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8장
1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ㅇ삼가 듣고 - 원문상 이는 '경청하다'는 뜻의 '솨마'가 반복된 문장으로,
직역하면 '듣고 듣다'이다. 그러나 '솨마'란 단어가 중복되어 쓰일 때에는 대개 '주의
하여 경청하다'(carefully listen)는 관용적 의미를 지닌다(출23:22). 그러므로
KJV는 본절을 '성실하게 듣다'(hearken diligently)로 번역하였다.
ㅇ지켜 행하면 - 하나님의 풍성한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무엇보다 '순
종'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 인간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총에 의한 무조
건적이고 단독적인 역사이지만, 한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행한 모든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또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의 순종과 불순
종에 대해 반드시 보응하신다(욥 34:11;잠 24:12;롬 2:6).
2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미치리니
ㅇ순종하면...미치리니 -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에게는 따로 특별히 복(福)을 구
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주어질 것임을 보여 주는구절이다. 후일
예수께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
게 더하시리라"(마 6:33)고 말씀하신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아뭏든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 여부와 그에 따르는 축복은 유기적인 함수 관계
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ㅇ복(베라카) - 기본 동사 '바라크'는 '무릎을 꿇다'(kneel)
란 뜻이다. 이것은 곧 복(福)의 기원을 말하는 바, 모든 복은 위로부터 임하기를 사모
하는 마음으로 겸손히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는 '순종의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한편, 성경을 주의깊게 고찰해 보면 복(福)에는 두 가지 차원(次元)
의 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차원의 복이요 둘째는,
영적이고 내세적인 차원의 복이다. 전자가 부차적(副次的)이고 상대적이며 일시적인
복이라면, 후자는 근원적이고 절대적이며 영원한 복이다. 계시(啓示)가 발전되어 있지
않은 구약 시대에는 복의 개념이 주로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으로 강조되었지만,
하나님의 뜻이 완전 계시된 신약 시대에는 내적이고 영적인 측면으로 강조되어 있음
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구약시대를 막론하고 복에 대한 성경의 근본 개념은 동일하
다. 곧 참된 복은 인간이 추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인
간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이것은 곧 순종에 기반을 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올바른
관계 성립'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복이란 단순히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베
푸시는 어떤 유익의 단계를 넘어 바로 하나님 자신이 참된 복의 근원이요, 복 그 자체
란 뜻이다(창 15:1;요 15:5). 따라서 말씀에 대한 순종은 복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
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복이 되어 주신 데 대한 의무이다. 이런 관점에서 진정 성
도가 추구하여야 할 복은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삼는 영적이고 내세적인 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산상 수훈의 8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마 5:3-12). 따라서 오늘날 개인의 장수, 부귀, 명예, 득남(得男)등이 복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끊임없이 개인의 물질적 축복만을 비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이나 또는
'신앙=물질적 축복'의 복사상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한 부차적인 복은 하나
님께서 당신의 주권적인 뜻에 따라 때로 주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두시기도 하시며
(삼상 2:7), 오히려 어떤 때는 사랑하는 자에게 그 신앙의 유익을 위하여 물질적 궁핍
이나 역경을 일부러 허락하시기도 하시기 때문이다(히 12:5-13). 그러므로 성도는 물
질적이고 현세적인 축복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전적으로 맡기고, 매일을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참되고 복된 생활을 추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 성읍에서도 복을 받고 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ㅇ성읍에서도...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 '성읍'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붐비며
각종 사건과 소문이 빠르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서 복
을 받는다는 것은 뭇 사람들이 역력히 알 수 있는 공개적이고도 큰 축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들'은 사람이 매우 드문 한적한 장소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서 복
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할지라도 사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것
을 의미한다. 결국 여기서 '성읍'과 '들'은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모든 환경과 장소
를 뜻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는 어디에 있든, 그리고 어디를 가든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입게 되리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Delitzsch, Lange).
4 네 몸의 소생과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짐승의 새끼와 우양의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ㅇ네 짐승의...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 가축의 증산(增産)이 원활히 이루어져 그
수효가 크게 번성하리라는 것을 가리킨다. 유목(遊牧) 민족에게 있어서 이는 실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7:13).
5 네 광주리와 떡반죽 그릇이 복을 받을 것이며
ㅇ광주리 - 땅에서 거둔 곡식과 과실, 그밖의 모든 토지 소산(所産)을 담아 두거나
저장해 두는 데 쓰이는 각종 용기(容器)를 가리킨다.
