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0장
1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각기 향로를 가져다가
여호와의 명하시지 않은 다른 불을 담아 여호와 앞에 분향
하였더라
ㅇ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 - 대제사장 아론과 그 아내 엘리
세바 사이에는 네 아들, 곧 나답과 아비후, 및 엘르아살과 이
다말이 있었다(출 6:23). 이 중 나답과 아비후는 제사장 직무
를 잘못 감당하여 여호와의 불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셋째
아들인 엘르아살이 후일 아론의 뒤를 이어 대제사장이 되어 레
위 족속의 어른이 되었다(출 6:25; 민:20:28).
ㅇ향로(마흐타) - 이것은 성소 안에 설치된 분향단에 아침과
저녁마다 새로이 향을 사를 때 사용되는 불씨를 번제단에서 향
단까지 옮기는데 쓰이던 금제 그릇을 가리킨다. 성경의 다른
부분에는 '불똥 그릇'(출 25:38), '통'(출27:3;38:3)으로도 번
역되고 있다.
ㅇ다른 불 - 직역하면 '이상한 불'(stange fire)인데 이 불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불을 가리키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 이것
은 여호와께서 명하신 불, 즉 번제단의 제물이 타는 불이 아닌
'일반 불' 또는 다른 불"을 의미하는 듯하다(The Preacher's
Homiletic Commentary). 여하튼 나답과 아비후는 분향할 불로
는 오직 번제단의 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를 어긴것은 여호와의 규례를 멸시하는 행위이며 하나님께 대
한 불순종의 죄임에 분명하다. 한편 나답과 아비후가 이러한
죄를 범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날 독주를 마신 때문이라
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이 사건 이후 곧 독주 금지 규례(9절)
가 주어지기 때문이다(Matthew Henty, Harrison).
2 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그들을 삼키매 그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은지라
ㅇ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 나답과 아비후를 심판한 이 '불'
은 하늘에서 직접 내린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님 임재의 상징인
속죄소로부터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나온 불이다. 즉 아론이 제
사장 직무를 처음 수행할 때 나타났던 '여호와의 불'(9:24)과
동일한 것이다(Lange). 한편 이 불은 일반적인 불과는 달리 옷
과 몸은 태우지 않은 채(5절) 두 사람만 죽이고 말았는데, 이
는 여호와의 거룩성과 아울러 블순종의 범죄가 낳는 비참한 결
과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구약 성경에서 여호와의 불은 심판
의 불로 범죄한 백성들을 징벌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민
16:35;왕하 1:10-13).
ㅇ그들을 삼키매...죽은지라 - 이는 나답과 아비후가 불에 완
전히 타 죽었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심판으로
급작스럽게 죽임을 당한 것을 의미한다(Matthew Henry).
3 모세가 아론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라 이르시기를
나는 나를 가까이하는 자 중에 내가 거룩하다 함을 얻겠고 온
백성 앞에 내가 영광을 얻으리라 하셨느니라 아론이 잠잠하니
ㅇ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라 - 이 말은 여호와께서 지금 주신 말
씀 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또는 계시의 본질적인
면을 모세가 아론에게 상기시킨다는 뜻이다. 즉 모세는 눈앞에
벌어진 급작스럽고 슬픈 상황에 직면하여 그 대처할 방도를 주
의 종의 권위로, 그리고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지금 대제사장
아론에게 명하고 있는 것이다.
ㅇ나를 가까이 하는 자 중에 - 아론과 그 자손 곧 제사장으로
기름 부음 받은 자들을 가리킨다. 원래 제사장으로 세움을 입
는 것은 여호와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
이다(레 21:17-23).
ㅇ내가 거룩하다 함을...영광을 얻으리라 - 본절은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 거룩해야 할 이유 및 목적을 분명하게 언급하
고 있다. 즉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분을 섬기는
성도들 또한 거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하나님의 백성들이
경거망동(輕擧妄動)하게 처신하여 타인의 빈축을 산다면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분의 거룩성을
손상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 . 구약을 막론하고
하나님의 모든 성도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성
을 본받아 또한 거룩하게 되는 것이다(20:26;벧전 1:15). 또한
우리는 여기서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인간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무슨 공로나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하나님께 순종과 경배를 돌릴 때, 바로 그 사실을 하나
님께서 큰 영광 받으신 것으로 간주해 주시는 것이다.
ㅇ아론의 잠잠하니 - 이는 갑작스럽게 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억제하는 모습이며, 또한 하나님의 심판을 원망하지 않고 그분
의 공의(公義)을 인정하는 아론의 겸허한 자세이다. 여기서 우
리는 주의 종된 자들의 겸허한 자세 및 인내의 필요성을 절감
할 수 있다.
4 모세가 아론의 아자비 웃시엘의 아들 미사엘과 엘사반을 불러
그들에게 이르되 나아와 너희 형제들을 성소 앞에서 진 밖으로
메어 가라 하매
ㅇ아론의 아자비 웃시엘 - 여기서 '아자비'(도드)는 '삼촌'
(uncle ;KJV, NIV, RSV)을 가리킨다. 고핫의 아들들은 아므람
과 이스할과 헤브론과 웃시엘이다. 여기 아므람은 모세와 아론
을 낳았으며, 웃시엘은 미사엘과 엘사반과 시드리를 낳았다(출
6:18-22). 그러므로 웃시엘은 아론에게 작은 아버지가 된다.
ㅇ성소 앞에서 진 밖으로 - 제사를 드리던 중 성소 앞에서 갑
자기 죽은 나답과 아비후를 이스라엘 진 밖으로 끌어낸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죽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그들의 시체를 진 밖으로 끌어냄으로써 그 부정이 이스라엘 공
동체에 옮는 것을 방지하셨다. 한편 그들은 제사장 옷을 입은
채로 죽었는데, 이 옷 역시 시체로 인해 더러워졌으므로 함께
진 밖으로 내버려져야 했다(Keil).
5 그들이 나아와 모세의 명대로 그들을 옷 입은 채 진 밖으로
메어 내니
ㅇ옷 입은 채...메어 내니 - 원래 제사장은 제사장의 복장을 하
고는 절대 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만약 제물의 재를 버리기
위해 진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반드시 제사장 제복을 벗고 나갔
다가 들어와 다시 입어야 했다(6:10,11). 그러나 나답과 아비후
의 제사장 제복은 이미 그들 자신의 주검으로 인해 부정을 입었
기 때문에 시체와 함께 진 밖으로 내버려져 그대로 장사되었다.
