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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선교회

구약/에스더

[스크랩] 에스더 (3 : 1~15) 주석

예루살렘 선교회, 안디옥 선교회 2015. 2. 7. 21:05
에스더 3장


1 그 후에 아하수에로왕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이 올려 모든
함께 있는 대신 위에 두니

ㅇ그 후에 - 에스더가 왕후의 자리에 오른때(B.C. 479년, 2 : 16)로부터 아하수에로
즉위 12년 되던 해(474년, 7절) 사이의 어느 기간을 가리킨다. 대략 B.C. 476년이나
475년 쯤될것이다.
ㅇ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 - 여기의 '아각 사람'은 사무엘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아말렉 왕 '아각(삼상 15 : 33)의 후손'을 뜻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한다면 '하
만'이라는 인물은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 족속들이 출애굽 직후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적한것으로 인하여
(출 17 : 8), 그들을 영원한 진멸의 대상으로 삼으셨었다(출 17 : 14-16). 따라서 하
나님은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을 도구로 삼아 그들을 계속 멸절시켜 오셨다(삼상 15 :
2, 3 ;삼하 8: 11, 12; 대상 4 :4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말렉 족속은 완전히 멸
절되지 않은 채, 오히려 하나님의 자녀인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하려는 암적 존재로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함므다다'는' '달에 의해 주어진'의 뜻을 갖는 바벧론
식이름이며 '하만'은 엘람의 주신(主神)인'후만'(Humman)과 관련되는 듯하다(Jensen).
ㅇ지위를 높이 올려 - '하만'은 비록 페르시아 사람이 아닌 아말렉 사람이었지만, 페
르시아 왕들의 포용적 통치 정책에 따라 높은 지위에 오를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마
치 다니엘이 유대인이면서도 페르시아의 고위직에 있었던 경우(단6 : 2, 3)와 유사하
다.

2 대궐 문에 있는 왕의 모든 신복이 다 왕의 명대로 하만에게 꿇어 절하되 모르드개는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하니

ㅇ대궐 문에 있는...신복 - '신복'(에베드)은 '종' 혹은 '하인'의 뜻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문지기 등의 하급 관리'를 가리키나, 여기서는 일반적 의미의 조신(朝
臣)을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하다.
ㅇ왕의 명대로 하만에게 꿇어 절하되 - '꿇어 절하되'는 '코가 땅에 닿을 만큼 납작
하게 엎드려서 절하는 것'을 가리킨다(Herodotus, Schultz). 사실 고급 관리에 대한
이 같은 경의(敬意)의 표시는 페르시아 제국 당시의 보편적 관습이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별도의 '왕의 명령'이 있었던 까닭은, 그가 갑자기 높은 지위로 올려졌던 때
문일 것이다(Rawlinson).
ㅇ모르드개는 꿇지도...절하지도 아니하니 - '모르드개'의 이러한 행동을 설명하는
해석에는 (1) 하만이 신적인 경배 행위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견해(Josephus, Keil,
Schultz), (2)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에는 왕에게라도 절하지 않았던 헬라 관습의 영
향을 받은 때문이라는 견해(Rawlinson), (3) '하만'이 하나님의 영원한 저주를 받았던
아말렉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견해(O. Bonart, H. Grotius), (4) '하만'으로 하여금
유대인들을 몰살시키려는 적의(敵意)를 품도록 하기 위한 의도 때문이라는 견해
(Paton) 등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 중에서 첫째, 페르시아 왕들은 자신들을 신
적 조언자로 생각하고 있었으며(Aesechylus) 둘째, 모르드개는 자신이 절하기를 거부
하는 이유가 자신이 유일신 여호와 숭배자이기 때문임을 암시할 목적으로 자신이 유대
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4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1)의 견해가 가장 타당하
다. 하지만 모르드개가 높은 사람에게 절하는 일 자체를 기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같이 볼 수 있는 까닭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왕에게 뿐만아니라 모든 높은신분
의 사람들에게까지 절을 함으로써 경의를 표하는 관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창
: 7 ;33 :3 ; 삼상 24: 8). 그러나 '모르드개'는 '하만' 이 왕의 후광을 힘입어 신적
경배를 요구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유일신 숭배자임을 암시하면서(4절) 절하기를 거부
했던 것이다.

