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5장
1 매칠년 끝에 면제하라
ㅇ매 칠 년 끝 - 매 칠 년 되는 해의 연말이 아니라, 7년을 주기로 하여 그 주
기의 마지막, 즉 '제 7년째'를 의미한다. 이를 가리켜 일명 '안식년'(安息年,
the Sabbatical year)이라고 하는데<레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
이 때에는 땅을 경작하지 아니하고 묵혀 두도록 규정되어 있다(레 25:4,5).
ㅇ면제하라 - 즉 안식년 채무 면제에 관한 규례이다. 그런데 여기 규정된 채무
면제(債務免除)의 정의에 대하여서는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부채
의 완전 탕감을 의미한다는 견해이다(Lange, Matthew Henry). 둘째, 안
식년에만 국한된 빚 독촉의 면제를 의미한다는 견해이다(Philo, Calvin,
Keil, Pulpit Commentary). 그런데 (1) 매 안식년마다 모든 채무가 완전
탕감되어 버린다면, 사실상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금품 대여 행
위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2) 또한 여기서 '면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어근
'솨마트'는 '쉬게 한다', '묵여두다'(출23:11)는 뜻으로 일시적인 일의 중단을
강하게 나타낸다. (3) 그 뿐 아니라 '그것을 면제하고...독촉하지 말지니'(2절)
라는 말도 빚 탕감보다는 오히려 빚 독촉의 면제를 강하게 나타내준다. 따라서
위의 두 견해 중 후자가 본문과 부합되는 타당한 견해임을 알 수 있다.
2 면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무릇 그 이웃에게 꾸어 준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이 해는 여호와의 면제년이라
칭함이니라
ㅇ채주 - 직역하면 '자기 손을 빌려 준 소유주'란 의미이다. 이는 특별히 고리
대금업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에게 돈이나 물건 또는 식량
따위를 선의(善意)로 빌려 준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일 뿐이다. 한편 모세 율법
은 이스라엘인이 이방인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려 준 때에는 이자를 취할 수 없
도록 규정하고 있다(23:19,20).
ㅇ독촉하지 말지니 - '독촉하다'에 해당하는 '나가스'는 '거세게 몰아치
다', '강제로 징수하다'는 뜻이다. 풀핏(Pulpit) 주석은 이를 '윽박지르다'로
풀이하고 있다.
ㅇ여호와의 면제년 - 직역하면 '여호와를 위한 면제'이다. 이는 곧 안식년(安息
年)동안 백성들이 가난한 자들에 대한 빚 독촉을 면제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
와 사랑에 근거한 것으로서, 오직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임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안식년의 채무 면제 기능에서부터 '면제년(免除年, Year of
Release)이란 명칭이 부여되었다.
3 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네 형제에게 꾸인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
ㅇ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 여기서 '이방인'에 해당하는 '노크리'는
'게르'(출12:49)와는 달리 이스라엘과는 종교적으로 전혀 무관한 순수 외국인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들은 이스라엘의 율법과는 무관하게 안식년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여 계속 소득을 거두어 들이는 자들이었으므로(Keil), 안식년 채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4-5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만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명령을 다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유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정녕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
ㅇ지켜 행하면...너희 중에 가난한 자 없으리라 - 이 말은 실제로 이스라엘 중
에 가난한 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11절). 다만 이는 가
난한 자에게 기꺼이 꾸어 주며 안식년에는 빚 독촉을 면제해 주는 규례가 계속
시행되는 한, 가난한 자들이 더 이상 궁핍으로 인해 고통당하지는 않게 될 것이
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세 율법에는 '거지'란 단어가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다(Michaelis). 그리고 역설적으로는 비록 채주(債主)가 안식년으로 말미암
아 빚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해 결코 가난하게 되
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안식년 채무 면제법 제정의 사회적
목적이 있었다. 한편 오늘날 우리도 궁핍에 처한 이웃과 형제를 돌아보는 것이,
이미 자신이 채주되시는 하나님께로부터 보다 큰 은헤와 사랑을 입은 자로서,
마땅히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기복 덕목임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마 18:21-35).
6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신 대로 네게 복을 주시리니 네가 여러 나라에
꾸어 줄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하겠고 네가 여러 나라를 치리할지라도 너는 치리함을
받지 아니하리라
ㅇ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신대로 - '허락하다'에 해당하는 '다바르'는 '선언하다',
'약속하다'는 뜻으로, 이미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맺은 축복의 언약을 가리킨다
(6:3; 7:12-15; 11:8-15).
ㅇ여러 나라에 꾸어줄지라도 - 개개인이 하나님의 명령을 좇아 동족들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풀 때, 궁극적으로 나라 전체가 하나님께로부터 크나큰 축복을 받아 열방
중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약속이다.
7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 어느 성읍에서든지 가난한 형제가 너와
함께 거하거든 그 가난한 형제에게 네 마음을 강퍅히 하지 말며 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ㅇ네 마음을 강팍히 하지 말며 - '강팍히 하다'에 해당하는 '아마츠'는 '요새화하
다', '완강하게 하다', '딱딱하게 하다'는 뜻으로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이나 동정심
을 고의적으로 억제하여 마음을 굳게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ㅇ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 여기서 '손을 움켜 쥐다'는 말은 이웃에게 동정의 손
길을 베풀기를 거절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곧 마음을 강퍅히 한 결과이다.