한편 시체를 진 밖으로 운반한 미사엘과 엘사반은 그 시체로 인
하여 부정을 입었기 때문에 7일 동안 부정하였다(민 19:11-18).
따라서 나답과 아비후 사건이 출애굽 제2년 1월 8일경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할 때, 그들은 1월 14일 저녁에 있은 두번째 유월절
식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부득이한 사정으
로 인해 유월절 규례를 지키지 못한 자들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다음 달 2월 14일 저녁 때 다시금 제2의 유월절을 지키도록 명
하심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셨다(민 9:6-12).
6 모세가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과 아다말에게 이르되 너희는
머리를 풀거나 옷을 찢지 말아서 너희 죽음을 면하고 여호와의
진노가 온 회중에게 미침을 면케 하라 오직 너희 형제 이스라엘
온 족속이 여호와의 치신 불로 인하여 슬퍼할 것이니라
ㅇ머리를 풀거나 옷을 찢지 말아서 - 고대 근동 지역에서 극도
의 슬픔을 나타낼 때는 머리를 풀어 헤치거나 옷의 가슴 부분을
갈기갈기 찢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여호와를 섬기기 위해 특
별히 성별된 제사장의 경우, 인간적인 슬픔을 표시하기 위해 머
리에 쓴 관을 벗음으로 머리를 헝클어 뜨리거나 세마포 제의(祭
衣)를 찢는 것은 곧 제사장 직분을 중단하거나 임의로 거부한다
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이는 제사장들에게 금지되었는데, 만
일 이 명령을 어기는 경우 그것은 하나님의 계명을 가벼히 여기
는 범죄로 여호와의 진노를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제사장들의 애곡을 금지시키는 본 규례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종들은 가족 보다도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눅 14:26). 특별히 여기서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은 하나
님의 징계로 인해 죽임을 당한 것인 만큼, 더욱 근신하여 슬픔
을 자제해야 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공의
로운 심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종의 불만을 터뜨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Keil).
ㅇ진노가 온 회중에게 미침을 - 제사장의 범죄는 이스라엘 백성
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로서 백성의
영적 지도자된 자들의 책임성을 분명하게 일깨워 준다. 즉 제사
장이 인간적인 정리(情理)에 이끌려 하나님께서 금하신 규례를
범함으로써, 그분의 심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면 그것은 곧
모든 백성이 여호와를 거스리는 결과가 되어 그분의 진노를 받
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ㅇ이스라엘 온 족속이...슬퍼할 것이니라 - 제사장과는 달리 일
반 백성들에게는 애도의 표현이 허락되었다. 그러나 이 슬픔의
표현은 하나님을 원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들 사
이를 연결하는 중재자를 잃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
으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하나님께
서 아론과 그 형제들의 슬픔을 억제시킨 것은 그들이 맡은 임무
의 중요성 때문이지 형제애까지 끊고 맹목적인 순종 만을 강요
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성경은 형제뿐
만 아니라 네 이웃까지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레 19:18;요일 4:20,21)
7 여호와의 관유가 너희에게 있은즉 너희는 회막문에 나가지
말아서 죽음을 면할찌니라 그들이 모세의 명대로 하니라
ㅇ여호와의 관유가...있은즉 - 아론과 남은 두 아들(엘르아살과
이다말)은 여호와의 관유로 기름부음을 받아 특별히 제사장으로
성별된 자들이다(관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출 30:22-23 부분
의 주석 내용을 참조하라). 이처럼 제사장들에게 거룩한 관유를
부은 것은 그들로 하여금 전적으로 여호와만 섬기도록 하기 위
한 것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여호와를 향한 절대적 헌신에서 돌
이킬 수 없음을 확증하는 표이다. 신약 시대에 이르러 이 사상
은 예수의 제자가 되고자 하나, 먼저 부친의 장사를 지낸 후
예수를 따르겠다고 하는 자에게 예수께서 하신 말씀, 곧 "죽은
자들로 저희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좇으라"(마
8:22)고 하신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다.
ㅇ회막 문에 나가지 말아서 - 죽은 자들의 시체에 접촉함으로써
부정하게 되거나 그들의 장례를 위해서 무덤까지 가는 것을 금
하신 말씀이다. 이처럼 제사장들은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도 여
호와를 섬기는 신성한 목적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말이 제사장들은 죽을 때까지 성막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말
은 물론 아니다. 그들은 결혼을 해서 자기 생활을 영위하였으
며, 제사 의식의 집행외에도 백성의 종교 교육과 국가및 개인
의 대사(大事)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여기 회막 문
을 나오지 말라는 명령은 제사장의 직무수행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회막 문 밖으로 절대 나오지 말라는 뜻이다.
8 ○여호와께서 아론에게 일러 가라사대
9 너나 네 자손들이 회막에 들어갈 때에는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말아서 너희 사망을 면하라 이는 너희 대대로 영영한
규례라
ㅇ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말아서 - 여기서 '포도주 에 해당
하는 히브리어 '야인'은 포도를 주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을
가리키며, '독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쉐카르'는 '취하다',
'자극하다 는 뜻의 '솨칼'에서 파생된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빨리 취하게 만드는 '독한 술'(strong drink, KJV)을 의미한다.
한편 제사장들은 성소에서 봉사의 직무를 수행할 때는 절대로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이것은 제사장들이 바른 마음가짐으로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제사 절차 및 방법을 따라 맡겨진 제
사 직무를 거룩히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며, 또한 맑은 정신으
로 사태를 잘 분별하여 하나님의 법도를 따라 백성들을 잘 가
르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술은 사람의 정신
을 혼미케 하여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추악한 육적 본성을 드러내게 하여 범죄를 초래
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술취하지 말고 오직 성령
의 충만함을 받으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엡 5:18). 한편
역사적으로 볼 때 아론 당시에는 아론과 그의 두 아들이 거의
매일 성소에서 직무에 임했기 때문에 음주가 금지되었으나,
후에 제사장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성소에서의 직무를 수행하
지 않을 때에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허용되었다.
