜻에 대한 도전이요 장애였던 것
이다.
ㅇ너희는...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 모세와 아론은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
도 할 수 있는 영예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이 징계는 그러한 영예 뿐 아니라
그들 자신도 가나안 입국이 금지되는 준엄한 내용까지 포함된 것이었다(28절
; 27:12-14;신 32:48-52). 이는 지도자의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비극적 결과
를 가져오는가를 명확히 제시한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모세와 아론이 그
들의 행위에 대한 책망은 받았으나 그들이 누릴 영적 축복과 하늘 나라의 시민
권까지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마 17:3). 한편, 여기서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데에는 영적으로 심오한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 즉 모세는
율법의 수여자요, 선포자이며, 전수자로서 '율법'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
런데 그러한 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었다는 것은 '율법
으로는' 결코 새 하늘과 새 땅(천국)의 상징인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음을 보
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율법의 상징인 모세가 그 율법(행위)으로 인해 죽었
거늘, 하물며 그 누가 율법(자신의 공로)으로 구원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할 것
인가(롬 3:28). 율법은 단지 우리를 가나안(천국)의 입구까지 인도하는 몽학선
생에 불과할 뿐이다(롬 3:20;갈 3:24, 25). 따라서 여기 하나님의 이 선언은
당신의 깊은 섭리의 경륜이 깔린 구속사의 대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모세의 실
수는 그러한 섭리의 결과로 파생된 하나님의 또다른 뜻이었다.
13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와 다투었으므로 이를 므리바 물이라 하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
ㅇ므리바 물 - '므리바'란 '다투다', '싸우다'는 뜻의 '리브'에서 나온 말로서,
곧 '다툼'. '투쟁'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므리바 물'이라 한 것은 '반석
에서 물이 솟은 장소'를 가리킨 말이 아니라, '여호와를 원망한(다툰) 이스라
엘 백성을 위해 여호와께서 반석에서 내신 물'을 가리킨다(27:14;신 32:51).
따라서 이것은 르비딤의 반석에서 물을 나오게 함으로 그곳 이름을 '맛사' 또는
'므리바'라 한 것과는 다르다(출 17:7). 그러나 물 때문에 마음이 상한 백성들
이 모세와 다투었고, 이에 하나님께서 당신의 크신 은력으로 반석에서 물을 내
신 그 사건 자체와 의미는 상호 밀접히 연관된다. 출 20:1-7 주석 부분참조.
ㅇ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 -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을 훼손한 아
론과 모세를 징벌하심으로 당신의 거룩함을 나타내셨고, 또한 원망하는 백성들
에게는 그들의 요구대로 물을 공급하사 불평을 일추시킴으로써 당신의 거룩함
을 증명하셨다(Keil).
14 모세가 가데스에서 에돔 왕에게 사자를 보내며 이르되 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의 말에 우리의 당한 모든 고난을 당신도 아시거니와
ㅇ에돔 왕에게 - '에돔'은 이삭의 아들에서의 후손들이 사는 거주지 또는 그
민족의 이름이다(창 25:22,23). 그리고 에돔의 위치는 그 당시 이스라엘이 진
을 치고 있던 가데스의 동북쪽에 있었으며, 사해(死海)에서 남쪽으로 홍해 동
북면 아카바 만에 미치는 산악 지대였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통과하
여 가나안 동편, 곧 트랜스 요르단(Trans Jordan)에 진격하고자 했다. 그 이
유는 가데스에서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매우 험준하고 가파른 산악지
대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에돔지역은 '약속의 땅'에 포함되지 않
은 곳으로서, 이스라엘에게는 관심 밖의 땅이었다. 한편 본문에 언급된 '왕'
이란 말은 왕정 시대의 최고 통치자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한 지역을 통괄
하는 족장(ruler, chief)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이들
은 창 36:15-19에 언급된 14명의 우두머리들 보다 그 권위가 큰 족장이었던
것 같다(대상 1:43-54). 한편, 약 300년 후 사사 시대 당시 입다의 진술에 의
하면, 이때 모세는 모압 왕에게도 역시 사자를 보내어 관할 지역 통과 요청을
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삿 11:17). 그런데 본 민수기의 기록에는 그 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에돔 지역의 통과가 불가능하다면 설사
모압 지역의 통과가 허락된다 하여도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에
돔 지역의 통과 사실 여부에만 그 기록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Hengstenberg, Pulpit, Commentary).
