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0장
1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 지파의 두령들에게 일러 가로되 여호와의 명령이 이러하니라
ㅇ모세가 ... 두령들에게 일러 - 개역 성경에서 본문은 모세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규례를
두령들에게만 전달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나 히브리 원문에는 모세가 이스라엘 모든
자손과 두령들에게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즉 원문에 따라 직역하면 '모세는 여호와께
서 자신에게 명하신 모든 것에 따라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했다(29:40). 그리고 모세는 이스
라엘 자손 지파들의 두령들에게 이것이 여호와께서 명하신 바로 그 말씀이다 라고 말했다
(30:1)'가 된다. 이것은 히브리 원문에서 보면 개역성경 구분으로 29:40로 되어 있는 부분
이 30:1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역 성경에는 본장은 모두 16절로 구성 되었으
나 히브리 원문은 17절로 되어 있다. 한편 두령에 관해서는 1:4 주석을 참조하라.
2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마음을 제어하기로 서약하였거든 파약하지 말고 그 입에서
나온대로 다 행할 것이니라
ㅇ사람이 - '사람'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이쉬'는 여자를 뜻하는 '이솨'와 개념으로서 곧
남자(man)를 의미한다. 따라서 본절은 3-15절이'여자'가 서원하는 경우에 대한 언급인 것과
는 대조적으로 남자에게 적응되는 규례이다. 그러나 통상 '남자'란 말은 그 속에 '여자'까
지도 포함하는 말이므로, 여기서도 '누구든지'란 의미로 봄이 좋을 듯하다.
ㅇ서원하였거나 - 여기서 '서원'(네데르)은 일반적으로 자기 소유 (유형, 무형을 모두포함)
가운데 어떤 것을 거룩히 구별하여 여호와께 드리겠다는 적극적인 약속(vow)을 가리킨다
(Keil & Delitzsch). 이러한 서원의 한 예로 자신의 전삶을 여호와께 거룩히 구별하여
드리는 나실인의 서원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서원은 여호와께 구별하여 드리기로
약속한 모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맹세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ㅇ마음을 제어하기로 - 직역하면 '그의 영혼(마음)을 맹세로 묶기로' 라고 번역된다. 즉 이
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의 모든 소욕을 절제하는 상태를 묘사한 것이다.이는 앞
의 '서원'이 무엇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개념인데 비해 '마음을 제어하는 것'은 무엇을 안하
겠다는 소극적인 의미의 약속을 가리킨다(Keil & delitzsch). 그러므로 이에는 금식, 금주,
금욕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같은 서원은 자신의 신앙을 자랑하고자하는 그릇된 동기에서
비롯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자발적인 신앙 표현이어야 한다.
ㅇ서약하였거든 - 여기서 '서약한다'(솨바 쉐부아)란 동일어를 중첩시켜 강조한 말인데,
직역하면 '맹세를 맹약하다'가 된다. 결국 이 말은 서약자가 자신이 선언한 약속을 절대
변경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闡明)하는 것을 가리킨다.
ㅇ파약하지 말고 - 직역하면 '그가 맹세한 것을 깨뜨리지 말고'이다. 이 말은 서원을 불이행
함으로써 그 약속한바를 헛되게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하나님께 약속한 바를 이행치 않는
것은 하나님을 우롱하는 죄악이며, 그분에 대한 불신앙이다. 후일 다윗은 그의 시편에서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변치 아니하며"(시15:1- 4)라고 노래함으로
써 서원 불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ㅇ입에서 나온 대로 - 하나님은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아니하는' 자
를 기뻐하신다(시 15:4). 즉 언행(言行)이 일치한 삶만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인정받는
다. 그러나 말만 앞서는 것은 하나님을 만홀(漫忽)히 여기는 죄악된 행위이다(약 2:26).