10 그리하여야 너희가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고
ㅇ속된 것 - '속되다'(profane)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홀은
'꿰뚫다', '상처내다', '파괴하다'는 뜻의 '할랄'에서 파생된
말로 하나님의 거룩성을 더럽히는 것, 곧 하나님의 거룩성을
파괴하거나 신적 권위에 상처를 주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반
면 '거룩한 것'은 '속된 것'의 반대 개념으로 그러한 속된것
들로부터 구별 됨으로써 하나님의 거룩성에 합치되는 것을
말한다.
ㅇ부정하고 정한 것 - 여기서 '부정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타페"는 '더럽히다', '모독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하나
님의 거룩성 또는 신성을 모독하는 제반의 것을 지칭한다. 일
반적으로 속된 것은 부정한 것보다 더 깊고 포괄적인 개념이
며, 또한 거룩하다는 개념도 정하다는 개념보다 더 깊고 포
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아무리 정한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
님의 거룩성에 합치(合致)되지 않는 것은 속(俗)된 것이라 할
수 있다.
ㅇ본문은 제사장이 제사 의식을 집행하기 위해 성막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술을 금할 것을 강조한 규례이다.
11 또 여호와가 모세로 명한 모든 규례를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르치리라
ㅇ모든 규례를...가르치리라 - 제사장들에게는 제사 의식을
집행하는 일 외에도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법도와 규례를 가
르쳐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부분이다. 실로
제사장들에게 있어서 백성을 가르치는 일은 제사 의식을 집행
하는 직무와 다름없이 필수적이고 거룩한 봉사이다. 한편 성
경은 선생 또는 지도자된 자들의 솔선 수범을 강하게 요구하
고 있는데, 입으로는 가르치면서 자신은 행하지 않는다면 이
는 하나님께서 가중히 여기시는 위선이 되고 말 것이다. 신
약 성경에서 위선자의 대표적인 실례로는 예수의 책망을 많이
받은 바리새인들을 들 수 있다(마 23:2,3;약 3:1-3).
12 ○모세가 아론과 그 남은 아들 엘르아살에게와 이다말에게
이르되 여호와께 드린 화제 중 소제의 남은 것은 지극히
거룩하니 너희는 그것을 취하여 누룩을 넣지 말고 단 곁에서
먹되
ㅇ화제 중 소제의 남은 것 - 일반적으로 '화제'는 속죄제, 번
제등과 같은 제사의 한 종류가 아니라, 제사를 드리는 방법의
하나로 희생 제물을 제단에서 불로 태워 여호와께 드리는 제
사를 총칭한 것이다. 여기서의 '화제'는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의 직무를 처음 수행하던 날 여호와께 드리기 위해 준
비했던 번제 제물을 가리킨다. 이 번제 제물을 불에 태워 바
칠 때 소제로 바쳐진 기름섞인 고운 밀가루의 일부를 번제물
과 함께 태워 드리고, 그 남은 부분은 제사장의 몫으로 돌려
졌는데 본절의 내용은 바로 이것을 지칭한 것이다.
ㅇ지극히 거룩하니 - 2:3 주석 참조.
ㅇ누룩을 넣지 말고 단 곁에서 먹되 - 소제물로 바쳐진 제물
중 제사장의 몫으로 돌려진 것을 먹을 때는 단 곁의 거룩한
장소, 곧 회막 뜰에서 누룩을 넣지 않은 상태로 먹으라는 말
이다. 이처럼 누룩(leaven, KJV;yeast, NIV)이 금지된것은 누
룩 그 자체가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의 빨리 퍼
지는 속성으로 인해 누룩은 죄의 오염 또는 죄악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죄와는 근본적으로 분리된
하나님의 절대 순결하신 모습을 보는 동시에 죄는 그 모양이
라도 버려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살전 5:22).
13 이는 여호와의 화제 중 네 응식과 네 아들의 응식인즉
너희는 그것을 거룩한 곳에서 먹으라 내가 명령을 받았느니라
ㅇ응식(應食) - 이 말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호크'는 '지정하
다'(appoint)란 뜻의 '하카크"에서 파생된 말로 곧 '지정된
몫'(portion)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여호와께서 제사장의
생계를 위해 희생 제물로 바쳐진 제물 중 일부를 그들의 몫으
로 돌려 양식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정해 준 것을 가리킨다
(민18:11,19).
14 흔든 가슴과 든 뒷다리는 너와 네 자녀가 너와 함께 정결한
곳에서 먹을찌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의 화목제 희생 중에서 네
응식과 네 자손의 응식으로 주신 것임이니라
ㅇ흔든 가슴과 든 뒷다리 - 화목제, 속건제, 속죄제 등으로 바
쳐진 희생 동물의 고기 중에서 '요제로 드린 가슴 부분'(흔든
가슴)의 고기와 '거제로 드린 오른쪽 뒷다리 부분'(든뒷다리)
의 고기는 제사장들과 그 가족의 양식으로 돌려졌다(7:31,
34;출 29:24-27). 보다 자세한 내용은 7:34 주석을 참조하라.
15 그 든 뒷다리와 흔든 가슴을 화제의 기름과 함께 가져다가
여호와 앞에 흔들어 요제를 삼을찌니 이는 여호와의 명령대로
너와 네 자손의 영원한 응식이니라
ㅇ본절의 내용은 앞절(14절) 내용의 반복으로 여호와께 요제나
거제로 흔들어 바친 제물은 제사장의 생계를 위한 양식이라는
사실을 재삼 강조한 것이다.
ㅇ화제의 기름과 함께 - 본 구절은 (1)기름도 함께 요제로 삼
아 제사장의 몫으로 돌리라는 것인지 아니면 (2) 기름을 여호
와께 화제로 불태워 바칠 때에 가슴과 우편 뒷다리도 함께 요
제 및 거제로 바치라는 말인지, 개역 성경 자체로는 해석상 난
점이 있다. 그러나 원어적으로 볼 때나 짐승의 기름(fat)은 항
상 여호와께만 불태워 바치라는 여타 성경의 규례(9:15-20)를
고려할 때 후자의 해석이 옳다고 할 수 있다.