그러나 모든 재물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자라면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한채 자신의 재물을 움켜쥐는 것과 같은 완악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8 반드시 네 손을 그에게 펴서 그 요구하는 대로 쓸 것을 넉넉히 꾸어주라
ㅇ그 요구하는대로 -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구절이다. 즉 Living Bible은 이를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as much as they need)으로 번역하였으며, NIV
는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든 간에'(whatever he needs)로 번역하였다.
ㅇ넉넉히 꾸어 주라 - 부족함을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꾸어 주라
는 뜻으로, 곧 이 명령의 근본 정신은 진정한 이웃 사랑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본절은 모든 재물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겸손히 시인하는 청지기 정신이 선행
될 때 비로서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명령이다.
9 삼가 너는 마음에 악념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제칠년 면제년이 가까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에게 악한 눈을 들고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네가 죄를 얻을 것이라
ㅇ악념(벨리야알) - 단순히 '악한 생각'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무가치하고 쓸데없는
생각, 곧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망령된 생각'(잠23:33)을 가리킨다. 이는 역설적
으로 가난한 이웃이 극히 필요로 하는 물건을 꾸어주는 것이 지극히 마땅함을 시사
해 준다(행 2:44,45).
ㅇ면제년이 가까왔다 하고 - 면제년(免除年)이 되면 빚을 되돌려 받는 것이 일 년
이상 지체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악념을 가리킨다.
ㅇ악한 눈을 들고 - 자신에게 꾸고자 하는 궁핍한 형제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대하
거나, 그에게 좋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ㅇ호소하리니 네가 죄를 얻을 것이라 - 도움을 거절당하여 결과적으로 극심한 곤
경에 빠진 가난한 이웃은 여호와 하나님께 부르짖게 될 것이고, 그 부르짖음은 재
판장에게 호소하는 일종의 고소(告訴)가 되어, 마침내 도움을 거절한 자는 안식년
채무 면제 규정 불이행 죄로 하나님께 정죄당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사
실은 가난한 이웃에 대한 구제는 단순히 행할 수도 있고 행하지 않을 수도 있는 취
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행하여야만 하는 성도의 도리이자 의무 사항임을
강조해 준다(요일 3:17; 4:21). 한편 이는 채무 면제법(1-3절)이 올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장 제도이기도 한데, 즉 채무 면제 규례로 인해 발생할 수지가
있는 인색한 행동에 대
한 미리 경고하고 있는 조항인 것이다.
10 너는 반드시 그에게 구제할 것이요 구제할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인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와 네 손으로 하는 바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ㅇ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 '아끼다'에 해당하는 '라아'는 '상하게 하
다', '괴롭히다', '상처 입히다'등의 뜻이다. 이는 구제하면서도 자신이 큰 손해
를 본다는 식으로 언짢아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일 뿐 아니라, 상대방
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가 됨을 시사해 준다. 아뭏든 진정한 구제의 자세는
하나님의 진노가 두려워(9절) 마지 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에서 즐
거움으로 행하는 것이다(고후9:7). 또한 그리할 때 그러한 마음의 자세를 귀히 보
시고,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손을 펴사 그에게 범사 축복, 만사 형통의 복을 주실
것이다.
11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치니라
ㅇ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 일견 4,5절의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는 말과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
다. 왜냐하면 4,5절은 면제년(免除年, Year of Release) 규례가 잘 지켜지면
그 규례로 인하여 가난한 자가 극한 궁핍을 더이상 당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지, 결
코 이스라엘 중에 더 이상 가난한 자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기 때
문이다. 실로 인간이 하나님께 불순종한 결과 이 땅 위에는 항상 고통과 가난이 상
존하게 되어 있다(창 3:17-19). 이 점은 예수님께서도 친히 증거하신 사실이다(마
26:11). 본절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 입각해, 인간 세상에는 항상 도움을 필요로 하
는 가난한 자가 상존하기 마련임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12 ○네 동족 히브리 남자나 히브리 여자가 네게 팔렸다 하자 만일 육 년을 너를
섬겼거든 제칠년에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것이요
ㅇ네 동족...네게 팔렸다 하자 -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자 하나님의 종이었기
때문에, 원칙상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서는 안되었다(레25:39-43). 그러나 현실적
으로는 히브리인들이라 할지라도 동족 뿐 아니라 이방인의 종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레25:47), 대개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빚이나 가난 때문에 스스로를
종으로 판 경우(레25:39), (2) 극도의 빈곤으로 인해 그 부모에 의하여 종으로 팔
린 경우(느 5:5), (3) 범죄로 인해 종으로 전락한 경우(출22:1-3) 등이었다.
ㅇ제 칠 년 - 안식년(安息年)을 가리키는 제 7년(1절)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그
렇지 않다. 18절에 의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듯, 이는 어떤 사람이 종이 된 날로부
터 6년이 지나고 제 7년이 되는 바로 그 해를 가리킨다. 출 21:2주석 참조.