ㅇ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의 말에 - 공동 번역에는 이를 '당신의 아우 이스라엘
이오'라고 기록했다. 즉 모세는 조상 야곱과 에서(에돔)의 혈육의 정을 근거
로(신 23:7) 상당히 친근하게 에돔에 접근하고자 했던 것이다<신 2:4-8>.
ㅇ우리의 당한 모든 고난 - 여기서 '고난'(텔라아)은 '지치다'란 뜻의 히브리
어 '라아'에서 파생된 말로서, 산고(産苦)와 같이 괴로운 '진통'(KJV,
travail)을 의미한다. 실제 이 '고난'은 15절에 언급된 애굽 치하에서의 압제
당한 사실을 가리킨다(출 2:23).
15 우리 열조가 애굽으로 내려갔으므로 우리가 애굽에 오래 거하였더니
애굽인이 우리 열조와 우리를 학대하였으므로
ㅇ우리 열조가 애굽으로 - 야곱과 그 일행 70명이 요셉의 초청으로 가나안에
서 애굽으로 내려간 일을 말한다(창 46:1-27).
ㅇ우리를 학대하였으므로(야레우 라누) - '우리에게 악을 행하였다', '괴롭
혔다'(KJV, vexed), '거칠게 다루었다'(RSV, dealt harshly)로 번역할 수 있
다. 애굽인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히브리인들을 모질게 취급했음을 의미한
다<출 1:8-14>.
16 우리가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우리 소리를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이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변방 모퉁이 한 성읍
가데스에 있사오니
ㅇ천사를 보내사 - 혹자는 이 '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아 '구름 기둥과 불 기둥'
으로 이해하기도 하나(Knobel), 그렇지 않다. 여기서 '천사'는 이스라엘 역사
의 고비 때마다 결정적으로 나타나사 큰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언약의 그 천사'
곧 '제 2위 하나님'으로 보아야 한다<창 16:7-16 강해, 여호와의 사자>. 즉 여
호와의 사자(천사)가 직접 개입하여 애굽의 장자들을 치시고 이스라엘을 구원
하셨음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출 12:23). 그러므로 지금 모세는 출애
굽의 대역사가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로 되어진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ㅇ우리가 당신의 변방...가데스에 있사오니 - 여기 '변방'이란 에돔의 서쪽 경
계이며, 사해의 남서쪽이라 생각된다. 이곳은 가데스 바네아의 북동쪽 끝단으
로서, 만일 에돔이 이곳까지 관할하였다면 그 당시 그들은 상당한 세력을 형성
하고 있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17 청컨대 우리로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우리가 밭으로나 포도원으로나
통과하지 아니하고 우물 물도 공히 마시지 아니하고 우리가 왕의 대로로만
통과하고 당신의 지경에서 나가기까지 좌편으로나 우편으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이다 한다 하라 하였더니
ㅇ우리로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 모세는 사해 남쪽에 위치한 에돔 땅
을 지나 요단 동편(Trans Jordan) 지역으로 진입하려 했다. 따라서 그들이 들
어가려 했던 곳에는 '에돔'과 더불어 사해 동쪽의 '모압' 및 요단강 상류 동편
의 '암몬'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모압과 암몬사이에는 '아모리 남 왕국'이, 그
리고 암몬 북쪽 바산 지역에는 '아모리 북 왕국'이 각각 그 세력을 굳히고 있
었다. 이들 왕국들은 세력권 다툼에 온 힘을 쏟았으며 최근엔 아모리 남 왕국
이 모압을 쳐 아르논 강에 이르기까지 영토를 확장했다(21:26). 모세는 이같은
정치상황을 이용하여 에돔과 모압으로 통하는 대로(大路)로 자신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다(14-21절;삿 11:17). 즉 아모리 왕국이 강해져 가는
것을 에돔과 모압이 우려하던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에돔 왕이 모세의 소청
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모세가 에돔과 모
압을 통과한 후 가나안 땅으로 가려면 두 왕국의 적대국인 아모리와 충돌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즉 모세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외교적 실리를 위
해서라도 에돔 왕이 길을 터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ㅇ밭으로나...마시지 아니하고 - 즉 통과시 도로만 이용할 뿐 통과 지역에 털
끝만한 손해도 끼치지 않겠다는 말이다<19절>.