16 ○모세가 속죄제 드린 염소를 찾은 즉 이미 불살랐는지라
그가 아론의 남은 아들 엘르아살과 이다말에게 노하여 가로되
ㅇ속죄제 드린 염소를 찾은즉 - 곧 모세가 제사장 임직시 회중
의 죄사함을 위해 속죄제로 드린(9:15-21)제물의 고기를 아론
과 그 아들들의 몫으로 돌려 그들의 양식을 삼도록 하기 위해
찾은 것을 가리킨다. 제사 규례상 회중의 '범죄'를 속하기 위해
드리는 일반 속죄제의 경우, 제사장이 그 희생 제물의 피를 성
소까지 가지고 들어가 단 주위에 뿌리므로 그 고기는 먹을 수
없었다(6:30). 반면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으로서 첫 직무
에 임하는 날, 이스라엘 전 회중을 정결케 하기 위하여 드린 속
죄 제물은 그 희생 제물의 피를 성소에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으
므로 이 속죄제의 고기는 아론과 그 아들들이 거룩한 곳에서 먹
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모세는 지금 바로 그 속죄제의 고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ㅇ이미 불살랐는지라 - 여기서'불사르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사라프'는 '완전히 불태워 없애 버리다', '소각하다' 는 뜻으
로 제단위에서 불태워 드린 것이 아니라(1:9), 진 바깥 재 버
리는 곳에서 태워버린 것을 의미한다(4:13).
ㅇ엘르아살과 이다말에게 노하여 - 대제사장 아론에게는 본래
4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중 장남 나답과 차남 아비후
는 제사 규례를 어긴 죄로 하나님의 징벌을 받아 죽임을 당하
였다(10:1, 2). 그러므로 대제사장 아론에게는 두 아들 엘르아
살과 이다말 밖에 남지 않았는데, 바로 이들이 일반 제사장이
되어 아론을 도와 제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서 모세가 속죄제 고기를 찾다가 그것이 없자, 이들에게 화를
낸것은 아마 이 고기를 바깥 재 버리는 곳에서 태워버리는 일
에 이들이 직접 간여했기 때문일 것이다(Lange, Keil). 한편
여기서 '노하다'란 뜻의 '카차프'는 '틈이 생기다', '쪼개지
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곧 분노로 인해 쪼개지
고 금이 간 심성(心性)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말이다.
17 이 속죄제 희생은 지극히 거룩하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거룩한 곳에서 먹지 아니하였느뇨 이는 너희로 회중의 죄를
담당하여 그들을 위하여 여호와 앞에 속하게 하려고 너희에게
주신 것이니라
ㅇ지극히 거룩하거늘 - 2:3 주석 참조.
ㅇ회중의 죄를 담당하여 - 제사장이 그 고리를 먹어야 할 이유
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그 이유 및 목적은 제사장이
여호와 앞에서 중재자의 자격으로 이스라엘 회중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속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제사장은 제단에 피를 뿌
려 속죄 할 뿐만 아니라, 희생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는 행위
를 통하여 백성의 속죄 사역에 상징적으로 동참 할 책임이 있
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제사장들이 제물을 먹는 것은 신약 시
대의 성만찬을 예표한다. 즉 성도들이 주의 몸인 떡을 먹음으
로 예수와 하나되어 그분의 고난과 이스라엘 회중의 대속 사
역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ㅇ여호와 앞에 속하게 하려고 - 이 말은 제사장의 중재 사역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에 불과한 제사장이
실제로 백성의 죄를 제거해 줄 수는 없다. 단지 그들은 신약
시대에 와서 최종 성취될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을 상징
적으로 예표할 뿐이다.
18 그 피를 성소에 들여오지 아니하였으니 그 제육은 너희가
나의 명한대로 거룩한 곳에서 먹었어야 할 것이니라
ㅇ피를 성소에 들여오지 아니하였으니 - 제사장, 곧 아론과
그 아들들이 속죄 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유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 직무
를 시작하던 날 드린 속죄 제물은 이스라엘 백성이 어떤 특정
한 범죄를 했기 때문에 드린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정결을
위해 드린 것으로써, 그 속죄 제물의 피를 성소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제사장이 거룩한 곳에서 먹을 수
있었다.
ㅇ거룩한 곳에서 먹었어야 - 여기서 거룩한 곳은 회막 내 뜰을
가리킨다. 한편 이처럼 제사장이 거룩한 회막 뜰에서 희생 제
물의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도 전체 제사 내용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19 아론이 모세에게 이르되 오늘 그들이 그 속죄제와 번제를
여호와께 드렸어도 이런 일이 내게 임하였거늘 오늘 내가 속죄
제육을 먹었더면 여호와께서 어찌 선히 여기셨으리요
ㅇ오늘...임하였거늘 - 아론과 그 아들들이 모세로부터 속죄
제물을 먹지 않은 것에 대해 책망을 듣고, 아론이 겸손한 마음
으로 진솔하게 변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편 아론이 속죄 제
물을 먹지 않았던 이유로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두 아들(나답과 아비후)에게 임한 하나님의 심판
이 너무도 엄중하고 생생하여 자신들이 그 제물을 먹음으로써
백성들의 죄를 속하기에는 자신의 성결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
실을 깨닫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서 먹지 않았다(Keil). (2)
갑작스런 두 아들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마음의 평정을 잃은
비통한 상태에서 감히 성물을 먹을 수 없다는 겸손한 마음에
서 먹지 않았다(Calvin). 여하튼 아론이 그 속죄 제육(祭肉)을
먹지 않은 것이 하나님의 명령을 고의로 어긴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인정되었으므로 그
는 이 문제로 인해 징계를 받지 아니하였다. 이것을 가리켜 랑
게(Lange)는 율법의 자구적(字句的)적용을 뛰어 넘은 영적 마
음의 승리라고 묘사하였다. 이처럼 율법시대 초기로부터 성경
은 율법의 근본 사상은 '문자(文字)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점
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상은 후일 "순종이 제사
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라
는 사무엘의 말과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케 하여" (사 1:13-16)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 그리고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
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 6:6)는 호세야
선지자의 말 속에서 보다 분명히 나타난다.
20 모세가 그 말을 듣고 좋게 여겼더라
ㅇ모세가...좋게 여겼더라 - 모세가 아론의 진솔한 변명을 듣
고 아론의 행위가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온 것임을 깨
달아 그의 처신을 묵인해 준 것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는 제차
직무에 있어서 율법 조항을 보다 승화시키는 제사장의 독립적
인 권리 및 그 책임성을 깨달을 수 있다.
