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47장 주석
=====47:1
처녀 딸 바발론 - '처녀 딸'이란 남자와 관계를 갖지 않은 순결한 여인을 가리키는
데, 바벧론과 동격으로 사용된 데에 대하여 몇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로, 이 용어는
바벧론이 그전에는 외국 군대에 의하여 한번도 정복을 당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암시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Kimchi, Whybray). 두 번째로, 이 용어는 바벧론 자체를 가리키
는 것이 아니라 갈대아와 그 땅 전체를 의인화한 표현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Gesenius). 섯째로, 이 용어는 바벧론 성 자체의 아름다움, 찬란함, 그리고 그 성 여
인들의 우아함, 장식품의 풍부 등을 암시한다는 견해가 있다(Barnes). 각각의 견해들
이 일리는 있으나 문맥이 난공 불락의 바벧론 성이 외적의 침입으로 인하여 멸망을 당
할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첫 번째 견해를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다
(Herodotus).
티끌에 앉으라 - 이는 땅 위에 앉아 재를 머리에 뒤집어 쓰는 것을 가리키는데, 성
경에서 이 이미지는 극도의 수치나 슬픔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욥 2:12;10:9;애
3:29). 디도(Titus)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주조한 기념 메달에
보면 종려나무 아래 땅 위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Barnes).
여기서 이 표현이 사용된 것은 가장 열악한 상황으로 떨어져 버릴, 가장 심한 슬픔을
맛볼 바벧론을 묘사하기 위함이 분명하다.
=====47:2
맷돌을 취하여 가루를 갈라 - 아우구스투스 시이저 시대에 물레방아가 발명되기 전
까지 고대 근동 지방에서 사용되었던 맷돌은 아래짝과 위짝 두 둥근 돌로 만들어졌으
며 아래짝은 볼록한 모양으로 위짝은 오목한 모양으로 서로 맞물려 있었고 위짝 맷돌
가운데에 난 구멍으로 곡식 따위를 넣어 돌리므로 곡식을 빻았다. 대체로 여인 둘이
마주 않아 돌렸던 이 맷돌은 특히 여자 노예의 전유물이기도 하였다(마 24:41). 미래
바벧론의 노예 생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면박을 벗으며 - '면박'에 해당하는 '차마테카'(* )는 구약 성경에서 이곳에
서만 나오며, 의미는 '꼬고 땋아 내린 머리' 혹은 문자 그대로 '얼굴을 가리는 얇은
천' 등으로 볼 수 있따(고전 11:15). 땋은 머리든지 면박이든지 그것을 들어올리거나
벗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큰 수치를 뜻하였다.
다리를 드러내고 강을 건너라 - 다리를 드러낸다는 표현은 당시 바벧론의 지도층
부녀자들이 자락이 길고 펄럭이는 옷을 입었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강을 건넌다
는 표현은 바벧론 주위에 있었던 많은 강들과 수로들을 건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아울러 이는 포로로 잡혀가는 것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겠다.
=====47:3
내가 보수하되 사람을 아끼지 아니하리라 - 본 구절 중 '사람을 아끼지 아니하리
라'는 매우 어려운 부분으로 그 해석이 다양하다. 해석에는 '사람이 나를 저항하지 못
하리라'(Jerome), '나는 그 어느 누구도 중재가가 되지 못하게 하리라'(Grotius), '나
는 누구와도 평화하지 않을 것이다'(Noyes)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해석의 관건은
'아끼다'로 번역된 '에프가'(* )를 어떻게 번역하느냐인데, 이 용어는 '누구를
치다', '공격하다', '적대감을 갖고 덮친다', '죽이다', '살육하다' 등의 뜻과 함께
'누구를 치다', '공격하다', '적대감을 갖고 덮치다', '죽이다', '살육하다' 등의 뜻
과 함께 '누구를 대신하여 만나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이 후자의 뜻을 중시하고 전
술한 해석 중 그로티우스(Grotius)의 견해를 존중할 때 우리는 문제의 구절을 이렇게
번역할 수 있겠다:'바벧론을 대신하여 나선 그 어느 중재자도 만나지 아니하리라'(참
조, I will not meet thee as a man, KJV). 이 같은 번역은, '내가 보수하되'라는 표
현에서도 분명히 읽을 수 있는 하나님의 바벧론에 대한 징벌의 단호한 결심과도 조화
를 이룬다.