3 대궐 문에 있는 왕의 신복이 모르드개에게 이르되 너는 어찌하여 왕의 명령을
거역하느냐 하고

ㅇ왕의 명령을 거역하느냐 - 이 같은 다른 신하들의 반문은 모르드개의 신변을 염려
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유난스런 행동을 한 모르드개를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포로 출신인 무명의 모르드개가 그들과 같은 직위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
들은 시기하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4 날마다 권하되 모르드개가 듣지 아니하고 자기는 유다인임을 고하였더니 저희가
모르드개의 일이 어찌 되나 보고자 하여 하만에게 고하였더라

ㅇ모르드개가...유다인임을 고하였더니 - 이것은 자신이 오직 유일하신 여호와 하나
님만을 섬겨야 하는 신분이어서, 신적 경배를 요구하는 하만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간접적 의사 표시이다(2절 주석 참조). 한편, '유다인'에 대해서는 2 : 5주석을 참조
하라.
ㅇ모르드개의 일이 어찌 되나 보고자 하여 - 여호와만을 섬기는 유다인이기 때문에
하만에게 신적 경배를 드릴 수없다고하는 '모르드개의 변명'이 과연 하만에게 받아들
여질지를 알고 싶어했다는 뜻이다(Rawlinson). 그러나 사실상 모르드개와 함께 일했
던 그관리들은 오히려 '모르드개'와 그 변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큰 벌을 받게 되
기를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관리들은 모르드개에 대한 시기심을 가진
것 외에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만을 내세워 자신들의 반복적인 권면을 단호히 뿌리친
모르드개를 쾌씸하게 여렸을 것이기때문이다. 한편, '모르드개의 일'의 '일'
(다바르)을 '행동'(NIV) 혹은 '말'(Rawlinson)의 뜻이다.
ㅇ하만에게 고하였더라 - '하만'은 모르드개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지 아니한 사실
을 잘몰랐던 것이 분명하다. 왕명을 거역해가면서까지 자신에게 절하기를 거부하는 사
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며, 또한 모르드개는 비교적 하위직이었기
때문에 항상 대궐 문에서 일하는 관리 중 뒷전에 위치하여 비록 경의를 표하지 않았더
라도 '하만'의 눈에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모르드개가 절하지 아니
한 사실과 그가 그렇게 행한 이유를 이같이 보고한 일은, 모르드개에 대한 악의(惡
意)의 반영임이 분명하다.

5 하만이 모르드개가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함을 보고 심히 노하더니

ㅇ노하더니(헤마) - '뜨거워지다 '혹은 '뜨겁다'의 뜻을 갖는 동사 '야함
' 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 단어는 아하수에로왕이 와스디에 대해서 발
(發)했던 감정을 가리킬때도 사용했던 말이다(1 : 12 ;2 : 1). 본서의 저자는 아하
수에로 왕의 무자비한 성격을 폭로할 때 사용한 그 단어를 '하만'의 경우에서도 사용
함으로써, 하만 또한 아하수에로 왕처럼 무자비한 인물이었음을 암시하려고 한다. 또
한, 본서의저자는 '하만'과 발음이 비슷한 '헤마'라는 단어를 그가 진노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사용함 로써, 그가 냉정치 못하고 흥분을 잘하는 감정적 인물임을 암시해
준다(Baldwin).

6 저희가 모르드개의 민족을 하만에게 고한고로 하만이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이
경하다 하고 아하수에로의 온 나라에 있는 유다인 곧 모르드개의 민족을 다 멸하고자
하더라

ㅇ하만이...온 나라에 있는 유다인...다 멸하고자 하더라 - 학자들은 예수님 당시의
해외거주 유대인(Diaspora)의 수효가 약 4백만 명이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페르시아
제국 당시의 해외 특히 바벨론 지역 거주 유대인의 수효를 약70만 명 정도로 역산(逆
算) 해냈다. 그런데 '하만'이 이처럼 유대인을 대랑 학살하려고 한것이 반드시 그가
자신의 민족 아말렉과 이스라엘 백성이 서로 불구 대천의 원수였다는 사실(1절 주석
참조)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추측컨대 하만은 여호와 신앙을 고백
하는 모든 유대인들이 마치 모르드개처럼 자신에 대해서 도전적 태도를 갖고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려고 한 듯하다. 그러나 '하만'이 하나
님의 자녀 이스라엘 백성들을 몰살시키려한 계획에는 사단의 역사가 개입됐음이 분명
할 것이다(본장 장 강해, '메대 '바사인들에 의한 대학살' 참조). 아무튼 이 같은 대
량 학살은, 스구디아 사람들(Scythians)에 대한 학살(Herodotus, i, 106)과 마구스 사
람들(Magus)에 대한 학살(Herodotus, iii, 79)사건 등이 증명하듯이 고대 중근동 사회
에서 크게 드문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Paton, Rawlinson).