3 또 여자가 만일 어려서 그 아비 집에 있을 때에 여호와께 서원한 일이나 스스로 제어하려
한 일이 있다 하자
ㅇ어려서(비느우레하) - 이는 '어린 시절에'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 이 말은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의 처녀','소녀', '젊은 여자'등의 뜻을 지닌 원어 ' 나아르'에서 파생하였다.
따라서 뒤이어 나오는 '그 아비 집에 있을 때에'란 말과 결부시켜 본다면, 본 규례의 대상
자는 아직 젊어 결혼하지 않은 처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맥의 흐름으로 보아 이 처녀
는 나이에 제한없이 결혼하지 않고 아버지의 집에 기거하면서 아버지의 권위 아래 있는 모
든 여자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ㅇ듣고도...아무말이 없으면 - 여기서 '듣다'란 의미는 소문에 의해서나 혹은 우연히 듣는
상태가 아니라, 서원을 한 딸로부터 직접보고를 듣는 상태를 일컫는다. 사실 아버지는 그
가정의 총책임자이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하나님 앞에서 그 가정을 대표하는 자이기에 자
녀의 행동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으며, 또한 자녀들은 자신의 일들을 아버지께 보고해야 했
다. 한편 아버지가 딸의 서원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곧
허락으로 간주되어, 그때부터 딸은 서원한 내용을 실행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5,
7. 8절등의 상황으로 볼 때 보고를 접한 아버지는 곧 가부(可否)를 결정해야만 했다. 만약
시간이 오래 경과한 후에는 자신의 의사를 번복한다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ㅇ지킬 것이 니라 (야쿰) - '지키다', '수행하다'란 뜻의 '쿰'에서 파생말로, 곧 어떤 언약
을 근거로 그 약속을 신실하게 성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4 그 아비가 그의 서원이나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듣고도 그에게 아무 말이 없으면
그 모든 서원을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지킬 것이니라
5 그러나 그 아비가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던 서약이
이루지 못할 것이니 그 아비가 허락지 아니하였은즉 여호와께서 사하시리라
ㅇ듣는 날에(베욤 솨메오) - 여기서 '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욤'은 '하루'를 뜻하기도
하고 '한 시대'를 뜻하기도 하는 등 그 의미가 다양하다. 여기서는 '얼마 후', '잠시 동
안','그때' 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본문은 딸의 보고를 '듣고 즉시' 내지는 '듣
고 얼마 있지 않아'로 해석할 수 있다.
ㅇ허락지 아니하면(임 헤니) - 직역하면 '만약 좌절시켰다면', '만약 부인하였다면'이 된
다. 이는 그 당시 딸에 대한 아버지의 권위가 얼마만큼 되었는지를 시사하는 문구이다. 한
편 보통 서원을 할 때는 증인들 앞에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아버지의 거부권 행사
에도 역시 증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ㅇ여호와께서 사하시리라 - 누구든지 여호와께 서원한 것을 그대로 행치 않으면 죄가 된다.
그러나 아비의 권위 아래 있는 여자가 서원했을때, 만일 그 아비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면 그녀는 서원의 불이행으로부터 오는 화(禍)를 면할수 있었다. 그것은 그 아비의 불허(不
許)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딸의 서원을 공식 성립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하나님께
서 이같은 규례를 주신 것은 부모의 권위를 세워주며, 아울러 무모한 서원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였다.
6 또 혹시 남편을 맞을 때에 서원이나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경솔히 그 입에서 발하였다
하자
ㅇ남편을 맞을 때에 - 이를 직역하면 '그녀가 남편에게 갈(속할) 때에'가 된다. 이는 그녀
의 머리 위에 있는 권위의 주체자가 아버지에게서 남편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ㅇ경솔히 그 입에서 발하였다 - 원문에 따르면 그녀의 서원이 그녀에게 있거나 또는 분별
없는 말(경솔한 서원)이 그녀의 입에 있는 상태에서'로 번역된다. 즉 여자가 결혼 전에 서
원한 것이 아직 실행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거나 또는 한때 분별없이 서원한 말이 그대
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 경우 서원의 이행 여부는 그녀
와 공동 운명체인 남편이 결정하며, 남편의 결정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권위가 부여된
다. 한편 랑게(Lange)는 본문 앞의 '혹시'라는 말을 근거로 본절의 상황이 약혼은 했으나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당할 일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즉 여자의 서원이 약혼 기간에
행해진 것이며, 그 경우에도 약혼한 남자가 그 이행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견
해는 시간상 좀더 포괄적인 것이긴 하나 유대 사회에서 약혼과 결혼의 법적 지위가 대동소
이 했다는 점에서 앞의 견해와 별 차이가 없다.