ㅇ떡반죽 그릇 - '부풀다'는 뜻의 '솨아르'에서 파생된 말로 곧 반죽을
부풀리는 '반죽 통'을 가리킨다. 히브리인의 주식은 밀가루로 만든 빵이었으므로, 곧
이는 포괄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 사용되는 모든 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Pulpit Commentary). 한편 이스라엘이 출애굽 후 광야에서 지내는 동
안 주식으로 삼은 것은 만나였다(출 16장). 그러나 가나안 정착 후에는 '떡반죽 그
릇'에도 복이 임하리라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식생활을 만족시켜 주사,
가나안에서는 개개인의 구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하시었다는 의미를 지닌
다(수 5:10-12).
6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ㅇ들어와도 복을 받고 - 일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또는 휴식을 취하러 집으로 들어
올 때에도 변함없는 하나님의 축복을 입을 것이란 뜻이다.
ㅇ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하여 일터로 나가는 길에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사, 그의 하는 모든 일이 형통케 되게끔 도와 주시는 것을 의
미한다. 결국 본절 역시 3절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들은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그리고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그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형통케 될 것
이란 의미임을 알 수 있다.
7 네 대적들이 일어나 너를 치려하면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패하게 하시리니
그들이 한 길로 너를 치러 들어왔으나 네 앞에서 일곱 길로 도망하리라
ㅇ일곱 길로 도망하리라 -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7'이란 숫자는 '완전'을 뜻하는
상징수이다(창 2:1-3;마 18:21, 22). 따라서 이는 대적들이 완전히 패배하여 제각기
산산이 흩어지리라는 뜻이다(32:30;레 26:7, 8). 이러한 실제적인 예는 가나안 정복
전쟁시 이스라엘과 아모리 연합군간의 싸움에서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수 10:10,
11).
8 여호와께서 명하사 네 창고와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이며
ㅇ여호와께서 명하사...복을 주실 것이며 -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면 '여호와께서
복이 네게 있도록 명령하시어'이다. 이처럼 '복'을 의인법적(擬人法的)으로 표현하고
있는 원문은 마치 '축복'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자에게 즉시 찾아가기 위하여
하나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ㅇ창고(아삼) - '저장하다', '함께 쌓다'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로, 특히
'곡식 창고'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ㅇ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 하나님의 축복은 결코 두손을 놓은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들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임을 시사해 준다
(12:7).
9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하면 여호와께서 네게 맹세하신
대로 너를 세워 자기의 성민이 되게 하시리니
10 너를 여호와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세계 만민이 보고 너를 두려워하리라
ㅇ이미 출 19:5, 6에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언약 백성, 곧 거룩한 민족으로 세우신 하
나님께서 다시금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부분이다(7:6;26:19).
ㅇ여호와의 이름으로 일컬음을...두려워하리라 - 어떠한 사물을 그 누구의 이름으로
일컫는다는 것은 곧 그 사물이 그 사람에게 속하여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호와'
란 이름은 열방 중 언약 관계하에 있는 구별된 백성 이스라엘에게만 독특하게 계시된
하나님의 이름이다(출 3:15;6:2, 3). 따라서 하나님께서 특별히 이 성호(聖號)로 이스
라엘을 부르시겠다는 것은 곧 그들을 자신의 소유로 인(印)치시겠다는 뜻이다. 그러므
로 열방들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품속에 있는 이스라엘을 보고 두려워 떨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새끼를 돌보고 있는 어미 사자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과 같다.
11 여호와께서 네게 주리라고 네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에서 네게 복을 주사 네 몸의
소생과 육축의 새끼와 토지의 소산으로 많게 하시며
ㅇ많게 하시며(야타르) - 원뜻은 '돌출하다', '두드러지다'이다. 이는 곧 다른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풍부하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자손 번성의 축복
은 오래 전 아브라함에게도 거듭하셨던 하나님의 축복이다(창 12:2;13:16;
15:5;17:6;22:17).
12 여호와께서 너를 위하여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열으사 네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니 네가 많은 민족에게 꾸어줄찌라도
너는 꾸지 아니할 것이요
ㅇ하늘의 아름다운 보고 - 공동 번역은 '당신의 풍성한 보물 창고인 하늘'로 번역하
고 있다. 그리고 NIV는 '그의 긍휼의 창고인 하늘'(the heavens, the storehouse of
his bounty)로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이 말은 뒤에 나오는 '비'와 관련하여 '하나님
께서 네게 하늘 보고(寶庫)를 열어 비를 내려 주시므로 철을 따라 풍성한 수확을 거두
도록 해 주겠다'(Living Bible)는 약속으로 이해할수 있다.
ㅇ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 팔레스틴의 절기를 따라 '이른비'와 '늦은비'를 적절히
내려 주시겠다는 뜻이다(레 26:4). 이는 곧 언제, 어디서든 성도의 처지를 깊이 헤
아리시고 돌봐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한다(마 6:26-32). 11:14 주석 참조.