7 아하수에로왕 십 이년 정월 곧 니산월에 무리가 하만 앞에서 날과 달에 대하여
부르 곧 제비를 뽑아 십이월 곧 아달월을 얻은지라

ㅇ아하수에로 왕 십 이 년 - B.C.474년이다. 에스더가 왕후에 오른지 5년이 되는 해
였다(2: 16).
ㅇ정월 곧 니산월 - 이것은 종교력으로 환산한 경우이다(2 :16). 민간력으로는 7월
이며, 태양력으로는 3-4 월에 해당된다.
ㅇ무리가 하만 앞에서 날과 달에 대하여...제비를 뽑아 - 이같은 행동은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을 실행하기에 적절한 길일(吉日)을 택하기 위해 취해졌다. 이처럼 제비를
뽑아 신의 뜻을 알아내려는 관습은 이스라엘을 포함한(잠 16: 33) 고대 중근동 사회에
서는 보편적인 것이었다. 한편, 이스라엘을 제외한 그밖의 민족 사회에서 제비를 뽑는
일은 으례히 점쟁이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Paton). 추측컨대 '하만'은 상당
한 권세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마치 왕이 그랬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점성술사 혹은 점
쟁이를 데리고 있었을것이다(Paton).
ㅇ부르(푸르) - '제비'의 뜻을 갖는 고대 페르시아어이다. '지정'(指定)혹
은 '운명'을 의미하는 현대 이란 단어 '파레'의 뿌리가 바로 이 '푸르'이다(Schultz).
ㅇ십 이월 곧 아달월을 얻은지라 - 하만은 유대인 학살을 그에 관한 명령이 반포된
지 열 한 달 후 쯤에 실행하기로 한 셈이 된다. 바로 이 같은 시간적여유가 있었던
까닭에 모르드개와 에스더는 하만의 음모를 파(破)할 수 있었다. 한편, '아달월'은
민간력으로는 6월, 태양력으로는 2-4월이다. 이때는 태양의 열기가 차츰 강해지기 시
작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아달'이 '빛이 찬란함'의 뜻이 있는 바벨론 단어 '엇멜'
과 결코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다(Rawlinson).

8 하만이 아하수에로왕에게 아뢰되 한 민족이 왕의 나라 각 도 백성 중에 흩어져
거하는데 그 법률이 만민보다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용납하는 것이
왕에게 무익하니이다

ㅇ한민족이...흩어져 거하는데 - 바벧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과 그 후예들
중에는 고래스의 칙령에 의해서 팔레스틴으로 귀환한 백성들도 있었지만(스 1 : 1, 2
; 2 : 1). 경제적 기반을 제대로 다진 사람들 등 상당수는 여전히 바벨론과 페르시아
전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었다. 한편, 하만은 페르시아 정부가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다 민족'이라는 말 대신
에 '한 민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박윤선).
ㅇ왕의 나라 - 이것은 아하수에로 왕에 대한 아부를 목적으로 한 삽입구이다.
ㅇ그 법률이 만민보다 달라서 - 이스라엘 백성들은 우상 숭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규범(출 20 : 3, 4)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하만의 이 같은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
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른 민족들과 전혀 조화를 이룰 수 없을 만큼의 판
이한 '법률'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ㅇ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 전통적으로 페르시아 제국은 종교적인 측면에서
피정복민에게 관용적 정책을 취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의 법률을 거역
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본 문구의 하만의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그는 모르드개 한 개인이 자신에게 경배를 하지 않은 일을 온 유대인이 '왕의 법
률'을 거역한일로 확대시켜 무고(誣告)하고 있는 것이다.