7 그 남편이 그것을 듣고 그 듣는 날에 그에게 아무 말이 없으면 그 서원을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지킬 것이니라
8 그러나 그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고 경솔히
입술에서 발한 서약이 무효될 것이니 여호와께서 그 여자를 사하시리라
ㅇ남편이...듣고 - 남편은 아내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이자 동반자이기 때문에 아내의 문제
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 특히 본절에서 처럼 남편이 아내의 서약을 '보고받는 것'은 그 아
내의 서원에 책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내의 서원 내용을 들은 남편은 마치 딸
에 대한 아비의 권위와 같이(4, 5절) 아내의 서원 실행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수 있었으
며, 또한 그 결정에 신적 권위가 부여되었다. 4, 5절 주석을 참조하라.
9 과부나 이혼 당한 여자의 서원이나 무릇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은 지킬 것이니라
ㅇ과부나 이혼당한 여자 - 이들은 아비나 남편 등 자신들의 문제를 책임져 줄 권위자가 없
는 자들로서 곧 하나님 앞에서 독립적 존재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서원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만 했다(딤전5:5).
10 부녀가 혹시 그 남편의 집에 있어 서원을 하였다든지 마음을 제어하려고 서약을 하였다
하자
11 그 남편이 그것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고 금함이 없으면 그 서원은 무릇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은 무릇 지킬 것이니라
ㅇ이 부분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가 서원한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남편
있는 여자가 남편과 상의없이 서원할 수는 있으나, 그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남편의 결정
에 전적으로 따라야 했다. 이때 남편이 그 서원한 사실을 듣고도 금하지 않으면 그 서원은
효력이 있다. 그러나 남편이 금하게 되면 그 서원은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것은 딸에
대해 가지는 아비의 권한(4, 5절)과 동일하다. 오히려 어감상(語感上) 더 강조되고 있는데,
그것은 딸과 아비의 관계 보다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더욱 공고하기 때문이다.
12 그러나 그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무효케 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던 일에
대하여 입술에서 낸 것을 무엇이든지 이루지 못하나니 그 남편이 그것을 무효케 하였은즉
여호와께서 그 부녀를 사하시느니라
ㅇ무효케 하면(야페르) - '파괴하다', '깨뜨리다'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 '파라르'에서 유
래하였다. 결국 이 말은 자신의 아내가 자기도 모르는 중에 하나님께서 원한 것을 남편의
권위로 중간에서 깨뜨린다면, 결과적으로 그 서원한 것을 무효화시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13 무릇 서원과 무릇 마음을 괴롭게 하려는 서약은 그 남편이 그것을 지키게도 할 수 있고
무효케도 할 수 있나니
ㅇ남편이...할 수 있나니 - 이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고유한 권한을 제시한 것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1) 남편은 아내의 문제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권위자이다. (2) 남편과 아내는 공동 운명체로서, 하나님 앞에서는 두 인격체의
대표자가 남편이다.(3) 가정의 질서와 평화는 하나님께서 제공하신 각자의 인격과 권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정착될 수 있다.
14 그 남편이 일향 말이 없으면 아내의 서원과 스스로 제어하려는 일을 지키게 하는 것이니
이는 그가 그것을 들을 때에 그 아내에게 아무 말도 아니하였으므로 지키게 됨이니라
ㅇ일향 말이 없으면 - 직역하면 '(듣는) 가운데 침묵을 지키면', '(들은) 후에 말하지 않으
면'이 된다. 아내의 서원 내용을 직접 보고 받고도 그 남편이 즉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침
묵하면 그것은 곧 묵시적 동조로 간주되어, 아내는 즉시 그 서원을 이행해야만 했다.