1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각기 향로를 가져다가
여호와의 명하시지 않은 다른 불을 담아 여호와 앞에 분향
하였더라
ㅇ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 - 대제사장 아론과 그 아내 엘리
세바 사이에는 네 아들, 곧 나답과 아비후, 및 엘르아살과 이
다말이 있었다(출 6:23). 이 중 나답과 아비후는 제사장 직무
를 잘못 감당하여 여호와의 불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셋째
아들인 엘르아살이 후일 아론의 뒤를 이어 대제사장이 되어 레
위 족속의 어른이 되었다(출 6:25; 민:20:28).
ㅇ향로(마흐타) - 이것은 성소 안에 설치된 분향단에 아침과
저녁마다 새로이 향을 사를 때 사용되는 불씨를 번제단에서 향
단까지 옮기는데 쓰이던 금제 그릇을 가리킨다. 성경의 다른
부분에는 '불똥 그릇'(출 25:38), '통'(출27:3;38:3)으로도 번
역되고 있다.
ㅇ다른 불 - 직역하면 '이상한 불'(stange fire)인데 이 불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불을 가리키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 이것
은 여호와께서 명하신 불, 즉 번제단의 제물이 타는 불이 아닌
'일반 불' 또는 다른 불"을 의미하는 듯하다(The Preacher's
Homiletic Commentary). 여하튼 나답과 아비후는 분향할 불로
는 오직 번제단의 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를 어긴것은 여호와의 규례를 멸시하는 행위이며 하나님께 대
한 불순종의 죄임에 분명하다. 한편 나답과 아비후가 이러한
죄를 범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날 독주를 마신 때문이라
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이 사건 이후 곧 독주 금지 규례(9절)
가 주어지기 때문이다(Matthew Henty, Harrison).
2 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그들을 삼키매 그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은지라
ㅇ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 나답과 아비후를 심판한 이 '불'
은 하늘에서 직접 내린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님 임재의 상징인
속죄소로부터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나온 불이다. 즉 아론이 제
사장 직무를 처음 수행할 때 나타났던 '여호와의 불'(9:24)과
동일한 것이다(Lange). 한편 이 불은 일반적인 불과는 달리 옷
과 몸은 태우지 않은 채(5절) 두 사람만 죽이고 말았는데, 이
는 여호와의 거룩성과 아울러 블순종의 범죄가 낳는 비참한 결
과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구약 성경에서 여호와의 불은 심판
의 불로 범죄한 백성들을 징벌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민
16:35;왕하 1:10-13).
ㅇ그들을 삼키매...죽은지라 - 이는 나답과 아비후가 불에 완
전히 타 죽었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심판으로
급작스럽게 죽임을 당한 것을 의미한다(Matthew Henry).
3 모세가 아론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라 이르시기를
나는 나를 가까이하는 자 중에 내가 거룩하다 함을 얻겠고 온
백성 앞에 내가 영광을 얻으리라 하셨느니라 아론이 잠잠하니
ㅇ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라 - 이 말은 여호와께서 지금 주신 말
씀 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또는 계시의 본질적인
면을 모세가 아론에게 상기시킨다는 뜻이다. 즉 모세는 눈앞에
벌어진 급작스럽고 슬픈 상황에 직면하여 그 대처할 방도를 주
의 종의 권위로, 그리고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지금 대제사장
아론에게 명하고 있는 것이다.
ㅇ나를 가까이 하는 자 중에 - 아론과 그 자손 곧 제사장으로
기름 부음 받은 자들을 가리킨다. 원래 제사장으로 세움을 입
는 것은 여호와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
이다(레 21:17-23).
ㅇ내가 거룩하다 함을...영광을 얻으리라 - 본절은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 거룩해야 할 이유 및 목적을 분명하게 언급하
고 있다. 즉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분을 섬기는
성도들 또한 거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하나님의 백성들이
경거망동(輕擧妄動)하게 처신하여 타인의 빈축을 산다면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분의 거룩성을
손상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 . 구약을 막론하고
하나님의 모든 성도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성
을 본받아 또한 거룩하게 되는 것이다(20:26;벧전 1:15). 또한
우리는 여기서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인간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무슨 공로나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하나님께 순종과 경배를 돌릴 때, 바로 그 사실을 하나
님께서 큰 영광 받으신 것으로 간주해 주시는 것이다.
ㅇ아론의 잠잠하니 - 이는 갑작스럽게 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억제하는 모습이며, 또한 하나님의 심판을 원망하지 않고 그분
의 공의(公義)을 인정하는 아론의 겸허한 자세이다. 여기서 우
리는 주의 종된 자들의 겸허한 자세 및 인내의 필요성을 절감
할 수 있다.
4 모세가 아론의 아자비 웃시엘의 아들 미사엘과 엘사반을 불러
그들에게 이르되 나아와 너희 형제들을 성소 앞에서 진 밖으로
메어 가라 하매
ㅇ아론의 아자비 웃시엘 - 여기서 '아자비'(도드)는 '삼촌'
(uncle ;KJV, NIV, RSV)을 가리킨다. 고핫의 아들들은 아므람
과 이스할과 헤브론과 웃시엘이다. 여기 아므람은 모세와 아론
을 낳았으며, 웃시엘은 미사엘과 엘사반과 시드리를 낳았다(출
6:18-22). 그러므로 웃시엘은 아론에게 작은 아버지가 된다.
ㅇ성소 앞에서 진 밖으로 - 제사를 드리던 중 성소 앞에서 갑
자기 죽은 나답과 아비후를 이스라엘 진 밖으로 끌어낸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죽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그들의 시체를 진 밖으로 끌어냄으로써 그 부정이 이스라엘 공
동체에 옮는 것을 방지하셨다. 한편 그들은 제사장 옷을 입은
채로 죽었는데, 이 옷 역시 시체로 인해 더러워졌으므로 함께
진 밖으로 내버려져야 했다(Keil).
5 그들이 나아와 모세의 명대로 그들을 옷 입은 채 진 밖으로
메어 내니
ㅇ옷 입은 채...메어 내니 - 원래 제사장은 제사장의 복장을 하
고는 절대 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만약 제물의 재를 버리기
위해 진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반드시 제사장 제복을 벗고 나갔
다가 들어와 다시 입어야 했다(6:10,11). 그러나 나답과 아비후
의 제사장 제복은 이미 그들 자신의 주검으로 인해 부정을 입었
기 때문에 시체와 함께 진 밖으로 내버려져 그대로 장사되었다.