13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공수로 가게 하지 말고
ㅇ공수로 가게 하지 말고 - 즉 제 7년째가되어 주인을 섬기던 종이 자유롭게 될 시
점에 이르거든, 주인은 그 종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계 대책을 마련해 주라는 의미
이다. 이는 종을 자유하게 하는 제도가 유명 무실(有名無實)한 제도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처이다. 왜냐하면 종이란 자기 노력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자이므로, 비록 제 7년째에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할지라
도 생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다면,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또 다
시 종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12-18 강해, 히브리 종의 제도>.
14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그에게 줄지니라
ㅇ양무리 ... 타작 마당 ...포도주 틀 - 제유법적(提喩法的) 표현이다. 즉 여기서
'양무리'는 가출을, '타작 마당'은 곡식을, 그리고 '포도주 틀'은 과실을 각각 대
표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결국 주인이 가진 모든 소유 재산을 가리킨다.
ㅇ후히 줄지니 - '후히'에 해당하는 '아나크'의 원 뜻은 '질식시키다'이다. 이는
곧 상대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주라는 강조적 의미이다. 이에 대하여
유대 주석가들은 '은 30세겔 이상을 주어야 한다'고 주석하였는데 그 기준은 다
음과 같다. 즉 (1) 당시 노예 한 사람의 가격이 은 30세겔이었고(출21:32) (2)품
꾼한 사람의 1년 임금이 약 10세겔이었다는 점(Hammurabi 법전)에 기초한
것 같다. 따라서 종이 6년 동안 주인을 섬겼다면 그는 60세겔에 해당하는 노동을
제공한 셈이니, 자신의 몸값 30세겔을 제하고도 30세겔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계
산이 성립된다. 한편 본절의 규례는 초기에 주어진 종의 규례(출 21:2-11; 레 25
:39-55)에 추가된 내용이다.
15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하셨음을
기억하라 그를 인하여 내가 오늘날 이같이 네게 명하노라
ㅇ애굽 땅...기억하라 - 주인이 종 되었던 자에게 7년째에 이르러 자유와 더불어
재물까지 후히 주어야 할 이유와 근거이다. 즉 그것은 이스라엘도 과거 400년 동
안 애굽에서 종노릇 하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애굽의 수
많은 보화와 의복, 가축들을 지니고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들도
이같은 과거 역사를 기억하고서 동족 중 부득이 종 된 자에게 긍휼을 베푸는 것
이 마당하였던 것이다(출22:21; 23:9; 레19:34).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성도들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과거 죄의 종노릇 하던 데서 해방되어, 그분의 품안에서
자유의 몸이 된 자들이다(롬 6:22). 그러므로 그 사실에 입각하여 성도들도 주위
의 가난한 형제들에게 긍휼 베풀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6 종이 만일 너와 네 집을 사랑하므로 너와 동거하기를 좋게 여겨 네게 향하여
내가 주인을 떠나지 아니하겠노라 하거든
ㅇ주인을 떠나지 아니하겠노라 - 당시 히브리 사회에서는 종에 대한 주인의 태
도가 온유하였을 뿐 아니라, 종의 신분도 어느 정도 보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은 충분히 가능했다<출21:1-11 강해, 히브리 노예 제도>. 그러나 대
체적으로 위와 같은 경우는 종살이를 하던 자가 주인의 호의를 입어 결혼함으로
처자(妻子)를 거느리게 된 경우이다. 왜냐하면 그 경우 자신은 제 7년째에 해방
이 될 수 있어도, 처자는 엄연히 주인의 소유이므로 여전히 종으로 남게 되기 때
문이다(출21:4). 따라서 처자에 대한 사랑은 그로 하여금 자유를 포기하고, 비록
종의 신분이지만 계속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를 결심케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
다(출21:5).
17 송곳을 취하여 그의 귀를 문에 대고 뚫으라 그리하면 그가 영영히 네 종이
되리라 네 여종에게도 일례로 할찌니라
ㅇ송곳을 취하여 그의 귀를...뚫으라 - 평행 구절(출21:6)에 의하면, 이에 앞서
주인은 스스로 자유를 포기한 종을 재판장에게로 데리고 가서 그러한 사실을 법
적으로 확인한 다음에, 그 종의 귀를 주인 집의 대문이나 대문의 기둥에 대고 송
곳으로 구멍을 뚫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귀를 예속과 복종의 기관으로 간주했
던 고대 근동의 관습으로, 곧 이 의식은 이제 그 종이 주인과 주인의 집에 영원
히 에속(隷屬)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식이였다. 한편 이러한 의식(儀
式)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잔인한 의식으로 보일 지 몰라도 당시의 관점
에서는 결코 잔인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당시 다른 이방 족속들은 노예를
자신의 소유로 삼을 때, 이마나 어깨에 화인(火印)을 새기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 종들은 대개 귀걸이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귀에 구멍
을 뚫는 것은 그토록 고통스런 행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히브리인들은 이
의식을 치른 후 그때 사용한 송곳을 주인집의 문이나 문설주에 꽃아 놓음으로써,
그 종이 죽을 때까지 그 집의 종임을 가시적(可視的)으로 입증하였다.