ㅇ네가...꾸어 줄지라도 - 하나님의 축복이 이스라엘 중에 넘칠 뿐 아니라, 이스라엘
이 차고 넘치는 그 같은 축복을 타 민족에게 확산시키는 복의 전수자가 될 것임을 시
사해 준다(15:6;창 12:3).
13 여호와께서 너로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며 위에만 있고 아래에 있지
않게 하시리니 오직 너는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듣고
지켜 행하며
ㅇ머리...위 - 여기서 '머리'(로쉬)는 '명예'와 '존귀'를 상징한다. 그리고
'위'는 '머리'에 대한 병행구로서 강조 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ㅇ꼬리...아래 - 여기서 '꼬리'(자나르)는 '부끄러움'과 '비천'을 상징한
다. 그리고 '아래'는 '꼬리'의 병행구로서 강조 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14 내가 오늘날 너희에게 명하는 그 말씀을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다른 신을 따라 섬기지 아니하면 이와 같으리라
ㅇ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 하나님의 말씀만을 인간 삶의 유일한 정도(正
道)요 푯대로 삼아 줄곧 좇아가는 것을 가리킨다(5:32).
ㅇ다른 신을 따라 섬기지 아니하면 - 이는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준행할 수 있는 근
간이다. 왜냐하면 하나님만을 자신의 유일한 참신으로 인정하고 섬기는 자세를 갖춰야
만 비로소 그분의 말씀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마음이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6:14;11:28). 십계명 중 제 1, 2계명이 모든 우상을 금지하고 오직 여호와만을 섬기
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연유에서이다(출 20:3-6).
15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여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과 규례를 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고
네게 미칠 것이니
ㅇ여호와의 말씀을...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 이는 곧 영(靈)의 일과 선한 일에 "감
각없는 자 되어 자신을 방탕에 방임하여 모든 더러운 것을 욕심으로"(엡 4:19) 행
하는 짓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경은 진리를 알면서도 그 진리대로 살지 않는 자, 하나
님의 뜻을 알고도 행치 않는 자에게는 무서운 진노와 심판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
하고 있다(마 23:16, 25;히 10:26, 27).
16 네가 성읍에서도 저주를 받으며 들에서도 저주를 받을 것이요
17 또 네 광주리와 떡반죽 그릇이 저주를 받을 것이요
저주를 받을 것이요 - 27:16 주석 참조.
18 네 몸의 소생과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우양의 새끼가 저주를 받을 것이며
ㅇ네 몸의 소생...저주를 받을 것이며 - 율법은 분명히 자식이 그 부모의 죄로 인하
여 저주를 받지 아니하고, 오직 자신의 죄로 인하여 저주를 받을 뿐임을 천명하고 있
다(24:16;렘 31:29, 30;겔 18:2). 그러나 부모들의 죄악된 행위는 그것을 보고 자라는
자녀들의 죄성(罪性)을 자극하여 자칫 그릇된 길로 인도하기 쉽다. 본절 역시 바로
이런 뜻에서 한 사람의 불순종이 그의 자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
고한 것인 듯하다(5:9, 10). 출 20:5 주석 참조.
19 네가 들어와도 저주를 받고 나가도 저주를 받으리라
ㅇ이 부분은 3-6절에 나오는 '순종에 따른 축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으로서의
'불순종에 따른 저주'가 언급된 부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복 또는 저주가 의인화
되어 당사자를 끝까지 '따라 다니는'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본문에 대
한 자세한 내용은 3-6절 주석을 참조하라.
20 네가 악을 행하여 그를 잊으므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여호와께서 저주와
공구와 견책을 내리사 망하며 속히 파멸케 하실 것이며
ㅇ저주와 공구와 견책 - 불순종에 따르는 하나님의 '징계'를 강조적으로 나타내는
중언법적 표현이다. 하지만 굳이 그 의미를 세분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저주'에
해당하는 '메에라'는 '축복'의 반대 개념으로서 '하나님의 은혜가 끊겨진
상태'를 뜻한다. 다음으로 '공구'에 해당하는 '메후마'는 하나님의 징
계로 인해 인간이 겪는 '큰 소동'이나 '혼란스러움', '당혹감' 등을 가리킨다
(7:23;삼상 14:20). 그리고 '견책'에 해당하는 '미그에레트'는 하나님께로부
터 받는 '심한 책망'을 의미한다.
21 여호와께서 네 몸에 염병이 들게 하사 네가 들어가 얻을 땅에서 필경 너를
멸하실 것이며
ㅇ염병(데베르) - '파괴하다'는 말에서 온 단어로 '흑사병' 또는 '악역'
(惡疫, pestilence)으로도 번역될 수 있다. 이것은 죽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이고 혹독한 질병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이런 점에서 70인역
(LXX)은 이를 '죽음'(싸나토스)이란 말로 번역하고 있다.