한편 시체를 진 밖으로 운반한 미사엘과 엘사반은 그 시체로 인
하여 부정을 입었기 때문에 7일 동안 부정하였다(민 19:11-18).
따라서 나답과 아비후 사건이 출애굽 제2년 1월 8일경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할 때, 그들은 1월 14일 저녁에 있은 두번째 유월절
식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부득이한 사정으
로 인해 유월절 규례를 지키지 못한 자들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다음 달 2월 14일 저녁 때 다시금 제2의 유월절을 지키도록 명
하심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셨다(민 9:6-12).
6 모세가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과 아다말에게 이르되 너희는
머리를 풀거나 옷을 찢지 말아서 너희 죽음을 면하고 여호와의
진노가 온 회중에게 미침을 면케 하라 오직 너희 형제 이스라엘
온 족속이 여호와의 치신 불로 인하여 슬퍼할 것이니라
ㅇ머리를 풀거나 옷을 찢지 말아서 - 고대 근동 지역에서 극도
의 슬픔을 나타낼 때는 머리를 풀어 헤치거나 옷의 가슴 부분을
갈기갈기 찢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여호와를 섬기기 위해 특
별히 성별된 제사장의 경우, 인간적인 슬픔을 표시하기 위해 머
리에 쓴 관을 벗음으로 머리를 헝클어 뜨리거나 세마포 제의(祭
衣)를 찢는 것은 곧 제사장 직분을 중단하거나 임의로 거부한다
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이는 제사장들에게 금지되었는데, 만
일 이 명령을 어기는 경우 그것은 하나님의 계명을 가벼히 여기
는 범죄로 여호와의 진노를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제사장들의 애곡을 금지시키는 본 규례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종들은 가족 보다도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눅 14:26). 특별히 여기서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은 하나
님의 징계로 인해 죽임을 당한 것인 만큼, 더욱 근신하여 슬픔
을 자제해야 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공의
로운 심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종의 불만을 터뜨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Keil).
ㅇ진노가 온 회중에게 미침을 - 제사장의 범죄는 이스라엘 백성
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로서 백성의
영적 지도자된 자들의 책임성을 분명하게 일깨워 준다. 즉 제사
장이 인간적인 정리(情理)에 이끌려 하나님께서 금하신 규례를
범함으로써, 그분의 심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면 그것은 곧
모든 백성이 여호와를 거스리는 결과가 되어 그분의 진노를 받
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ㅇ이스라엘 온 족속이...슬퍼할 것이니라 - 제사장과는 달리 일
반 백성들에게는 애도의 표현이 허락되었다. 그러나 이 슬픔의
표현은 하나님을 원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들 사
이를 연결하는 중재자를 잃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
으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하나님께
서 아론과 그 형제들의 슬픔을 억제시킨 것은 그들이 맡은 임무
의 중요성 때문이지 형제애까지 끊고 맹목적인 순종 만을 강요
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성경은 형제뿐
만 아니라 네 이웃까지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레 19:18;요일 4:20,21)
7 여호와의 관유가 너희에게 있은즉 너희는 회막문에 나가지
말아서 죽음을 면할찌니라 그들이 모세의 명대로 하니라
ㅇ여호와의 관유가...있은즉 - 아론과 남은 두 아들(엘르아살과
이다말)은 여호와의 관유로 기름부음을 받아 특별히 제사장으로
성별된 자들이다(관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출 30:22-23 부분
의 주석 내용을 참조하라). 이처럼 제사장들에게 거룩한 관유를
부은 것은 그들로 하여금 전적으로 여호와만 섬기도록 하기 위
한 것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여호와를 향한 절대적 헌신에서 돌
이킬 수 없음을 확증하는 표이다. 신약 시대에 이르러 이 사상
은 예수의 제자가 되고자 하나, 먼저 부친의 장사를 지낸 후
예수를 따르겠다고 하는 자에게 예수께서 하신 말씀, 곧 "죽은
자들로 저희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좇으라"(마
8:22)고 하신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다.
ㅇ회막 문에 나가지 말아서 - 죽은 자들의 시체에 접촉함으로써
부정하게 되거나 그들의 장례를 위해서 무덤까지 가는 것을 금
하신 말씀이다. 이처럼 제사장들은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도 여
호와를 섬기는 신성한 목적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말이 제사장들은 죽을 때까지 성막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말
은 물론 아니다. 그들은 결혼을 해서 자기 생활을 영위하였으
며, 제사 의식의 집행외에도 백성의 종교 교육과 국가및 개인
의 대사(大事)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여기 회막 문
을 나오지 말라는 명령은 제사장의 직무수행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회막 문 밖으로 절대 나오지 말라는 뜻이다.
8 ○여호와께서 아론에게 일러 가라사대
9 너나 네 자손들이 회막에 들어갈 때에는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말아서 너희 사망을 면하라 이는 너희 대대로 영영한
규례라
ㅇ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말아서 - 여기서 '포도주 에 해당
하는 히브리어 '야인'은 포도를 주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을
가리키며, '독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쉐카르'는 '취하다',
'자극하다 는 뜻의 '솨칼'에서 파생된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빨리 취하게 만드는 '독한 술'(strong drink, KJV)을 의미한다.
한편 제사장들은 성소에서 봉사의 직무를 수행할 때는 절대로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이것은 제사장들이 바른 마음가짐으로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제사 절차 및 방법을 따라 맡겨진 제
사 직무를 거룩히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며, 또한 맑은 정신으
로 사태를 잘 분별하여 하나님의 법도를 따라 백성들을 잘 가
르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술은 사람의 정신
을 혼미케 하여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추악한 육적 본성을 드러내게 하여 범죄를 초래
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술취하지 말고 오직 성령
의 충만함을 받으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엡 5:18). 한편
역사적으로 볼 때 아론 당시에는 아론과 그의 두 아들이 거의
매일 성소에서 직무에 임했기 때문에 음주가 금지되었으나,
후에 제사장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성소에서의 직무를 수행하
지 않을 때에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허용되었다.