ㅇ여종에게도 일례로 할지니라 - 이 규례는 "사람이 그 딸을 여종으로 팔았으면
그는 남종같이 나오지 못할지며"(출21:7)라는 규례와 모순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 구절은 주인이 여종을 첩(妾)으로 취한 경
우에만 해당되는 규례이기 때문이다<창30:1-24 강해, 여자 노예>. 하지만 본절은
여종이 단순하게 일만 하다가 제 7년을 맞이한 경우를 가리킬 뿐인데, 이 때에는
남종과 마찬가지로 해방될 수 있었다.
18 그가 육 년 동안에 품군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의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ㅇ품군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 자신들도 하나님에 의해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자들이라는 역사적 사실(15절)외에, 수리적(數理的)으로
따져 보아도 이미 그 종으로부터 6년간 충분한 이익을 거두었으니, 그를 7년째에
해방시켜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이다. 사실 정해진 낮 시간에만 일하는 품꾼에
비해 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고하는 자들이니, 품삯으로 계산한다면 종은 동
일한 임금을 받고도 품꾼의 두 배 이상의 일을 하는 셈이다(Michaelis,
baumgarten). 따라서 주인은 결과적으로 그 차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이익을 거둔
셈이 되는 것이다.
19 ○너의 우양의 처음 난 수컷은 구별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 드릴 것이니 네
소의 첫 새끼는 부리지 말고 네 양의 첫 새끼의 털은 깎지 말고
ㅇ처음 난 수컷은...여호와께 드릴 것이니 - 초태생(初胎生) 헌상 규례는 모세
오경에서 거듭 주어지고 있는 규례이다(출 13:2,12:22:29,30; 34:19; 레 27:26;
민 3:13;8:16,17; 18:15). 이 경우 그 초태생은 난지 8일 이후부터 하나님께 제
물로 바칠 수 있었는데, 그것은 8일 만에 행하는 할례 의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
었다<출22:30; 레 22:27>.
ㅇ구별하여 - 출 13:2,12 주석 참조.
ㅇ첫 새끼 - 레 27:26 주석 참조.
20 ○너와 네 가족이 매년에 여호와의 택하신 곳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먹을찌니라
ㅇ여호와의 택하신 곳 - 12:5 주석 참조.
ㅇ여호와 앞에서 먹을지니라 - 초태생을 '중앙 성소'에서 하나님께 화목 제물로
드린 후, 제사장의 몫(레 7:30-34)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경배자가 가족과 더
불어 성소 뜰에서 먹으라는 뜻이다(레 7:15-17).
21 그러나 그 짐승이 흠이 있어서 절거나 눈이 멀었거나 무슨 흠이 있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께 잡아 드리지 못할찌니
22 네 성중에서 먹되 부정한 자나 정한 자가 다 같이 먹기를 노루와 사슴을
먹음같이 할 것이요
ㅇ비록 초태생이라 할지라도 흠이 있는 경우, 그 짐승은 제물용으로는 사용할수
없었고 단지 식용으로만 사용해야 했다. 그 까닭은 여기서 제물로 구별된 초태생
은 장차 온 인류를 대속할 영원한 화목 제물인 예수 그리스도의 무흠(無欠)을 예
표했기 때문이다(고후5:21).
ㅇ노루와 사슴을 먹음같이 - 12:15 주석 참조.
23 오직 피는 먹지 말고 물같이 땅에 쏟을찌니라
ㅇ오직 피는 먹지 말고 - '피'는 그 자체 속에 포함된 '죽음'과 '생명'이라는 이
중 개념으로 인해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놓는 속죄(贖罪)의 상징적 수단으로 사
용되었다. 따라서 성경은 이러한 최고의 종교적 성물(聖物)인 피의 식용(食用)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기는 자는 극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창
9:4,5; 레7:27;17:10). 신약 시대에도 이러한 입장은 견지되어 예루살렘 총회에
서 동일한 원칙이 가결되었다(행15:20). 피의 식용을 이처럼 철저히 금지시킨 이
유는 다음과 같다. (1) 피는 곧 육체의 생명 그 자체와 동일시 되었으므로(창 9:
4; 레17:11,14) 피를 마시는 행위는 사실상 생명을 삼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2) 피로써 상징된 생명은 오로지 하나님의 주권 영역에 속하였으므로 피를 마시
는 행위는 하나님의 주권을 모독하는 신성 모독죄와 같았기 때문이다. (3) 피를
마시는 행위는 이방의 우상 숭배자들이 즐겨행한 그들의 극악한 제사 의식이었기
때문이다. (4) 무엇보다도 피는 속죄의 유일한 수단으로서(히9:22) 장차 인류의
죄를 대속할 그리스도의 보혈(寶血)을 예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ㅇ물 같이 땅에 쏟을지니라 - 짐승의 피를 마치 물을 쏟아붓듯 당에 쏟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는 생명을 상징하는 것인 만큼, 본래 그 생명이 비록
되었던 흙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창 3:19; 전3:20). (2)아울러 그것은 오
직 생명의 주권이 흙으로부터 그 생명을 창조 하신(창2:7)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
하고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1 매칠년 끝에 면제하라
ㅇ매 칠 년 끝 - 매 칠 년 되는 해의 연말이 아니라, 7년을 주기로 하여 그 주
기의 마지막, 즉 '제 7년째'를 의미한다. 이를 가리켜 일명 '안식년'(安息年,
the Sabbatical year)이라고 하는데<레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
이 때에는 땅을 경작하지 아니하고 묵혀 두도록 규정되어 있다(레 25:4,5).