22 여호와께서 폐병과 열병과 상한과 학질과 한재와 풍재와 썩는 재앙으로 너를
치시리니 이 재앙들이 너를 따라서 너를 진멸케 할 것이라
ㅇ폐병(솨헤페트) - '여위게하다', '소모하다'란 뜻의 '솨하프'
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몸의 기력을 소진시켜 사람을 죽게하는 병으로서
일명 '결핵'(tuberculosis)으로도 불리운다.
ㅇ열병(달레케트) - '불붙다'는 뜻의 '달라크'에서 파생된 단
어이다. 뒤이어 나오는 상한 및 학질과 마찬가지로 심한 열을 발생시키는 '염증'
(inflammation)을 가리킨다(Delitzsch, Keil, Lange).
ㅇ한재(헤렙) - '황폐하다', '파멸하다'란 말에서 온 단어로 '칼'이나 '예
리한 도구'를 가리키기도 한다(13:15;창 27:40;수 5:2). 그러나 여기서는 '아주 극심
한 가뭄'을 의미한다.
ㅇ풍재(쉬다폰) - '말라 죽게 하다'는 뜻의 '솨다프'에서
파생된 단어로 마르고 시드는 '고조병'(枯凋炳)을 가리킨다. 이는 농작물을 시들게하
는 건조한 바람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므로 공동 번역은 '열풍'으로도 번역하고 있다
(창 41:23).
ㅇ썩는 재앙(예라콘) - '창백'이란 뜻의 '예레크'에서 온
단어이다. 찬 이슬로 젖어 있는 잎사귀가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나 태양열로 인해 썩어
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Keil). 한편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곰팡이'(mildew)
로 번역하고 있다(KJV, NIV, RSV).
ㅇ너를 치시리니 - '치다'에 해당하는 '나카'는 '살해하다'는 뜻도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 말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한 적대 행위를 의미한다.
23 네 머리 위의 하늘은 놋이 되고 네 아래의 땅은 철이 될 것이며
ㅇ하늘은 놋이 되고...땅은 철이 될 것이며 - 이는 오랫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땅이 쇠덩이처럼 굳어 버리는 극심한 한발(旱魃) 현상을 수사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레 26:19). 팔레스틴은 비교적 우기(10-4월)와 건기(5-10월)가 명확히 구분된다
(11:14). 따라서 우기(雨期)에 적당한 양의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들기 쉽다. 또
한 건기(乾期)에는 이따금씩 내리는 비와 이슬만이 식물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공급원
이 될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때 가뭄이 들게 되면 초목들은 말라 죽고 땅은 메말라
갈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때를 따라 적절히 내리는 비가 곧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면(12절), 본절의 표현은 하나님의 저주를 상징하는 말이다. 따라서 결국 본
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게 될 가나안 땅이 비록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라
할지라도(26:9)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는 자들에게는 땅이 그 소산(所産)을 내주
기를 거절하는 피폐한 땅으로 변모하게 되리라는 무서운 경고임을 알 수 있다.
24 여호와께서 비 대신에 티끌과 모래를 네 땅에 내리시리니 그것들이 하늘에서 네
위에 내려서 필경 너를 멸하리라
ㅇ티끌과 모래 - 황폐한 토양에 바람이 급하게 불 때 일어나는 흙먼지를 가리킨다.
팔레스틴에는 아프리카에서 지중해 쪽으로 부는 뜨거운 바람인 '시로코'(sirocco) 때
문에 이러한 먼지가 자주 일어난다(Robinson, Thomson). 그러므로 이때 제대로 대처하
지 못하면 안질이나 오한(惡寒) 등의 병에 걸리기 쉽다.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에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내왔던(8:4)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하
는 탓에 결국 가나안 땅에서 이러한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면 참으로 기가 막힌 일
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5 여호와께서 너로 네 대적 앞에 패하게 하시리니 네가 한 길로 그들을 치러
나가서는 그들의 앞에서 일곱 길로 도망할 것이며 네가 또 세계 만국 중에 흩음을
당하고
ㅇ일곱 길로 도망할 것이며 -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할 경우 누리게 되는 축복과는 정
반대되는 저주이다(7절).
ㅇ세계 만국 중에 흩음을 당하고 - 여기서 '흩음을 당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레자아와'의 기본형 '제와아'는 '진동하다', '움직이다'
란 의미이다. 여기서부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란 의미가 파생되어 결국 본절
의 의미는 땅의 모든 나라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공의 신세가 될 것이란 뜻이다
(Schultz, Keil, Pulpit Commentary). 그런데 모세의 이 말은 다분히 예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왜냐하면 이 말과 같이 이스라엘 백성은 실제로 하나님께 불순종하다 B.C.