=====47:4
본절은 앞뒤 문맥과 잘 조화되지 않는 듯한 독특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
은 일종의 찬양 혹은 큰 놀람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저자는 환상 중에 바
벧론의 수치스러운 멸망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큰 놀람과 기쁨의 탄성을 터뜨렸던
것 같다. 그 감격의 내용을 좀더 풀어보면 이와 같다:'오 우리의 구속자이시여 ! 당신
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이시니이다 ! 당신의 능력은 얼마나 크신지요 ! 당신은 얼마
나 신실하신지요 !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너무도 분명히 드러났나이다. 바벧론이 멸망
하나이다. 그들의 우상이 그들을 구원할 수 없나이다. 그들의 멸망은 우리 백성의 구
속자이시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이신 당신에 의하여 성취되었나이다.' 예기치 못했던
바벧론의 멸망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인간적인 통쾌감을 느끼기보다는 이스라엘의 구원
자되시는 하나님께 대한 경외감 및 그분에 대한 감격을 느꼈던 것이다.
=====47:5
흑암으로 들어가라 - 동일한 이미지가 이스라엘의 포로 사실과의 연관성 속에서 사
용된 바 있는데(42:7), 이제 그 동일한 운명으로 고통다하는 바벧론을 묘사하기 위해
다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본 묘사가 바벧론의 포로 사실을 필연적으로 암시하는 목
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포로와 같은 슬픈 운명을 강조할 뿐이다.
열국의 주모(主母) - 분자적인 뜻은 '왕국들의 여주인'이다. 이 호칭은 로마에게
붙여졌던 '세계의 여왕'이란 호칭을 연상케 한다. 바벧론은 이 같은 호칭에 걸맞는 권
세와 명성을 유지하였고 그 주위의 열국들은 종속자, 종들로 여겨졌었다.
=====47:6
내 기업을 욕되게 하여 - 여기 '기업'이란 예루살렘을 포함한 유다 땅을 가리킨다.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과 모든 유다의 도시들이 파괴되도록 허락하셨고, 그 결과 그
온 땅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비록 갈대아의 손을 빌어 그 일을 하셨지만 분명히 그
결과는 하나님의 계획 아래 하나님의 지시대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늙은이에게 네 멍에를 심히 무겁게 메우며 - 이스라엘 포로를 대함에 있어 바벧론
이 온정을 베푼적도 있었다. 다니엘의 경우 바벧론에서 존귀히 여김을 받았고 큰 특혜
를 누렸던 것을 우리는 익히 아는 바이다. 그러나 바벧론 왕 느부갓네살의 경우 예루
살렘 성과 도시를 참혹하게 부쉈을 뿐 아니라 인권을 말살하는 잔혹성으로 이스라엘
포로들을 대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시편 기자는 그 사실을 애절한 시구로 묘사한 바
있다(시 137:1-3). 더욱이 바벧론의 압제자들은 노인을 학대하고 그들에게 중한 노역
을 시켰다. 성경은 도처에서 노인에 대한 예우, 공격을 중요한 의무로 가르치고 있다
(레 19:32;욥 32:4-6). 그리고 노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행동을 가장 악한 범죄의 하
나로 경고하고 있다(왕하 2:23-25;잠 30:17). 바벧론의 압제자들이 노인을 학대한 사
실을 예레미야의 시들 속에서 반영되고 있다(애 5:12).
=====47:7
내가 영영히 주모가 되리라 - 이 구절은 바벧론의 교만과 자기 확신을 묘사한다.
바벧론은 부(富), 그 성벽과 성문의 견고함, 대적에 대항할 수 있는 풍부한 군비 등을
믿었다. 더군다나 바벧론에게는 내우 외환(內憂外患)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듯이 보였
다(Barnes). 따라서 그들은 바벧론의 태평 성대가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다. 그러
나 그 같은 확신이 바벧론 멸망의 동기는 되지 않는다. 문제는 자신들이 하나님의 도
구였다는 사실 곧 하나님의 통제 아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었다.
이 일 - 이것은 단지 하나님의 징계의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알지 못한 채 포로 생
활로 압제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자신들의 방법대로 가혹하게 대했던 것을 가리킨다.
물론 그 같은 처세는 자신들이 거룩하고 공의로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때문이었다.
그 종말 - 바벧론은 자신들처럼 교만하고 잔혹하였던 다른 열방들의 종말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어야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통치
를 인정치 않았으니 불행한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47:8
사치하고 평안히 지내며 - 유흥에의 탐닉과 사치스런 생활이 조장한 유약하고 의미
없는 삶을 가리킨다. 일설에 의하면 이 시대는 부패와 유흥과 방탕이 극에 달했던 시
대라고 한다(Strabo). 또 다른 학자는 그 당시 바벧론만큼 방탕과 범죄적 쾌락에 몰두
했던 나라는 없었다고 주장한다(Curtius).