ㅇ면제하라 - 즉 안식년 채무 면제에 관한 규례이다. 그런데 여기 규정된 채무
면제(債務免除)의 정의에 대하여서는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부채
의 완전 탕감을 의미한다는 견해이다(Lange, Matthew Henry). 둘째, 안
식년에만 국한된 빚 독촉의 면제를 의미한다는 견해이다(Philo, Calvin,
Keil, Pulpit Commentary). 그런데 (1) 매 안식년마다 모든 채무가 완전
탕감되어 버린다면, 사실상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금품 대여 행
위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2) 또한 여기서 '면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어근
'솨마트'는 '쉬게 한다', '묵여두다'(출23:11)는 뜻으로 일시적인 일의 중단을
강하게 나타낸다. (3) 그 뿐 아니라 '그것을 면제하고...독촉하지 말지니'(2절)
라는 말도 빚 탕감보다는 오히려 빚 독촉의 면제를 강하게 나타내준다. 따라서
위의 두 견해 중 후자가 본문과 부합되는 타당한 견해임을 알 수 있다.
2 면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무릇 그 이웃에게 꾸어 준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이 해는 여호와의 면제년이라
칭함이니라
ㅇ채주 - 직역하면 '자기 손을 빌려 준 소유주'란 의미이다. 이는 특별히 고리
대금업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에게 돈이나 물건 또는 식량
따위를 선의(善意)로 빌려 준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일 뿐이다. 한편 모세 율법
은 이스라엘인이 이방인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려 준 때에는 이자를 취할 수 없
도록 규정하고 있다(23:19,20).
ㅇ독촉하지 말지니 - '독촉하다'에 해당하는 '나가스'는 '거세게 몰아치
다', '강제로 징수하다'는 뜻이다. 풀핏(Pulpit) 주석은 이를 '윽박지르다'로
풀이하고 있다.
ㅇ여호와의 면제년 - 직역하면 '여호와를 위한 면제'이다. 이는 곧 안식년(安息
年)동안 백성들이 가난한 자들에 대한 빚 독촉을 면제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
와 사랑에 근거한 것으로서, 오직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임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안식년의 채무 면제 기능에서부터 '면제년(免除年, Year of
Release)이란 명칭이 부여되었다.
3 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네 형제에게 꾸인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
ㅇ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 여기서 '이방인'에 해당하는 '노크리'는
'게르'(출12:49)와는 달리 이스라엘과는 종교적으로 전혀 무관한 순수 외국인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들은 이스라엘의 율법과는 무관하게 안식년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여 계속 소득을 거두어 들이는 자들이었으므로(Keil), 안식년 채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4-5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만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명령을 다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유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정녕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
ㅇ지켜 행하면...너희 중에 가난한 자 없으리라 - 이 말은 실제로 이스라엘 중
에 가난한 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11절). 다만 이는 가
난한 자에게 기꺼이 꾸어 주며 안식년에는 빚 독촉을 면제해 주는 규례가 계속
시행되는 한, 가난한 자들이 더 이상 궁핍으로 인해 고통당하지는 않게 될 것이
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세 율법에는 '거지'란 단어가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다(Michaelis). 그리고 역설적으로는 비록 채주(債主)가 안식년으로 말미암
아 빚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해 결코 가난하게 되
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안식년 채무 면제법 제정의 사회적
목적이 있었다. 한편 오늘날 우리도 궁핍에 처한 이웃과 형제를 돌아보는 것이,
이미 자신이 채주되시는 하나님께로부터 보다 큰 은헤와 사랑을 입은 자로서,
마땅히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기복 덕목임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마 18:21-35).
6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신 대로 네게 복을 주시리니 네가 여러 나라에
꾸어 줄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하겠고 네가 여러 나라를 치리할지라도 너는 치리함을
받지 아니하리라
ㅇ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신대로 - '허락하다'에 해당하는 '다바르'는 '선언하다',
'약속하다'는 뜻으로, 이미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맺은 축복의 언약을 가리킨다
(6:3; 7:12-15; 11:8-15).
ㅇ여러 나라에 꾸어줄지라도 - 개개인이 하나님의 명령을 좇아 동족들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풀 때, 궁극적으로 나라 전체가 하나님께로부터 크나큰 축복을 받아 열방
중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약속이다.
7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 어느 성읍에서든지 가난한 형제가 너와
함께 거하거든 그 가난한 형제에게 네 마음을 강퍅히 하지 말며 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ㅇ네 마음을 강팍히 하지 말며 - '강팍히 하다'에 해당하는 '아마츠'는 '요새화하
다', '완강하게 하다', '딱딱하게 하다'는 뜻으로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이나 동정심
을 고의적으로 억제하여 마음을 굳게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ㅇ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 여기서 '손을 움켜 쥐다'는 말은 이웃에게 동정의 손
길을 베풀기를 거절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곧 마음을 강퍅히 한 결과이다.