ㅇ왕의 대로(대로)만 통과하고 - '왕의 대로'(King's Highway)란 고유 명사
로서, 트랜스 요르단(Trans Jordan) 북쪽으로부터 아모리와 모압과 에돔을 통
과하여 아카바 만의 어귀인 '에시온 게벧'에 까지 이르는 거대한 국제 도로를
일컫는다. 이 도로는 아마도 군사적 목적으로 주변 국가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건설한 것으로 보이는데, 평화시에는 다메섹에서 아라비아를 왕래하
는 대상(隊商)이 주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200만명 이상의 백성을 진행시켜야
하는 모세로서는 이 넓은 길이 행군에 절대적으로 요청되었을 것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18 에돔 왕이 대답하되 너는 우리 가운데로 통과하지 못하리라 내가 나가서
칼로 너를 맞을까 염려하라
ㅇ칼로 너를 맞을까 염려하라 - 에돔왕은 오랜 민족적 감정으로 인해 이스라
엘의 통과를 불허했다(창 27:41). 더욱이 그는 무력으로 이스라엘의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까지 경고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에돔의 이러한 적대 행위로
인해 후일 그들은 여호와의 심판을 면치 못했다(옵 1장).
19 이스라엘 자손이 이르되 우리가 대로로 통과하겠고 우리나 우리 짐승이
당신의 물을 마시면 그 값을 줄 것이라 우리가 도보로 통과할뿐인즉 아무 일도
없으리이다 하나
ㅇ대로( 메실라) - '돋운 길'(사 49:11)이란 뜻으로서, 군사 또는 무역용으로
닦은 길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왕의 대로'를 지칭한다<17절>. 이 대로는 오늘
날에도 '왕의길'(Derb es Sultan)이라 일컬어진다.
ㅇ아무 일도 없으리이다 - 문자적으로는 '결코 아무 일도 아니다'란 뜻이다.
즉 '왕의 대로'만 사용할 뿐 더이상 바랄 것도 피해 줄 것도 없다는 뜻이다.
20 그는 가로되 너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하고 에돔 왕이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나와서 강한 손으로 막으니
ㅇ강한 손으로 막으니 - 에돔 왕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행군을 재개
하자 에돔 왕은 군대를 소집하여 '강한 무력'(RSV, a strong force)으로
이스라엘의 진입을 막았다.
21 에돔 왕이 이같이 이스라엘의 그 경내로 통과함을 용납지 아니하므로
이스라엘이 그들에게서 돌이키니라
ㅇ이스라엘이...돌이키니라 - '왕의 대로'가 그토록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스라엘이 에돔과 접전하지 아니하고 쉽게 행군 방향을 돌린 이유는 다음과 같
다. (1)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세일 산을 중심한 에돔 땅을 에서의 후손들에게
기업으로 주셨기 때문이며(창 36:1, 8, 9) (2) 하나님께서 형제 민족의 땅을
탐하거나 침범치 말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신 2:4, 5;23:7). (3) 하나님께
서는 소모적인 전쟁을 막으시고, 가나안 7족속의 징벌(신 7:1)을 위해 힘을 비
축케 하셨기 때문이다. (4) 그리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보호자이실 뿐 아니라,
모든 이방인의 주관자도 되시는 분으로서 이번 경우 오직 정의와 평화의 원칙
으로 이 땅을 통과하기 원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22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이 가데스에서 진행하여 호르산에 이르렀더니
ㅇ호르 산에 이르렀더니 - '호르산'은 에돔 변경에 위치한 곳으로(23절;33:
37). 가데스 북동쪽 약 24km지점에 있는 오늘날의 '에벧 마두라'(Jebel
Madurah)로 추정된다. 이 산은 가데스에서 모압으로 곧장 갈 수 있는 도로상
에 있다.
23 여호와께서 에돔 땅 변경 호르산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시니라
가라사대
ㅇ에돔 땅 변경 호르 산 - 가데스에서 에돔 왕에게 사신(使臣)을 보낸 모세는
아마 에돔 왕이 허락해 줄 것으로 간주하여<17절>, 회보가 올 동안 당시 에돔
국경을 형성하고 있던 아라바 지역의 호르 산까지 진행했던 것 같다.