722년 앗수르에 의해 북왕국 이스라엘이,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남왕국 유다가 각
각 멸망당하므로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대인들은
A.D. 70년경 로마 제국에 의하여 또다시 멸명당하므로 말미암아 세계 각처에 완전히
흩어지게 되고 말았다. 물론 1948년 이스라엘 공화국이 재건되므로인해 유대인들이
팔레스틴으로 귀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
(디아스포라)은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 무수히 많다. 따라서 이는 실로 하나님
의 말씀의 엄중성을 생생히 증거해 주고 있는 역사적인 실례가 아닐 수 없다.
26 네 시체가 공중의 모든 새와 땅 짐승들의 밥이 될 것이나 그것들을 쫓아 줄 자가
없을 것이며
ㅇ네 시체가...짐승들의 밥이 될 것 - 전쟁에 패배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이처럼 시신
(屍身)이 야수의 먹이가 되는 것은 사자(死者)에게 있어서 가장 큰수치이자 모멸이
아닐 수 없다(왕상 14:11;렘 7:33;16:4). 특히 시신이 무덤에 안장되지 못하는 것
을 가장 큰 저주로 생각하는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선 더욱 그러하다.
27 여호와께서 애굽의 종기와 치질과 괴혈병과 개창으로 너를 치시리니 네가
치료함을 얻지 못할 것이며
ㅇ종기(쉐힌) - 부스럼(Living Bible, boil)이나 염증, 독종 따위를 가
리킨다. 출 9:10 주석 참조.
ㅇ치질 - 여자에게 생기는 '자궁병'까지 의미한다는 견해도 있으나(Lange) 분명치
않다. 종종 '종창'(Living Bible, tumour)이나 '궤양'(RSV, ulcer)으로 번역된다. 그
러나 유대 랍비들은 이를 '항문의 질병'으로 이해한다(Keil).
ㅇ괴혈병 -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인하여 빈혈이나 출혈 증상이 생기고, 전신 피로 혹
은 무기력 증세가 따르는 병이다(레 21:20). 공동번역은 '옴'으로 번역하고 있다.
ㅇ개창 - 애굽, 수리아 등 고대 중.근동 지역에 흔한 질병으로서 일반적으로 피부가
마르므로 인해 생기는 '가려움증'(KJV, itch)을 가리킨다.
28 여호와께서 또 너를 미침과 눈멂과 경심증으로 치시리니
ㅇ미침(솨가) - '날뛰다'란 뜻으로, 정신이 혼란해져 정상적인 의식(意
識)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가리킨다.
ㅇ눈멂(아와르) - 원뜻은 눈을 덮고 있는 '막'을 가리킨다. 그런데 카일
(Keil)은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육체적 소경 뿐만 아니라, '정신적' 또는 '영적 소
경 상태'라고 주장하였다(Op. cit. p. 439).
ㅇ경심증(타마) - '간담이 서늘하도록 놀라다'는 뜻으로, 터무니없이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증세를 가리킨다.
29 소경이 어두운데서 더듬는 것과 같이 네가 백주에도 더듬고 네 길이 형통치
못하여 항상 압제와 노략을 당할 뿐이니 너를 구원할 자가 없을 것이며
ㅇ네가 백주에도 더듬고 - 인간사(人間事)에 있어서든 영적 구원 문제에 있어서든 올
바른 지향점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방황하는 것을 의미한다(Delitzsch).
한편 하나님을 떠난 자가 겪게 될 이러한 어려움에 대하여 성경은 "눈 없는 자 같이
두루 더듬으며 낮에도 황혼 때 같이 넘어지니"(사 59:10)라고 묘사하고 있다.
ㅇ너를 구원할 자가 없을 것이며 -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의 품을 떠나 불
순종의 패역한 길을 걷게 될 때, 그들은 치료의 하나님이시요(출 15:26), 구원의 하나
님이신(대상 16:35;시 18:46) 여호와께 버림당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되고 말 것이라
는 경고이다. 이 말은 반대로 이스라엘을 지키시며 치료하시며 구원해 줄 자는 천지간
에 오직 한분 여호와 뿐이심을 일깨워 주는 말이기도 하다.
30 네가 여자와 약혼하였으나 다른 사람이 그와 같이 잘 것이요 집을 건축하였으나
거기 거하지 못할 것이요 포도원을 심었으나 네가 그 과실을 쓰지 못할 것이며
ㅇ여자...집...포도원 - 본절은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소유가 하나도 남김 없이 원수
들에게 약탈당하리라는 경고이다. 특히 자신과 약혼할 처녀를 원수에게 빼앗기거나,
자기 품의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가장 가슴 아프고도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형벌은 하나님의 신부인 이스라엘이 신랑인 남편을 저버
린 데 대한 가장 합당한 처벌임에 분명하다.