10 그리하여야 너희가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고
ㅇ속된 것 - '속되다'(profane)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홀은
'꿰뚫다', '상처내다', '파괴하다'는 뜻의 '할랄'에서 파생된
말로 하나님의 거룩성을 더럽히는 것, 곧 하나님의 거룩성을
파괴하거나 신적 권위에 상처를 주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반
면 '거룩한 것'은 '속된 것'의 반대 개념으로 그러한 속된것
들로부터 구별 됨으로써 하나님의 거룩성에 합치되는 것을
말한다.
ㅇ부정하고 정한 것 - 여기서 '부정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타페"는 '더럽히다', '모독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하나
님의 거룩성 또는 신성을 모독하는 제반의 것을 지칭한다. 일
반적으로 속된 것은 부정한 것보다 더 깊고 포괄적인 개념이
며, 또한 거룩하다는 개념도 정하다는 개념보다 더 깊고 포
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아무리 정한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
님의 거룩성에 합치(合致)되지 않는 것은 속(俗)된 것이라 할
수 있다.
ㅇ본문은 제사장이 제사 의식을 집행하기 위해 성막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술을 금할 것을 강조한 규례이다.
11 또 여호와가 모세로 명한 모든 규례를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르치리라
ㅇ모든 규례를...가르치리라 - 제사장들에게는 제사 의식을
집행하는 일 외에도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법도와 규례를 가
르쳐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부분이다. 실로
제사장들에게 있어서 백성을 가르치는 일은 제사 의식을 집행
하는 직무와 다름없이 필수적이고 거룩한 봉사이다. 한편 성
경은 선생 또는 지도자된 자들의 솔선 수범을 강하게 요구하
고 있는데, 입으로는 가르치면서 자신은 행하지 않는다면 이
는 하나님께서 가중히 여기시는 위선이 되고 말 것이다. 신
약 성경에서 위선자의 대표적인 실례로는 예수의 책망을 많이
받은 바리새인들을 들 수 있다(마 23:2,3;약 3:1-3).
12 ○모세가 아론과 그 남은 아들 엘르아살에게와 이다말에게
이르되 여호와께 드린 화제 중 소제의 남은 것은 지극히
거룩하니 너희는 그것을 취하여 누룩을 넣지 말고 단 곁에서
먹되
ㅇ화제 중 소제의 남은 것 - 일반적으로 '화제'는 속죄제, 번
제등과 같은 제사의 한 종류가 아니라, 제사를 드리는 방법의
하나로 희생 제물을 제단에서 불로 태워 여호와께 드리는 제
사를 총칭한 것이다. 여기서의 '화제'는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의 직무를 처음 수행하던 날 여호와께 드리기 위해 준
비했던 번제 제물을 가리킨다. 이 번제 제물을 불에 태워 바
칠 때 소제로 바쳐진 기름섞인 고운 밀가루의 일부를 번제물
과 함께 태워 드리고, 그 남은 부분은 제사장의 몫으로 돌려
졌는데 본절의 내용은 바로 이것을 지칭한 것이다.
ㅇ지극히 거룩하니 - 2:3 주석 참조.
ㅇ누룩을 넣지 말고 단 곁에서 먹되 - 소제물로 바쳐진 제물
중 제사장의 몫으로 돌려진 것을 먹을 때는 단 곁의 거룩한
장소, 곧 회막 뜰에서 누룩을 넣지 않은 상태로 먹으라는 말
이다. 이처럼 누룩(leaven, KJV;yeast, NIV)이 금지된것은 누
룩 그 자체가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의 빨리 퍼
지는 속성으로 인해 누룩은 죄의 오염 또는 죄악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죄와는 근본적으로 분리된
하나님의 절대 순결하신 모습을 보는 동시에 죄는 그 모양이
라도 버려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살전 5:22).
13 이는 여호와의 화제 중 네 응식과 네 아들의 응식인즉
너희는 그것을 거룩한 곳에서 먹으라 내가 명령을 받았느니라
ㅇ응식(應食) - 이 말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호크'는 '지정하
다'(appoint)란 뜻의 '하카크"에서 파생된 말로 곧 '지정된
몫'(portion)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여호와께서 제사장의
생계를 위해 희생 제물로 바쳐진 제물 중 일부를 그들의 몫으
로 돌려 양식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정해 준 것을 가리킨다
(민18:11,19).
14 흔든 가슴과 든 뒷다리는 너와 네 자녀가 너와 함께 정결한
곳에서 먹을찌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의 화목제 희생 중에서 네
응식과 네 자손의 응식으로 주신 것임이니라
ㅇ흔든 가슴과 든 뒷다리 - 화목제, 속건제, 속죄제 등으로 바
쳐진 희생 동물의 고기 중에서 '요제로 드린 가슴 부분'(흔든
가슴)의 고기와 '거제로 드린 오른쪽 뒷다리 부분'(든뒷다리)
의 고기는 제사장들과 그 가족의 양식으로 돌려졌다(7:31,
34;출 29:24-27). 보다 자세한 내용은 7:34 주석을 참조하라.
15 그 든 뒷다리와 흔든 가슴을 화제의 기름과 함께 가져다가
여호와 앞에 흔들어 요제를 삼을찌니 이는 여호와의 명령대로
너와 네 자손의 영원한 응식이니라
ㅇ본절의 내용은 앞절(14절) 내용의 반복으로 여호와께 요제나
거제로 흔들어 바친 제물은 제사장의 생계를 위한 양식이라는
사실을 재삼 강조한 것이다.
ㅇ화제의 기름과 함께 - 본 구절은 (1)기름도 함께 요제로 삼
아 제사장의 몫으로 돌리라는 것인지 아니면 (2) 기름을 여호
와께 화제로 불태워 바칠 때에 가슴과 우편 뒷다리도 함께 요
제 및 거제로 바치라는 말인지, 개역 성경 자체로는 해석상 난
점이 있다. 그러나 원어적으로 볼 때나 짐승의 기름(fat)은 항
상 여호와께만 불태워 바치라는 여타 성경의 규례(9:15-20)를
고려할 때 후자의 해석이 옳다고 할 수 있다.