24 아론은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고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땅에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므리바 물에서 내 말을 거역한 연고니라
ㅇ아론은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고 - 성경 기록에 의하면 히브리인들은 그들의
죽음을 '열조에계로 돌아가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창 15:15;25:8;35:29;49:
29, 33). 이는 구약 시대 히브리인들의 내세관이 반영된 말로서, 사실 그들에
게는 신약 시대와 같은 부활 사상은 희박했다(계시의 점진적 측면에서 구약후
기의 히브리인들에게서 부활 사사이 가끔 언급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죽음 이
후에는 사자(死者)들이 '음부'라는 처소에 머무는 것으로 이해했다<창 37:35
주석 참조>.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비록 '영생' 개념은 뚜렷하지 않았
지만, 그들은 죽음 이후에도 후손을 통해 자신들이 영존(永存)하는 것으로 확
신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독립된 한 개체로서의 자신보다는 가문 또는 혈족
내에서의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욱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또다른 형태로서의 존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더
욱이 그들에게는 여호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확실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죽은 자신들의 조상은 그 지으신 하나님께로 돌아갔다고 믿었으
며(전 12:7), 결국 자신들이 죽어 '조상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은 조상들이 간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ㅇ내가...준 땅에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 그 결정적 이유는 '므리바 물' 사건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론 역시 혈기에 찬 모세의 행동<11, 12절>에 동조했음
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결국 아론의 죽음은 자연사(自然死) 이상의 의
미, 즉 하나님의 징벌로 볼 수 있다.
25 너는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산에 올라
ㅇ너는 아론과...호르 산에 올라 - 여호와 종교는 산(山)의 종교라 할만큼 산
과 밀접하다. 즉 하나님은 많은 경우 산에서 당신의 종들을 친밀히 만나시고
당신의 뜻을 계시해 오셨다. 이제도 하나님은 출애굽의 두 영웅(모세와 아론)
과 그 뒤를 이어 제 2대(代) 대제사장이 될 엘르아살을 산으로 부르시고 아론
의 최후를 주도하셨다. 그러므로 아론의 죽음은 다른 여타 악인의 최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곧 하나님이 함께 하는 죽음으로 볼 수 있다.
26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리라
ㅇ아론의 옷을 벗겨...엘르아살에게 입히라 - 여기서 '아론의 옷'이란 대제
사장의 의복을 뜻한다. 대제사장이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봉사를 할 때 그는
반드시 이 복장은 착용해야만 한다<출 28:1-43>. 그러므로 모세가 아론에게
서 이 옷을 벗겨 엘르아살에게 입히는것은 아론의 대제사장직이 그의 아들
에게 전수된다는 상징적 행동이었다<레 8:7-9>.
27 모세가 여호와의 명을 좇아 그들과 함께 회중의 목전에서 호르산에 오르니라
ㅇ회중의 목전에서...오르니라 - 모세는 제사장직에 도전한 고라 일당의 반란
사건(16장)의 경험을 살려 대제사장직의 직책이 인간의 자의에 따른 것이 아니
라(16:3), 하나님의 권위로 위임된 것임을 온 백성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백성
들의 '목전에서' 현직 대제사장과 신임 대제사장을 대동하여 하나님이 부르시
는 산에 올랐다.
28 모세가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매 아론이 그
산꼭대기에서 죽으니라 모세와 엘르아살이 산에서 내려오니
ㅇ아론이...죽으니라 - 출애굽시 아론의 나이는 83세였고(출 7:7), 죽을 때 나
이가 123세였으므로(33:39). 그가 출애굽 제 40년 5월1일에 죽었다는 33:38의
기록은 정확하다. 한편, 초대 대제사장 아론의 죽음은 지금도 살아 계시사 우
리의 중보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대제사장직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
다(히 7:21,24). 이처럼 인간 대제사장은 죽어갔으나 하나님이 그리스도로 말
미암아 세우신 '대제사장직'을 영원히 지속시키시는 것은 인간과 영원히 교제
하시기를 원하시며, 죄 용서하시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우신 성품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29 온 회중 곧 이스라엘 온 족속이 아론의 죽은 것을 보고 위하여 삼십일을
애곡하였더라
ㅇ위하여 삼십 일을 애곡하였더라 - 보통의 애도 기간은 7일간이었으나(창 50
:10;삼상 31:13), 모세와 아론의 경우 각각 30일간 진행되었다(신 34:8). 이는
지도자에 대한 각별한 예우로써 국장(國葬)에 해당한다.
출처 : 춘천 대우인력 김진규
글쓴이 : 대우인력 김진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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