15 그러나 그 남편이 들은지 얼마 후에 그것을 무효케 하면 그가 아내의 죄를 담당할
것이니라
ㅇ들은지 얼마 후에 - 여기서 '얼마 후에'를 뜻하는 히브리어 '아하레'의 원뜻은 '지연
하다', '방해하다', '오래 머무르다'로서 의지적으로 시간을 오래 지체하는 상태를 가리킨
다. 따라서 남편이 이렇게 시간을 경과시키는 것은 일종의 아내의 서원에 대한 묵허
(黙許)로 인정될 수 있다.
ㅇ아내의 죄를 담당할 것 - 남편이 아내의 서원 사실을 듣고서도 얼마 기간의 시간을 침묵
으로 지체한 후 나중에 갑작스레 그 서원의 무효를 선언하는 것은 아내와 하나님 사이의 서
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되며, 더 나아가 아내에게 서원
불이행의 죄를 짓게 하는 결과가 된다. 이때 남편은 아내의 서원 파약에 대한 죄책을 아내
대신 지고 모든 율법상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했다. 즉 남편은 어린 암양이나 염소를 끌어다
가 하나님께 속건제를 드려 죄의 용서를 받아야 했다. 만약 남편이 죄책을 회피하면 하나님
으로부터 준엄한 징계를 당하게 된다.
16 이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율례니 남편이 아내에게, 아비가 자기 집에 있는 유년
여자에게 대한 것이니라
ㅇ이 부분은 본장의 최종 결론으로 가정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아버지와 남편의 권위를 하
나님께서 인정하신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덧붙여 이 내용 속에는 권위를 부여
받은 자가 지니는 책임 의식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1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 지파의 두령들에게 일러 가로되 여호와의 명령이 이러하니라
ㅇ모세가 ... 두령들에게 일러 - 개역 성경에서 본문은 모세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규례를
두령들에게만 전달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나 히브리 원문에는 모세가 이스라엘 모든
자손과 두령들에게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즉 원문에 따라 직역하면 '모세는 여호와께
서 자신에게 명하신 모든 것에 따라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했다(29:40). 그리고 모세는 이스
라엘 자손 지파들의 두령들에게 이것이 여호와께서 명하신 바로 그 말씀이다 라고 말했다
(30:1)'가 된다. 이것은 히브리 원문에서 보면 개역성경 구분으로 29:40로 되어 있는 부분
이 30:1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역 성경에는 본장은 모두 16절로 구성 되었으
나 히브리 원문은 17절로 되어 있다. 한편 두령에 관해서는 1:4 주석을 참조하라.
2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마음을 제어하기로 서약하였거든 파약하지 말고 그 입에서
나온대로 다 행할 것이니라
ㅇ사람이 - '사람'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이쉬'는 여자를 뜻하는 '이솨'와 개념으로서 곧
남자(man)를 의미한다. 따라서 본절은 3-15절이'여자'가 서원하는 경우에 대한 언급인 것과
는 대조적으로 남자에게 적응되는 규례이다. 그러나 통상 '남자'란 말은 그 속에 '여자'까
지도 포함하는 말이므로, 여기서도 '누구든지'란 의미로 봄이 좋을 듯하다.