그러나 모든 재물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자라면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한채 자신의 재물을 움켜쥐는 것과 같은 완악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8 반드시 네 손을 그에게 펴서 그 요구하는 대로 쓸 것을 넉넉히 꾸어주라
ㅇ그 요구하는대로 -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구절이다. 즉 Living Bible은 이를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as much as they need)으로 번역하였으며, NIV
는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든 간에'(whatever he needs)로 번역하였다.
ㅇ넉넉히 꾸어 주라 - 부족함을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꾸어 주라
는 뜻으로, 곧 이 명령의 근본 정신은 진정한 이웃 사랑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본절은 모든 재물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겸손히 시인하는 청지기 정신이 선행
될 때 비로서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명령이다.
9 삼가 너는 마음에 악념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제칠년 면제년이 가까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에게 악한 눈을 들고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네가 죄를 얻을 것이라
ㅇ악념(벨리야알) - 단순히 '악한 생각'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무가치하고 쓸데없는
생각, 곧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망령된 생각'(잠23:33)을 가리킨다. 이는 역설적
으로 가난한 이웃이 극히 필요로 하는 물건을 꾸어주는 것이 지극히 마땅함을 시사
해 준다(행 2:44,45).
ㅇ면제년이 가까왔다 하고 - 면제년(免除年)이 되면 빚을 되돌려 받는 것이 일 년
이상 지체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악념을 가리킨다.
ㅇ악한 눈을 들고 - 자신에게 꾸고자 하는 궁핍한 형제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대하
거나, 그에게 좋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ㅇ호소하리니 네가 죄를 얻을 것이라 - 도움을 거절당하여 결과적으로 극심한 곤
경에 빠진 가난한 이웃은 여호와 하나님께 부르짖게 될 것이고, 그 부르짖음은 재
판장에게 호소하는 일종의 고소(告訴)가 되어, 마침내 도움을 거절한 자는 안식년
채무 면제 규정 불이행 죄로 하나님께 정죄당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사
실은 가난한 이웃에 대한 구제는 단순히 행할 수도 있고 행하지 않을 수도 있는 취
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행하여야만 하는 성도의 도리이자 의무 사항임을
강조해 준다(요일 3:17; 4:21). 한편 이는 채무 면제법(1-3절)이 올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장 제도이기도 한데, 즉 채무 면제 규례로 인해 발생할 수지가
있는 인색한 행동에 대
한 미리 경고하고 있는 조항인 것이다.
10 너는 반드시 그에게 구제할 것이요 구제할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인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와 네 손으로 하는 바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ㅇ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 '아끼다'에 해당하는 '라아'는 '상하게 하
다', '괴롭히다', '상처 입히다'등의 뜻이다. 이는 구제하면서도 자신이 큰 손해
를 본다는 식으로 언짢아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일 뿐 아니라, 상대방
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가 됨을 시사해 준다. 아뭏든 진정한 구제의 자세는
하나님의 진노가 두려워(9절) 마지 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에서 즐
거움으로 행하는 것이다(고후9:7). 또한 그리할 때 그러한 마음의 자세를 귀히 보
시고,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손을 펴사 그에게 범사 축복, 만사 형통의 복을 주실
것이다.
11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치니라
ㅇ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 일견 4,5절의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는 말과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
다. 왜냐하면 4,5절은 면제년(免除年, Year of Release) 규례가 잘 지켜지면
그 규례로 인하여 가난한 자가 극한 궁핍을 더이상 당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지, 결
코 이스라엘 중에 더 이상 가난한 자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기 때
문이다. 실로 인간이 하나님께 불순종한 결과 이 땅 위에는 항상 고통과 가난이 상
존하게 되어 있다(창 3:17-19). 이 점은 예수님께서도 친히 증거하신 사실이다(마
26:11). 본절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 입각해, 인간 세상에는 항상 도움을 필요로 하
는 가난한 자가 상존하기 마련임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12 ○네 동족 히브리 남자나 히브리 여자가 네게 팔렸다 하자 만일 육 년을 너를
섬겼거든 제칠년에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것이요
ㅇ네 동족...네게 팔렸다 하자 -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자 하나님의 종이었기
때문에, 원칙상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서는 안되었다(레25:39-43). 그러나 현실적
으로는 히브리인들이라 할지라도 동족 뿐 아니라 이방인의 종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레25:47), 대개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빚이나 가난 때문에 스스로를
종으로 판 경우(레25:39), (2) 극도의 빈곤으로 인해 그 부모에 의하여 종으로 팔
린 경우(느 5:5), (3) 범죄로 인해 종으로 전락한 경우(출22:1-3) 등이었다.
ㅇ제 칠 년 - 안식년(安息年)을 가리키는 제 7년(1절)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그
렇지 않다. 18절에 의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듯, 이는 어떤 사람이 종이 된 날로부
터 6년이 지나고 제 7년이 되는 바로 그 해를 가리킨다. 출 21:2주석 참조.