31 네 소를 네 목전에서 잡았으나 네가 먹지 못할 것이며 네 나귀를 네 목전에서
빼앗아감을 당하여도 도로 찾지 못할 것이며 네 양을 대적에게 빼앗길 것이나 너를
도와 줄 자가 없을 것이며
ㅇ소...나귀...양을 대적에게 빼앗길 것이나 - 유목 민족인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이
러한 가축들은 가장 중요한 재산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대적에게 빼앗
긴다는 것은 곧 경제적 파산(破産)을 의미한다(4절).
32 네 자녀를 다른 민족에게 빼앗기고 종일 생각하고 알아봄으로 눈이 쇠하여지나
네 손에 능이 없을 것이며
ㅇ네 자녀를...빼앗기고 -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당시 무서운 장자(長子) 재앙 가운데
서도 이스라엘의 자녀들을 보호해 주셨었다(출 11:7). 그러나 만일 이스라엘이 하나님
께 불순종할 때에는 그러한 보호의 손길을 거두고 그자녀들을 이방민족에게 포로로
넘기겠다니 이는 실로 엄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식은 한 가정의 기쁨일
뿐 아니라 한 국가의 미래이니 더욱 그러하다.
ㅇ눈이 쇠하여지나 - '쇠하여지다'에 해당하는 '칼라'는 너무도 간절하고
도 애타는 마음으로 인해 눈이 극도로 피곤해지거나 상한 상태를 가리킨다(시 119:81;
사 38:14).
ㅇ네 손에 능이 없을 것이며 - 대적들의 노략질에 대하여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앉아서 당하기만 해야 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무능한 상태가 될 것이란 뜻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열방의 머리가 되고(13절) 또한 세계 만민이 보
고 두려워 떨게 될 것이라는 말(10절)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33 네 토지 소산과 네 수고로 얻은 것을 네가 알지 못하는 민족이 먹겠고 너는 항상
압제와 학대를 받을 뿐이리니
ㅇ항상 압제와 학대를 받을 뿐이라니 - 이 경고는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겪었던 지긋
지긋한 400년간의 종살이 생활을 상기시켜 주는 말이다. 이제 겨우 어렵게 벗어난 그
같은 압제와 학대(출 1:8-22;5:6-14)의 노예 생활을 이스라엘이 다시금 받아야 한다
는 것은 생각만 하여도 소름끼치는 저주가 아닐 수 없다.
34 이러므로 네 눈에 보이는 일로 인하여 네가 미치리라
ㅇ네 눈에 보이는 일로...미치리라 - 삶의 나날이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없고, 눈만
뜨면 오로지 고통과 압제와 학대의 연속이라 할때 결국 인간에게 찾아드는 것은 극도
의 절망과 공포로 인한 정신 분열일 수밖에 없다.
35 여호와께서 네 무릎과 다리를 쳐서 고치지 못할 심한 종기로 발하게 하여
발바닥으로 정수리까지 이르게 하시리라
ㅇ종기 - 출 9:10 주석 참조.
ㅇ발바닥으로 정수리까지 - 혹독한 재앙이나 온갖 질병으로 인해 성한 곳이 한 군데
도 없는 처참한 상태를 나타내는 강조적 표현이다(욥 2:7;사 1:6).
36 여호와께서 너와 네가 세울 네 임금을 너와 네 열조가 알지 못하던 나라로
끌어가시리니 네가 거기서 목석으로 만든 다른 신들을 섬길 것이며
ㅇ너와 네가 세울 네 임금 - 이 말은 현재 신정(神政) 체제하에 있는 이스라엘이 장
차 세속적인 정치 체제인 왕정(王政) 체제를 수립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 주는 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사무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B.C. 1050년경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
대 왕으로 옹립하였다(삼상 8-11장).
ㅇ너와 네 열조가 알지 못하던 나라 - 훗날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를 B.C.
722년과 B.C. 586년에 각각 멸망시키고, 그들 왕과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갈 앗수르와
바벨론(왕하 17:1-18;25:1-7)을 가리킨다(25절). 그런데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요단
을 건널 때가 대략 B.C. 1405년 경이었기 때문에 이 당시 이스라엘은 B.C. 1354년 경
에 건국된 앗수르와 B.C. 625년경에 건국된 바벨론(신바빌로니아)을 알지 못했다.
ㅇ목석으로 만든 다른 신들 - 앗수르와 바벨론인들이 섬기던 주된 우상으로는 므로닥
(렘 50:2), 벧 (사 46:1), 느보(사 46:1), 담무스(겔 8:14)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이
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사기 2장 강해, 고대 근동의 신들을 참조하라.