9 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조서를 내려 저희를 진멸하소서 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 왕의
일을 맡은 자의 손에 부쳐 왕의 부고에 드리리이다

ㅇ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 신하들이 '왕'에게 어떤 제안을 하기에 앞서 왕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상투적인 술어이다(1 : 19).
ㅇ조서를 내려...진멸하소서 - 유대인들을 대학살하는 문제(6절)는 너무나도 중대한
사안(事案)이었기 때문에, 왕의 구두(口頭)명령으로는 제대로 시행되기 곤란하였다.
특히 왕의구두 명령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취소되거나 혹은 변개될 수도 있었다. 그
래서 하만은 문서화된, 그리고 왕의 도장까지 쪘혀서 결코 취소 . 변개될 수 없는(1 :
19) 명령의 하달을 왕에게 간청하고 있는 것이다.
ㅇ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왕의 부고에 드리리이다 - 이 같은 하만의 제안은 아하수
에로 왕이 최소한 재정적 문제로 인해서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자신의 간청을 거절하
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다. 사실 아하수에로 왕은 유대인들을 대량 학
살하는 문제 그자체 뿐만 아니라, 그들을 학살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과 그들을 죽
여 없앰으로써 발생할 세수(稅收) 손실에 대해서 염려치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하
수에로 왕은 집권 초기에 한 신하가 기부하는 엄청난 금액을 거절한 일도 있었다고한
다(Herodotus, vii, 28). 그러나 그때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을때였고, 그리이스와
의 계속됐던 전쟁으로 국고 손실이 컸던 본문 당시의 상황에서는 하만의 기부금에 마
음이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Rawlinson). 한편, 한 달란트가 34kg 이므로 '은 일만
달란트'는 340,000kg인 셈이다. 그런데 페르시아 제국의 연간 세수를 15,000달란트라
고 한 헤로도투스의 기록(iii, 95)이 옳다고 한다면, 이 '일만 달란트'는 실로 엄청나
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페르시아 시대에 대단히 많은 재산의 소유자가 간혹
있었다고는 하지만, '은 일만 달란트'는 하만의 개인 재산에서 바쳐지는 돈이 아니었
을 것이다. 추측컨대 이 많은 돈은 유대인으로부터 탈취할 재산을 염두에 둔 것인 듯
하다(Schultz). 실제로 왕의 조서에는 유대인 대학살과 더불어 그들로부터의 재산 탈
취도 허용하는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었다(13절). 한편, '부고' (긴제
이)는 스7:20조에서는 '내탕고'로 번역된 단어로서 왕의 재산이 보관되는 창고이다.
ㅇ왕의 밀을 맡은 자 - '왕의 일'은 왕을 위하여 국고를 수납 혹은 출납하는 일을 뜻
한다(Rawlinson). 그리고 '맡은자'(오세이)는 문자적으로 '일하는 자'의 뜻
이며 구체적으로는 오늘날의 '재무장관'과 같을 것이다(Keil).

10 왕이 반지를 손에서 빼어 유다인의 대적 곧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에게
주며

ㅇ왕이 반지를...빼어...하만에게 주며 - '반지'는 왕의 조서가 절대적 구속력을 지
닐 수 있도록 거기에 날인하는 데 사용됐다는 점에서(1:19). 이러한 행동은 곧 하만에
게 '한 민족'(8절)에 대한 대학살과 관련한 전권(全權)을 위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 아하수에로의 부왕(父王)이었던 다리오는 원통(圓筒) 석인(石印)을 썼었다.
이 석인은 현재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Rawlinson). 추측컨대 여기의 '반지'
가 다리오 왕의 것과 같은 '석인'이었을 가능성도 크다(Rawlinson).

11 이르되 그 은을 네게 주고 그 백성도 그리하노니 너는 소견에 좋을대로 행하라
하더라

ㅇ그 은을 네게 주고 그 백성도 그리하오니 - 이는 아하수에로 왕이 유대인들의 생명
뿐만 아니라 재산까지도 하만의 손에 넘겼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의 '그 은'은
엄밀히 말하여 하만이 왕에게 기부하려고 했던 '은 일만 달란트'가 아니다(9절). 즉,
아하수에로 왕은 유대인들의 재산을 그들에게서 탈취 행위를 하는자의 상급으로 허용
한 것이며(Baldwin), 그 탈취물들 중 무려 은 일만 달란트나 되는 액수가 자신에게 당
연히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봐야 할 것이다.
ㅇ소견에 좋을 대로 행하라 - 결국 이는 유대인들을 완전히 몰살시키고 아울러 그들
의 재산을 철저히 탈취해도 좋다는 허락이다. 고대 중근동 국가들의 일반적 관례에
따르면, 왕의 통치 아래 있는 백성들로부터 몰수한 재산이나 혹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백성들이 죽음로써 임자를 잃은 재산은 모두 자동적으로 왕의 소유가 되었었다
(Rawlinson). 그러나 아하수에로 왕은 여기서 그 같은 재산의 처분권을 하만에게 완
전히 위임한 것이다.