13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공수로 가게 하지 말고
ㅇ공수로 가게 하지 말고 - 즉 제 7년째가되어 주인을 섬기던 종이 자유롭게 될 시
점에 이르거든, 주인은 그 종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계 대책을 마련해 주라는 의미
이다. 이는 종을 자유하게 하는 제도가 유명 무실(有名無實)한 제도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처이다. 왜냐하면 종이란 자기 노력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자이므로, 비록 제 7년째에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할지라
도 생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다면,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또 다
시 종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12-18 강해, 히브리 종의 제도>.
14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그에게 줄지니라
ㅇ양무리 ... 타작 마당 ...포도주 틀 - 제유법적(提喩法的) 표현이다. 즉 여기서
'양무리'는 가출을, '타작 마당'은 곡식을, 그리고 '포도주 틀'은 과실을 각각 대
표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결국 주인이 가진 모든 소유 재산을 가리킨다.
ㅇ후히 줄지니 - '후히'에 해당하는 '아나크'의 원 뜻은 '질식시키다'이다. 이는
곧 상대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주라는 강조적 의미이다. 이에 대하여
유대 주석가들은 '은 30세겔 이상을 주어야 한다'고 주석하였는데 그 기준은 다
음과 같다. 즉 (1) 당시 노예 한 사람의 가격이 은 30세겔이었고(출21:32) (2)품
꾼한 사람의 1년 임금이 약 10세겔이었다는 점(Hammurabi 법전)에 기초한
것 같다. 따라서 종이 6년 동안 주인을 섬겼다면 그는 60세겔에 해당하는 노동을
제공한 셈이니, 자신의 몸값 30세겔을 제하고도 30세겔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계
산이 성립된다. 한편 본절의 규례는 초기에 주어진 종의 규례(출 21:2-11; 레 25
:39-55)에 추가된 내용이다.
15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하셨음을
기억하라 그를 인하여 내가 오늘날 이같이 네게 명하노라
ㅇ애굽 땅...기억하라 - 주인이 종 되었던 자에게 7년째에 이르러 자유와 더불어
재물까지 후히 주어야 할 이유와 근거이다. 즉 그것은 이스라엘도 과거 400년 동
안 애굽에서 종노릇 하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애굽의 수
많은 보화와 의복, 가축들을 지니고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들도
이같은 과거 역사를 기억하고서 동족 중 부득이 종 된 자에게 긍휼을 베푸는 것
이 마당하였던 것이다(출22:21; 23:9; 레19:34).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성도들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과거 죄의 종노릇 하던 데서 해방되어, 그분의 품안에서
자유의 몸이 된 자들이다(롬 6:22). 그러므로 그 사실에 입각하여 성도들도 주위
의 가난한 형제들에게 긍휼 베풀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6 종이 만일 너와 네 집을 사랑하므로 너와 동거하기를 좋게 여겨 네게 향하여
내가 주인을 떠나지 아니하겠노라 하거든
ㅇ주인을 떠나지 아니하겠노라 - 당시 히브리 사회에서는 종에 대한 주인의 태
도가 온유하였을 뿐 아니라, 종의 신분도 어느 정도 보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은 충분히 가능했다<출21:1-11 강해, 히브리 노예 제도>. 그러나 대
체적으로 위와 같은 경우는 종살이를 하던 자가 주인의 호의를 입어 결혼함으로
처자(妻子)를 거느리게 된 경우이다. 왜냐하면 그 경우 자신은 제 7년째에 해방
이 될 수 있어도, 처자는 엄연히 주인의 소유이므로 여전히 종으로 남게 되기 때
문이다(출21:4). 따라서 처자에 대한 사랑은 그로 하여금 자유를 포기하고, 비록
종의 신분이지만 계속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를 결심케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
다(출21:5).
17 송곳을 취하여 그의 귀를 문에 대고 뚫으라 그리하면 그가 영영히 네 종이
되리라 네 여종에게도 일례로 할찌니라
ㅇ송곳을 취하여 그의 귀를...뚫으라 - 평행 구절(출21:6)에 의하면, 이에 앞서
주인은 스스로 자유를 포기한 종을 재판장에게로 데리고 가서 그러한 사실을 법
적으로 확인한 다음에, 그 종의 귀를 주인 집의 대문이나 대문의 기둥에 대고 송
곳으로 구멍을 뚫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귀를 예속과 복종의 기관으로 간주했
던 고대 근동의 관습으로, 곧 이 의식은 이제 그 종이 주인과 주인의 집에 영원
히 에속(隷屬)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식이였다. 한편 이러한 의식(儀
式)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잔인한 의식으로 보일 지 몰라도 당시의 관점
에서는 결코 잔인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당시 다른 이방 족속들은 노예를
자신의 소유로 삼을 때, 이마나 어깨에 화인(火印)을 새기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 종들은 대개 귀걸이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귀에 구멍
을 뚫는 것은 그토록 고통스런 행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히브리인들은 이
의식을 치른 후 그때 사용한 송곳을 주인집의 문이나 문설주에 꽃아 놓음으로써,
그 종이 죽을 때까지 그 집의 종임을 가시적(可視的)으로 입증하였다.