37 여호와께서 너를 끌어 가시는 모든 민족 중에서 네가 놀램과 속담과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
ㅇ놀램과 속담과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 - 여기서 '놀램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이스라
엘이 이방 민족으로부터 큰 두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되면 타민족의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훗날 실제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애 2:15, 16;겔 36:4;단 9:16).
38 네가 많은 종자를 들에 심을지라도 메뚜기가 먹으므로 거둘 것이 적을 것이며
ㅇ메뚜기가 먹으므로 - 여기서 '메뚜기'를 가리키는 '아르베'는 '증가
하다', '너무 많다'는 뜻의 '라바'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는 곧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 채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는 메뚜기를
가리킨다. 이러한 메뚜기 재앙은 오늘날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목격되곤 하는데, 고
대 근동에 있어서는 가장 무서운 자연 재해 중의 하나였다(출 10:12-15). 한편 성경상
에는 종종 이와 같은 메뚜기 재앙이 언급되고 있는데 대개 하나님의 징계와 관련하여
나타난다(출 10:12-15;대하 7:13;시 78:46;105:34, 35;욜 1:4;2:25).
39 네가 포도원을 심고 다스릴지라도 벌레가 먹으므로 포도를 따지 못하고
포도주를 마시지 못할 것이며
ㅇ포도원을 심고...포도를 따지 못하고 - 지중해변에 위치한 팔레스틴 지방은 기후상
포도 재배에 알맞다. 따라서 일찍부터 산지를 개간하여 만든 포도원이 발달하였다.
여기서 생산되는 포도나 포도주는 이스라엘인의 식생활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되었으며,
포도주는 일상생활의 주 음료로 애용되었다(삼하 16:2;요 2:1-11). 또한 포도주는 하
나님께 바치는 제물이기도 하였으며(삼상 1:24;10:3), 때로는 약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눅 10:34;딤전 5:23). 따라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이러한 포도를 거둬
들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ㅇ벌레(톨라아트) - '분홍색 벌레', '유충'이란 뜻이다. 혹자는 과수(果
樹)나 벼 따위에 기생하면서 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흑갈색 갑충인 '바구미'
(rice-weevil)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Pulpit Commentary).
40 네 모든 경내에 감람나무가 있을지라도 그 열매가 떨어지므로 그 기름을 네
몸에 바르지 못할 것이며
ㅇ감람나무...기름 - 감람나무(olive tree) 역시 히브리인들에게는 포도나무 못지 않
게 생활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이다. 왜냐하면 열매의 수확량이 많은데다 이
열매에서 짜낸 올리브유는 식용유(食用油), 등잔 연료(민 4:16), 약재(막 6:13;눅
10:34) 등과 같이 다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름은 하나님의 성소에서 사
용되는 관유(灌油)를 제조하는 데에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출 30:24, 25). 한편
이러한 감람나무는 팔레스틴중에서도 특히 베들레헴이나 헤브론 근처에 많이 자란다.
ㅇ떨어지므로 - 이에 해당하는 '나솰'은 '잡아 뜯다', '벗기다'(출 3:5)
란 뜻도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도적인 심판에 의해 떨어지는 것임을 강조해 준다(Schultz).
41 네가 자녀를 낳을지라도 그들이 포로가 되므로 네게 있지 못할 것이며
ㅇ자녀...네게 있지 못할 것이며 - 32절에 언급된 저주의 재강조이다. 이는 가정적으
로든 국가적으로든 장래의 소망이 사라지는 엄청난 비극이 아닐 수 없다(32절).
42 네 모든 나무와 토지 소산은 메뚜기가 먹을 것이며
ㅇ메뚜기(첼라찰) - '딸랑거리다', '윙윙거리다'는 뜻의 '찰랄'
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메뚜기가 날 때 날개에서 나는 소리에서 따온 낱말
임에 분명하다(Lange, Keil). 38절의 '아르베'와 비교해 보라.
43 너의 중에 우거하는 이방인은 점점 높아져서 네 위에 뛰어나고 너는 점점 낮아질
것이며
44 그는 네게 꾸일지라도 너는 그에게 뀌지 못하리니 그는 머리가 되고 너는 꼬리가
될 것이라
ㅇ본절들은 12, 13절에서 언급된 축복의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
은 그곳 주석을 참조하라.
ㅇ너희 중에 우거하는 이방인 - '이방인'을 가리키는 '게르'는 '나그네',
'손님', '타국인' 등과 같은 뜻으로, 이스라엘에 귀화(歸化)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
엘 사회에 동화(同化) 되어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는 이방 잡족(雜族)을 의미한다
(10:18).