ㅇ서원하였거나 - 여기서 '서원'(네데르)은 일반적으로 자기 소유 (유형, 무형을 모두포함)
가운데 어떤 것을 거룩히 구별하여 여호와께 드리겠다는 적극적인 약속(vow)을 가리킨다
(Keil & Delitzsch). 이러한 서원의 한 예로 자신의 전삶을 여호와께 거룩히 구별하여
드리는 나실인의 서원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서원은 여호와께 구별하여 드리기로
약속한 모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맹세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ㅇ마음을 제어하기로 - 직역하면 '그의 영혼(마음)을 맹세로 묶기로' 라고 번역된다. 즉 이
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의 모든 소욕을 절제하는 상태를 묘사한 것이다.이는 앞
의 '서원'이 무엇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개념인데 비해 '마음을 제어하는 것'은 무엇을 안하
겠다는 소극적인 의미의 약속을 가리킨다(Keil & delitzsch). 그러므로 이에는 금식, 금주,
금욕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같은 서원은 자신의 신앙을 자랑하고자하는 그릇된 동기에서
비롯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자발적인 신앙 표현이어야 한다.
ㅇ서약하였거든 - 여기서 '서약한다'(솨바 쉐부아)란 동일어를 중첩시켜 강조한 말인데,
직역하면 '맹세를 맹약하다'가 된다. 결국 이 말은 서약자가 자신이 선언한 약속을 절대
변경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闡明)하는 것을 가리킨다.
ㅇ파약하지 말고 - 직역하면 '그가 맹세한 것을 깨뜨리지 말고'이다. 이 말은 서원을 불이행
함으로써 그 약속한바를 헛되게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하나님께 약속한 바를 이행치 않는
것은 하나님을 우롱하는 죄악이며, 그분에 대한 불신앙이다. 후일 다윗은 그의 시편에서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변치 아니하며"(시15:1- 4)라고 노래함으로
써 서원 불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ㅇ입에서 나온 대로 - 하나님은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아니하는' 자
를 기뻐하신다(시 15:4). 즉 언행(言行)이 일치한 삶만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인정받는
다. 그러나 말만 앞서는 것은 하나님을 만홀(漫忽)히 여기는 죄악된 행위이다(약 2:26).
3 또 여자가 만일 어려서 그 아비 집에 있을 때에 여호와께 서원한 일이나 스스로 제어하려
한 일이 있다 하자
ㅇ어려서(비느우레하) - 이는 '어린 시절에'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 이 말은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의 처녀','소녀', '젊은 여자'등의 뜻을 지닌 원어 ' 나아르'에서 파생하였다.
따라서 뒤이어 나오는 '그 아비 집에 있을 때에'란 말과 결부시켜 본다면, 본 규례의 대상
자는 아직 젊어 결혼하지 않은 처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맥의 흐름으로 보아 이 처녀
는 나이에 제한없이 결혼하지 않고 아버지의 집에 기거하면서 아버지의 권위 아래 있는 모
든 여자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ㅇ듣고도...아무말이 없으면 - 여기서 '듣다'란 의미는 소문에 의해서나 혹은 우연히 듣는
상태가 아니라, 서원을 한 딸로부터 직접보고를 듣는 상태를 일컫는다. 사실 아버지는 그
가정의 총책임자이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하나님 앞에서 그 가정을 대표하는 자이기에 자
녀의 행동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으며, 또한 자녀들은 자신의 일들을 아버지께 보고해야 했
다. 한편 아버지가 딸의 서원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곧
허락으로 간주되어, 그때부터 딸은 서원한 내용을 실행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5,
7. 8절등의 상황으로 볼 때 보고를 접한 아버지는 곧 가부(可否)를 결정해야만 했다. 만약
시간이 오래 경과한 후에는 자신의 의사를 번복한다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ㅇ지킬 것이 니라 (야쿰) - '지키다', '수행하다'란 뜻의 '쿰'에서 파생말로, 곧 어떤 언약
을 근거로 그 약속을 신실하게 성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4 그 아비가 그의 서원이나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듣고도 그에게 아무 말이 없으면
그 모든 서원을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지킬 것이니라
5 그러나 그 아비가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던 서약이
이루지 못할 것이니 그 아비가 허락지 아니하였은즉 여호와께서 사하시리라
ㅇ듣는 날에(베욤 솨메오) - 여기서 '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욤'은 '하루'를 뜻하기도
하고 '한 시대'를 뜻하기도 하는 등 그 의미가 다양하다. 여기서는 '얼마 후', '잠시 동
안','그때' 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본문은 딸의 보고를 '듣고 즉시' 내지는 '듣
고 얼마 있지 않아'로 해석할 수 있다.