ㅇ여종에게도 일례로 할지니라 - 이 규례는 "사람이 그 딸을 여종으로 팔았으면
그는 남종같이 나오지 못할지며"(출21:7)라는 규례와 모순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 구절은 주인이 여종을 첩(妾)으로 취한 경
우에만 해당되는 규례이기 때문이다<창30:1-24 강해, 여자 노예>. 하지만 본절은
여종이 단순하게 일만 하다가 제 7년을 맞이한 경우를 가리킬 뿐인데, 이 때에는
남종과 마찬가지로 해방될 수 있었다.
18 그가 육 년 동안에 품군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의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ㅇ품군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 자신들도 하나님에 의해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자들이라는 역사적 사실(15절)외에, 수리적(數理的)으로
따져 보아도 이미 그 종으로부터 6년간 충분한 이익을 거두었으니, 그를 7년째에
해방시켜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이다. 사실 정해진 낮 시간에만 일하는 품꾼에
비해 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고하는 자들이니, 품삯으로 계산한다면 종은 동
일한 임금을 받고도 품꾼의 두 배 이상의 일을 하는 셈이다(Michaelis,
baumgarten). 따라서 주인은 결과적으로 그 차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이익을 거둔
셈이 되는 것이다.
19 ○너의 우양의 처음 난 수컷은 구별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 드릴 것이니 네
소의 첫 새끼는 부리지 말고 네 양의 첫 새끼의 털은 깎지 말고
ㅇ처음 난 수컷은...여호와께 드릴 것이니 - 초태생(初胎生) 헌상 규례는 모세
오경에서 거듭 주어지고 있는 규례이다(출 13:2,12:22:29,30; 34:19; 레 27:26;
민 3:13;8:16,17; 18:15). 이 경우 그 초태생은 난지 8일 이후부터 하나님께 제
물로 바칠 수 있었는데, 그것은 8일 만에 행하는 할례 의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
었다<출22:30; 레 22:27>.
ㅇ구별하여 - 출 13:2,12 주석 참조.
ㅇ첫 새끼 - 레 27:26 주석 참조.
20 ○너와 네 가족이 매년에 여호와의 택하신 곳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먹을찌니라
ㅇ여호와의 택하신 곳 - 12:5 주석 참조.
ㅇ여호와 앞에서 먹을지니라 - 초태생을 '중앙 성소'에서 하나님께 화목 제물로
드린 후, 제사장의 몫(레 7:30-34)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경배자가 가족과 더
불어 성소 뜰에서 먹으라는 뜻이다(레 7:15-17).
21 그러나 그 짐승이 흠이 있어서 절거나 눈이 멀었거나 무슨 흠이 있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께 잡아 드리지 못할찌니
22 네 성중에서 먹되 부정한 자나 정한 자가 다 같이 먹기를 노루와 사슴을
먹음같이 할 것이요
ㅇ비록 초태생이라 할지라도 흠이 있는 경우, 그 짐승은 제물용으로는 사용할수
없었고 단지 식용으로만 사용해야 했다. 그 까닭은 여기서 제물로 구별된 초태생
은 장차 온 인류를 대속할 영원한 화목 제물인 예수 그리스도의 무흠(無欠)을 예
표했기 때문이다(고후5:21).
ㅇ노루와 사슴을 먹음같이 - 12:15 주석 참조.
23 오직 피는 먹지 말고 물같이 땅에 쏟을찌니라
ㅇ오직 피는 먹지 말고 - '피'는 그 자체 속에 포함된 '죽음'과 '생명'이라는 이
중 개념으로 인해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놓는 속죄(贖罪)의 상징적 수단으로 사
용되었다. 따라서 성경은 이러한 최고의 종교적 성물(聖物)인 피의 식용(食用)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기는 자는 극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창
9:4,5; 레7:27;17:10). 신약 시대에도 이러한 입장은 견지되어 예루살렘 총회에
서 동일한 원칙이 가결되었다(행15:20). 피의 식용을 이처럼 철저히 금지시킨 이
유는 다음과 같다. (1) 피는 곧 육체의 생명 그 자체와 동일시 되었으므로(창 9:
4; 레17:11,14) 피를 마시는 행위는 사실상 생명을 삼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2) 피로써 상징된 생명은 오로지 하나님의 주권 영역에 속하였으므로 피를 마시
는 행위는 하나님의 주권을 모독하는 신성 모독죄와 같았기 때문이다. (3) 피를
마시는 행위는 이방의 우상 숭배자들이 즐겨행한 그들의 극악한 제사 의식이었기
때문이다. (4) 무엇보다도 피는 속죄의 유일한 수단으로서(히9:22) 장차 인류의
죄를 대속할 그리스도의 보혈(寶血)을 예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ㅇ물 같이 땅에 쏟을지니라 - 짐승의 피를 마치 물을 쏟아붓듯 당에 쏟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는 생명을 상징하는 것인 만큼, 본래 그 생명이 비록
되었던 흙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창 3:19; 전3:20). (2)아울러 그것은 오
직 생명의 주권이 흙으로부터 그 생명을 창조 하신(창2:7)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
하고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출처 : 춘천 대우인력 김진규
글쓴이 : 대우인력 김진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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