나 뿐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도다 - 이것을 바벧론의 비교 우위적 자만으로 보
는 견해가 있다. 즉, 바벧론 백성들은 그들의 도시만 도시요 다른 나라의 도시들은 무
가치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당대 필적할 나라가 없었던 로마 역시 동일한 자만을
나타냈다고 한다(Martial). 그러나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위치에 자신들
을 비교했던 신성 모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Whybray). 이 두 견해는 상호 보완적이
다. 왜냐하면 자신들에 대한 극도의 자만은 결국 자신들을 하나님의 위치에 놓게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자만, 하나님에 대한 도전을 나타내었던 자들로 니느웨 성 거민들을
들 수 있다(습 2:13-15).
=====47:9
무수한 사술과 많은 진언을 베풀지라도 - 원문 직역은 '많은 사술과 많은 주문 속
에서'이다. 여기 '속에서'는 '베'(* )를 번역한 것인데 이 '베'는 두 가지 의미로 쓰
일 수 있다. 하나는 '...에도 불구하고'이고, 또 다른 하나는 '...때문에'이다. 전자
의 뜻을 취할 경우는 개역 성경 번역의 뉘앙스처럼 많은 사술과 마법에도 불구하고 바
벧론에 재앙이 임한다는 뜻이 되겠고, 후자의 뜻을 취할 경우는 바벧론에 재앙이 임하
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이 많은 사술과 마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무리없는 문맥의 소통을 위해서는 전자를 취하는 것이 좋다.
=====47:10
지혜...지식 - 이것은 당시 주변 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발전하였던 산수, 천문학,
점성학, 마법 등을 일차적으로 가리킨다. 특히 당시 점성학이나 마법 따위는 단순한
학문의 성격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47:11
네가 그 근본을 알지 못할 것이며 - 여기 '근본'으로 번역된 '솨헤라'(* )는
'새벽의 빛', '새벽의 여명', '아침'을 뜻한다. 이 같은 의미를 존중할 때 본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새벽의 빛이 캄캄한 어둠을 갑자기 몰아내듯이 바벧론 위에 임하는 멸
망도 갑자기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이를 물리칠 능이 없을 것이며 - 여기 '물리칠'은 '속죄하다', '보상하다'가 그 원
문적인 뜻이다. 말하자면 바벧론은 그 어떤 속죄의 희생물이나 기도, 제물 따위로도
임하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는 신정(神政) 시대였다. 따라서 어떤 나
라든 간에 위기가 닥치면 자신들이 섬기는 신에 의존함으로써 위기를 해결하기 일쑤였
다.
=====47:12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악신의 음성을 듣고 그 위기를 해결했던 영매자, 마법
사들에게 이번에도 악신을 불러 위기를 한번 막아보라고 권하는 일종의 조롱조의 도전
이다.
=====47:13
하늘을 살피는 자 - 문자적인 뜻은 '하늘을 나누는 자'이다, 여기서 '나누는'에 해
당하는 '호베레'(* )는 구약에서 이곳에만 나오는 용어이며 '자르다', '나누다'
를 뜻하는 아랍어의 동족어이다. 바벧론 사람들은 천체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땅의 일을 예언하기 위하여 하늘을 몇 구역으로 나누었다. 아마도 오늘날의 황도대(黃
道帶), 12궁도 따위도 바로 여기에서 기원한 것 같다(Whybray).
별을 보는 자 - 문자적인 뜻은 '별을 응시하는 자'이다. 이는 단순히 천문학을 연
구하는 차원보다는 별을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신격체로 숭배했던 사실과 관련되는
표현인 듯하다.
월삭에 예고하는 자들 - 문자적인 뜻은 '달들에 관하여 지식을 주는 자'로서 달의
모양이 변해가는 동안 벌어질 땅 위의 사건을 예언하는 일종의 점쟁이들을 가리킨다.
하늘, 별, 달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그 피조물들을 관찰하며 미래지사를 예언하는 자들
을 비웃듯 열거하고 계신다.
=====47:14
이 불은 더웁게 할 숯불이 아니요 - 문자적인 뜻은 '따뜻하게 하는 숯 하나 없으리
라'이다. 이것은 바벧론의 완전한 멸망을 암시한다. 초개나 나무의 등걸이 완전히 타
버릴 경우 심지어 숯 하나 남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와 같은 장면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된다. 어떤 학자는 '그것으로 빵 하나 구울 수 있는 숯 조각 하나 남아 있지
않으리라'로 번역하기도 한다(Rosenmuller, Cocceius).
=====47:15
너의 근로하던 것들 - 앞에 언급된 '하늘을 살피는 자', '별을 보는 자', '월삭에
예고하는 자' 등을 가리킨다.
너와 함께 무역하던 자들 - 바벧론은 지형학적으로 교통의 요충지였다. 따라서 무
역을 목적으로 하는 많은 외국 배들이 그들의 항구를 빈번히 찾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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