ㅇ허락지 아니하면(임 헤니) - 직역하면 '만약 좌절시켰다면', '만약 부인하였다면'이 된
다. 이는 그 당시 딸에 대한 아버지의 권위가 얼마만큼 되었는지를 시사하는 문구이다. 한
편 보통 서원을 할 때는 증인들 앞에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아버지의 거부권 행사
에도 역시 증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ㅇ여호와께서 사하시리라 - 누구든지 여호와께 서원한 것을 그대로 행치 않으면 죄가 된다.
그러나 아비의 권위 아래 있는 여자가 서원했을때, 만일 그 아비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면 그녀는 서원의 불이행으로부터 오는 화(禍)를 면할수 있었다. 그것은 그 아비의 불허(不
許)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딸의 서원을 공식 성립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하나님께
서 이같은 규례를 주신 것은 부모의 권위를 세워주며, 아울러 무모한 서원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였다.
6 또 혹시 남편을 맞을 때에 서원이나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경솔히 그 입에서 발하였다
하자
ㅇ남편을 맞을 때에 - 이를 직역하면 '그녀가 남편에게 갈(속할) 때에'가 된다. 이는 그녀
의 머리 위에 있는 권위의 주체자가 아버지에게서 남편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ㅇ경솔히 그 입에서 발하였다 - 원문에 따르면 그녀의 서원이 그녀에게 있거나 또는 분별
없는 말(경솔한 서원)이 그녀의 입에 있는 상태에서'로 번역된다. 즉 여자가 결혼 전에 서
원한 것이 아직 실행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거나 또는 한때 분별없이 서원한 말이 그대
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 경우 서원의 이행 여부는 그녀
와 공동 운명체인 남편이 결정하며, 남편의 결정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권위가 부여된
다. 한편 랑게(Lange)는 본문 앞의 '혹시'라는 말을 근거로 본절의 상황이 약혼은 했으나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당할 일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즉 여자의 서원이 약혼 기간에
행해진 것이며, 그 경우에도 약혼한 남자가 그 이행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견
해는 시간상 좀더 포괄적인 것이긴 하나 유대 사회에서 약혼과 결혼의 법적 지위가 대동소
이 했다는 점에서 앞의 견해와 별 차이가 없다.
7 그 남편이 그것을 듣고 그 듣는 날에 그에게 아무 말이 없으면 그 서원을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지킬 것이니라
8 그러나 그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고 경솔히
입술에서 발한 서약이 무효될 것이니 여호와께서 그 여자를 사하시리라
ㅇ남편이...듣고 - 남편은 아내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이자 동반자이기 때문에 아내의 문제
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 특히 본절에서 처럼 남편이 아내의 서약을 '보고받는 것'은 그 아
내의 서원에 책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내의 서원 내용을 들은 남편은 마치 딸
에 대한 아비의 권위와 같이(4, 5절) 아내의 서원 실행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수 있었으
며, 또한 그 결정에 신적 권위가 부여되었다. 4, 5절 주석을 참조하라.
9 과부나 이혼 당한 여자의 서원이나 무릇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은 지킬 것이니라
ㅇ과부나 이혼당한 여자 - 이들은 아비나 남편 등 자신들의 문제를 책임져 줄 권위자가 없
는 자들로서 곧 하나님 앞에서 독립적 존재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서원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만 했다(딤전5:5).