12 정월 십 삼일에 왕의 서기관이 소집되어 하만의 명을 따라 왕의 대신과 각 도
방백과 각 민족의 관원에게 아하수에로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쓰되 곧 각 도의 문자와
각 민족의 방언대로 쓰고 왕의 반지로 인치니라

ㅇ정월 십 삼 일...서기관이 소집되어 - 하만은 정월 초하루에 제비를 뽑았을 듯하며
(Rawlinson, 7절) 그 즉시 왕의 허락을 받아낸 후, 유대인 대학살을 집행키 위한 첫
단계의 일인 '서기관 소집'을 '십 삼 일'로 정했을 것이다.
ㅇ하만의 명을 따라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모든권한이 '하만'에게 이양됐던 사실(10,
11절)과 잘 부합된다. 즉,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유대
인 학살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ㅇ왕의 대신 - 여기서 '대신'(아하쉬다르프님)은 페르시아 제
국 전영토를 스물로 나눈 행정구역을 다스렸던 '총독들'을 가리킨다(스 8: 36).
ㅇ각 도 방백 - '방백'(페하)은 페르시아 제국 영토를 127로 나눈 행정 구역
을 다스리던 '총독'을 뜻한다. 1 : 3에서 '방백'으로 번역된 '사르'와 본질상
동일할 것이다.
ㅇ각민족의 관원 - '방백'의 직접적 통제 아래 있었던 사람이었다. '대신'과 '방백'
은 페르시아 사람이나 메대 사람 중에서 선택되었겠지만(1 : 3), 여기의 '관원'은 해
당 피정복민 중에서 선출된 듯하다.
ㅇ왕의 반지로 인치니라 - 이 같은 행위는 (1) 왕의 이름으로 된 조서가 실제로 왕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 (2) 조서에 쓰여진 내용이 변개될 수 없다는 사실(1 : 19)
등의 확증이었다.

13 이에 그 조서를 역졸에게 부쳐 왕의 각 도에 보내니 십이월 곧 아달월 십 삼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다인을 노소나 어린 아이나 부녀를 무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 하였고

ㅇ조서를 역졸에게 부쳐...보내니 - 크세노폰(Xenophon)에 의하면, 페르시아 제국은
고레스 왕시절부터 우편 체계가 발달되어서 '역졸'들은 약 8km의 거리 간격을 두고 대
기하고 있다가 공문서를 접수받아 지체없이 다음 구간을 담당하는 역졸에게 넘겨주어
그것이 목적지에 신속히 전달되게 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파발마(擺撥
馬)제도와 비슷하다.
ㅇ하루 동안에...죽이고 - 당시 유대인들은 페르시아 제국의 넓은 영토에 흩어져 살
고 있었기 때문에(8절) 각 처소에서마다 게획적이고 조직적인 살륙이 감행될 경우에
이 같은 일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일례로 1572년 바돌로매 축일에 파리에서 거행되는
나바르 왕과 프랑스 왕의 여동생 사이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개신교도(위그노파) 중,
그날 하루에만 최소한 일 만 명이 카톨릭 군대에 의해서 학살당했던 사실은 위의 가능
성을 뒷받침해 준다. 한편, '죽이고'(레하쉐미드)는 '부수다' 혹은
'멸망시키다'의 뜻을 갖는 동사 '쇠마드'의 사역형 부정사로서 물건의 경우
는 완전한 파괴를, 사람의 경우에는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이는 것을 가리킨
다(레 26 : 30 ; 대하 33 : 9).
ㅇ노소나 어린아이나 부녀를 무론하고 - 전쟁시에 대항 불가능한 사람들까지 함께
죽이는 것은 고대 중근동 사회의 보편적 관행이었다(Rawlinson). 이 같은 관행은 물론
철저하게 종교적인 경우에만 적용되기는 했으나, 이스라엘에게서까지 존재했었다(수
7 :24, 25; 왕하 9 :26).
ㅇ도륙하고(라하로그) - 이것은 '죽이다' 혹은 '쳐죽이다'의 뜻을갖는
동사 '하라그'의 부정사로서, 많은 숫자를 집단적으로 살해한다는 의미보다
는, 오히려 죽이는 방식의 참혹성에 더 강조점이 있는단어이다(신 13 : 9 ; 대하 24 :
25). 나중에 유대인들이 하만의 하수인들을 죽이는 행동을 묘사하는 데 대단히 빈번히
사용되었다(8 : 11 ;9 : 5, 6, 10, 11, 12, 15, 16).
ㅇ잔멸하고(레아베드) - '멸망하다' 혹은 '없어지다'의 뜻을갖는 동사'아
바드'의 강조형 부정사로서, 철저하게 없애버리는 것을 가리킨다(민 33 : 52
; 렘 12 : 17 ; 51 : 55). 한편,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라는 식의 삼중적 표현
은 고대 페르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잔존하는 법률 문서상의 전형적인 특징
이다(Baldwin).