16 ○모세가 속죄제 드린 염소를 찾은 즉 이미 불살랐는지라
그가 아론의 남은 아들 엘르아살과 이다말에게 노하여 가로되
ㅇ속죄제 드린 염소를 찾은즉 - 곧 모세가 제사장 임직시 회중
의 죄사함을 위해 속죄제로 드린(9:15-21)제물의 고기를 아론
과 그 아들들의 몫으로 돌려 그들의 양식을 삼도록 하기 위해
찾은 것을 가리킨다. 제사 규례상 회중의 '범죄'를 속하기 위해
드리는 일반 속죄제의 경우, 제사장이 그 희생 제물의 피를 성
소까지 가지고 들어가 단 주위에 뿌리므로 그 고기는 먹을 수
없었다(6:30). 반면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으로서 첫 직무
에 임하는 날, 이스라엘 전 회중을 정결케 하기 위하여 드린 속
죄 제물은 그 희생 제물의 피를 성소에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으
므로 이 속죄제의 고기는 아론과 그 아들들이 거룩한 곳에서 먹
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모세는 지금 바로 그 속죄제의 고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ㅇ이미 불살랐는지라 - 여기서'불사르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사라프'는 '완전히 불태워 없애 버리다', '소각하다' 는 뜻으
로 제단위에서 불태워 드린 것이 아니라(1:9), 진 바깥 재 버
리는 곳에서 태워버린 것을 의미한다(4:13).
ㅇ엘르아살과 이다말에게 노하여 - 대제사장 아론에게는 본래
4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중 장남 나답과 차남 아비후
는 제사 규례를 어긴 죄로 하나님의 징벌을 받아 죽임을 당하
였다(10:1, 2). 그러므로 대제사장 아론에게는 두 아들 엘르아
살과 이다말 밖에 남지 않았는데, 바로 이들이 일반 제사장이
되어 아론을 도와 제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서 모세가 속죄제 고기를 찾다가 그것이 없자, 이들에게 화를
낸것은 아마 이 고기를 바깥 재 버리는 곳에서 태워버리는 일
에 이들이 직접 간여했기 때문일 것이다(Lange, Keil). 한편
여기서 '노하다'란 뜻의 '카차프'는 '틈이 생기다', '쪼개지
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곧 분노로 인해 쪼개지
고 금이 간 심성(心性)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말이다.
17 이 속죄제 희생은 지극히 거룩하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거룩한 곳에서 먹지 아니하였느뇨 이는 너희로 회중의 죄를
담당하여 그들을 위하여 여호와 앞에 속하게 하려고 너희에게
주신 것이니라
ㅇ지극히 거룩하거늘 - 2:3 주석 참조.
ㅇ회중의 죄를 담당하여 - 제사장이 그 고리를 먹어야 할 이유
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그 이유 및 목적은 제사장이
여호와 앞에서 중재자의 자격으로 이스라엘 회중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속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제사장은 제단에 피를 뿌
려 속죄 할 뿐만 아니라, 희생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는 행위
를 통하여 백성의 속죄 사역에 상징적으로 동참 할 책임이 있
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제사장들이 제물을 먹는 것은 신약 시
대의 성만찬을 예표한다. 즉 성도들이 주의 몸인 떡을 먹음으
로 예수와 하나되어 그분의 고난과 이스라엘 회중의 대속 사
역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ㅇ여호와 앞에 속하게 하려고 - 이 말은 제사장의 중재 사역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에 불과한 제사장이
실제로 백성의 죄를 제거해 줄 수는 없다. 단지 그들은 신약
시대에 와서 최종 성취될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을 상징
적으로 예표할 뿐이다.
18 그 피를 성소에 들여오지 아니하였으니 그 제육은 너희가
나의 명한대로 거룩한 곳에서 먹었어야 할 것이니라
ㅇ피를 성소에 들여오지 아니하였으니 - 제사장, 곧 아론과
그 아들들이 속죄 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유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아론과 그 아들들이 제사장 직무
를 시작하던 날 드린 속죄 제물은 이스라엘 백성이 어떤 특정
한 범죄를 했기 때문에 드린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정결을
위해 드린 것으로써, 그 속죄 제물의 피를 성소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제사장이 거룩한 곳에서 먹을 수
있었다.
ㅇ거룩한 곳에서 먹었어야 - 여기서 거룩한 곳은 회막 내 뜰을
가리킨다. 한편 이처럼 제사장이 거룩한 회막 뜰에서 희생 제
물의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도 전체 제사 내용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19 아론이 모세에게 이르되 오늘 그들이 그 속죄제와 번제를
여호와께 드렸어도 이런 일이 내게 임하였거늘 오늘 내가 속죄
제육을 먹었더면 여호와께서 어찌 선히 여기셨으리요
ㅇ오늘...임하였거늘 - 아론과 그 아들들이 모세로부터 속죄
제물을 먹지 않은 것에 대해 책망을 듣고, 아론이 겸손한 마음
으로 진솔하게 변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편 아론이 속죄 제
물을 먹지 않았던 이유로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두 아들(나답과 아비후)에게 임한 하나님의 심판
이 너무도 엄중하고 생생하여 자신들이 그 제물을 먹음으로써
백성들의 죄를 속하기에는 자신의 성결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
실을 깨닫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서 먹지 않았다(Keil). (2)
갑작스런 두 아들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마음의 평정을 잃은
비통한 상태에서 감히 성물을 먹을 수 없다는 겸손한 마음에
서 먹지 않았다(Calvin). 여하튼 아론이 그 속죄 제육(祭肉)을
먹지 않은 것이 하나님의 명령을 고의로 어긴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인정되었으므로 그
는 이 문제로 인해 징계를 받지 아니하였다. 이것을 가리켜 랑
게(Lange)는 율법의 자구적(字句的)적용을 뛰어 넘은 영적 마
음의 승리라고 묘사하였다. 이처럼 율법시대 초기로부터 성경
은 율법의 근본 사상은 '문자(文字)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점
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상은 후일 "순종이 제사
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라
는 사무엘의 말과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케 하여" (사 1:13-16)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 그리고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
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 6:6)는 호세야
선지자의 말 속에서 보다 분명히 나타난다.
20 모세가 그 말을 듣고 좋게 여겼더라
ㅇ모세가...좋게 여겼더라 - 모세가 아론의 진솔한 변명을 듣
고 아론의 행위가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온 것임을 깨
달아 그의 처신을 묵인해 준 것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는 제차
직무에 있어서 율법 조항을 보다 승화시키는 제사장의 독립적
인 권리 및 그 책임성을 깨달을 수 있다.
출처 : 춘천 대우인력 김진규
글쓴이 : 대우인력 김진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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