10 부녀가 혹시 그 남편의 집에 있어 서원을 하였다든지 마음을 제어하려고 서약을 하였다
하자
11 그 남편이 그것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고 금함이 없으면 그 서원은 무릇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은 무릇 지킬 것이니라
ㅇ이 부분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가 서원한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남편
있는 여자가 남편과 상의없이 서원할 수는 있으나, 그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남편의 결정
에 전적으로 따라야 했다. 이때 남편이 그 서원한 사실을 듣고도 금하지 않으면 그 서원은
효력이 있다. 그러나 남편이 금하게 되면 그 서원은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것은 딸에
대해 가지는 아비의 권한(4, 5절)과 동일하다. 오히려 어감상(語感上) 더 강조되고 있는데,
그것은 딸과 아비의 관계 보다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더욱 공고하기 때문이다.
12 그러나 그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무효케 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던 일에
대하여 입술에서 낸 것을 무엇이든지 이루지 못하나니 그 남편이 그것을 무효케 하였은즉
여호와께서 그 부녀를 사하시느니라
ㅇ무효케 하면(야페르) - '파괴하다', '깨뜨리다'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 '파라르'에서 유
래하였다. 결국 이 말은 자신의 아내가 자기도 모르는 중에 하나님께서 원한 것을 남편의
권위로 중간에서 깨뜨린다면, 결과적으로 그 서원한 것을 무효화시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13 무릇 서원과 무릇 마음을 괴롭게 하려는 서약은 그 남편이 그것을 지키게도 할 수 있고
무효케도 할 수 있나니
ㅇ남편이...할 수 있나니 - 이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고유한 권한을 제시한 것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1) 남편은 아내의 문제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권위자이다. (2) 남편과 아내는 공동 운명체로서, 하나님 앞에서는 두 인격체의
대표자가 남편이다.(3) 가정의 질서와 평화는 하나님께서 제공하신 각자의 인격과 권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정착될 수 있다.
14 그 남편이 일향 말이 없으면 아내의 서원과 스스로 제어하려는 일을 지키게 하는 것이니
이는 그가 그것을 들을 때에 그 아내에게 아무 말도 아니하였으므로 지키게 됨이니라
ㅇ일향 말이 없으면 - 직역하면 '(듣는) 가운데 침묵을 지키면', '(들은) 후에 말하지 않으
면'이 된다. 아내의 서원 내용을 직접 보고 받고도 그 남편이 즉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침
묵하면 그것은 곧 묵시적 동조로 간주되어, 아내는 즉시 그 서원을 이행해야만 했다.
15 그러나 그 남편이 들은지 얼마 후에 그것을 무효케 하면 그가 아내의 죄를 담당할
것이니라
ㅇ들은지 얼마 후에 - 여기서 '얼마 후에'를 뜻하는 히브리어 '아하레'의 원뜻은 '지연
하다', '방해하다', '오래 머무르다'로서 의지적으로 시간을 오래 지체하는 상태를 가리킨
다. 따라서 남편이 이렇게 시간을 경과시키는 것은 일종의 아내의 서원에 대한 묵허
(黙許)로 인정될 수 있다.
ㅇ아내의 죄를 담당할 것 - 남편이 아내의 서원 사실을 듣고서도 얼마 기간의 시간을 침묵
으로 지체한 후 나중에 갑작스레 그 서원의 무효를 선언하는 것은 아내와 하나님 사이의 서
원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되며, 더 나아가 아내에게 서원
불이행의 죄를 짓게 하는 결과가 된다. 이때 남편은 아내의 서원 파약에 대한 죄책을 아내
대신 지고 모든 율법상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했다. 즉 남편은 어린 암양이나 염소를 끌어다
가 하나님께 속건제를 드려 죄의 용서를 받아야 했다. 만약 남편이 죄책을 회피하면 하나님
으로부터 준엄한 징계를 당하게 된다.
16 이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율례니 남편이 아내에게, 아비가 자기 집에 있는 유년
여자에게 대한 것이니라
ㅇ이 부분은 본장의 최종 결론으로 가정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아버지와 남편의 권위를 하
나님께서 인정하신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덧붙여 이 내용 속에는 권위를 부여
받은 자가 지니는 책임 의식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출처 : 춘천 대우인력 김진규
글쓴이 : 대우인력 김진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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