14 이 명령을 각 도에 전하기 위하여 조서의 초본을 모든 민족에게 선포하여 그 날을
위하여 준비하게 하라 하였더라

ㅇ조서의 초본을 모든 민족에게 선포하여 - 이같이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12, 13절
주석을 참조하라. 한편, '초본'은 하만의 사주(使嗾)를 받은 서기관들에 의해서 작성
된 조서 원문을 그대로 베끼거나 혹은 다른 언어들로 번역한 사본들을 가리킨다(12
절).
ㅇ그 날을...준비하게 - 왕의 명령을 담은 조서를 접수한 왕의 지방 관리들이(12절)
특별히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유대인들을 효과적으로 살륙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두고, 그것을 실행에 옳길 수 있는 요원들을 훈련시키는 정도의 준비가 요구되
었을것이다. 그런데 하만이 '그 날', 즉 유대인을 살륙할 디 데이(D-Day)를 무려 11
개월 후로 잡은 까닭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제시되어 왔다. 그러한 견해들에 (1)
유대인들로 하여금 페르시아 제국 내에서 탈출할 시간 여유를 주어 하만 자신에 대한
반대자를 무리없이 제거하려는것(Keil), (2) 유대인들로 하여금 최대한 오랫동안 자신
들에 대한 대학살 계획으로 인하여 심적 고통을 겪게 하여 그들을 더욱 괴롭히려는 것
(Bertheau), (3) 하만으로 하여금 그 자신을 파멸케할 자만심을 더욱 높이게 하며 그
동안 모르드개로 하여금 하만의 궤계를 물리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하기 위
한 하나님의 주관적섭리의 결과라는 것(Paton)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1) 하만은
인명(人命)의 귀중성을 아는 자비로운 인물이 결코 아니며(5 : 14), (2) 본장은 유대
인 대학살 시기가 11개월 후로 결정된 것이 철저하게 제비의 결과임을 말하고 있다(7
절)는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위의 세 견해 중 (3)의것이 가장 타당성이 있다. 물론
대학살 시기가 11개월 후로 결정됨에 따라서 유대인들이 극심한 심적 고통에 빠졌을
것은 틀림없다.

15 역졸이 왕의 명을 받들어 급히 나가매 그 조서가 도성 수산에도 반포되니 왕은
하만과 함께 앉아 마시되 수산성은 어지럽더라

ㅇ그 조서가...수산에도 반포되니 - 당시 아하수에로 왕은 '수산'에서 제국을 다스
리고 있었고, 왕의 조서를 휴대한 '역졸'의 출발지도'수산'이었기 때문에, 그 '수산'
은 왕의 조서가 반포된 최초의 곳이었다.
ㅇ왕은 하만과 함께 앉아 마시되 - 이는 다음 문구와 대조를 이루며 왕과 하만의 무
자비성을 밝히 드러내려는 저자의 의도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
ㅇ수산 성은 어지럽더라 - '어지럽더라'(나보카)는 원형이 '부크'
이지만 성경에서는 여기처럼 수동형으로만 사용되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만큼 민
망해하거나 염려하는 것을 가르킨다(출 14 : 3 ; 욜 1 : 18). 한편 본 문구의 반응은
학살의 대상으로 결정된 유대인들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오히려 '수산'에 살고 있던
보통의 페르시아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다. 그들은 유대인 들이 애매하게 학살을 당하
게 된 사실 자체를 민망히 여겼으며, 또한 그 같은 일이 제국의 한 관례가 되지나 않
을지 심히 염려하였던 것이다(Rawlinson). 물론 자신들이 학살 대상이 됐음을 조서를
통해 확인한 유대인들은 민망해 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공포에 사로 잡히는 지경
에 이르렀을 것이다(4 :3). 반면 유일신 종교에 반감을 가졌으던 이교도들은 뛸듯이
기뻐하였을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 본서 저자는 다만 중립적 입장에 있던 보통 페르시
아 사람들의 반응만을 언급하고 있다.
출처 : 춘천 대우인력 김진규
글쓴이 : 대우인력 김진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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