45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치 아니하고 네게 명하신 그 명령과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므로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고 너를 따르고 네게 미쳐서 필경 너를
멸하리니
ㅇ앞서 언급된 경고의 거듭되는 주지(主旨)이다(15절).
46 이 모든 저주가 너와 네 자손에게 영원히 있어서 표적과 감계가 되리라
ㅇ표적(오트) - 원뜻은 '깃발', '신호'(sign)를 가리키나 상징적으로는 어
떤 사실에 대한 '증거'(사 19:20)를 뜻한다. 70인역(LXX)은 이를 '세메이온'
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초자연적 현상'을 뜻하는 '이적'(miracle)
과 같은 말이다(마 12:38). 그렇지만 본문에서는 이 말이 이스라엘의 파멸과 관련
되어 사용되었으니 '경고' 또는 '교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ㅇ감계(모페트) - '증표', '징조'(omen)란 뜻인데 사실상 '표적'과 같은
말이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들은 '경이'(wonder)로 번역하고 있다(KJV,
NIV, RSV).
47 네가 모든 것이 풍족하여도 기쁨과 즐거운 마음으로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지
아니함을 인하여
ㅇ모든 것이 풍족하여도...여호와를 섬기지 아니함을 인하여 - 하나님께서 애굽의
압제하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이스라엘을 건져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가나안 땅(27:3)으로 인도해 들인 이유는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에게 세웠던 언약을
기억하셨기 때문이다(출 2:23, 24). 그리하여 그들을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언약의
땅에서 영광과 경배를 받으시기 위해서였다(출 19:5, 6).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이러
한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저버리므로 말미암아 결국 대적들에게 비참하게 멸망 당하고
마는 비극을 초래하고야 말았다(25절).
48 네가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모든 것이 핍절한 중에서 여호와께서 보내사 너를
치게 하실 대적을 섬기게 될 것이니 그가 철 멍에를 네 목에 메워서 필경 너를 멸할
것이라
ㅇ철 멍에 - 매우 견디기 힘든 무겁고도 견고한 속박을 의미한다. 사실 목이 굳을 대
로 굳은 이스라엘(왕하 17:14)에게 있어 그 같은 철 멍에의 속박(대하 36:17-20)은 아
주 적합한 형벌이었다.
49 곧 여호와께서 원방에서, 땅끝에서 한 민족을 독수리의 날음 같이 너를 치러
오게 하시리니 이는 네가 그 언어를 알지 못하는 민족이요
ㅇ원방에서...한 민족 -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지리에 어두웠기 때문에 지금의 중동
지방에 위치했던 앗수르나 바벨론은 '원방' 혹은 '땅끝'에 있는 나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혹자는 여기서의 '한 민족'을 후에 일어난 '로마'로 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뒤이어 나오는 '독수리'는 로마군의 군장(軍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Pulpit Commentary). 그러나 이를 꼭 앗수르(사 5:26)나 바벨론(렘 28:14;49:22;겔
17:7), 아니면 로마와 같이 특정한 한 나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는 이
스라엘이 하나님께 패역할 때마다 그들을 괴롭히도록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모든 열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Keil).
ㅇ독수리의 날음 같이 너를 치러 -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 자고(自高)할 때, 강력
한 이방 군대가 마치 독수리처럼 '매우 신속하고도 빠르게' 그들을 멸망시키러 올 것
이라는 뜻이다.
ㅇ그 언어를 알지 못하는 민족 - 실제로 히브리어는 서셈어군에서 기원하였으며, 알
파벳으로 구성된 방언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앗수르어나 바벨론어는 동셈어군에서 유
래하였으며, 음절로 이루어진 방언이다. 따라서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Vol. I.
p. 59, 구약의 언어).
50 그 용모가 흉악한 민족이라 노인을 돌아보지 아니하며 유치를 긍휼히 여기지
아니하며
ㅇ용모가 흉악한 민족 - 여기서 '용모가 흉악하다'는 것은 외형적 모습을 묘사한 말
이 아니라, 노약자나 어린아이도 무자비하게 해칠 정도로 '성질이 매우 거칠고 포악한
것'(잠 21:29)을 가리킨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로 대하 36:17-21에 잘 나타나 있다.
51 네 육축의 새끼와 네 토지의 소산을 먹어서 필경은 너를 멸망시키며 또 곡식이나
포도주나 기름이나 소의 새끼나 양의 새끼를 너를 위하여 남기지 아니하고 필경은
너를 멸절시키리라
ㅇ곡식이나 포도주나 기름 - 이는 가나안의 3대 소산물이자(7:13) 생필품으로서 잠
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대적이 침입하여 이를 모두 거두어 간다면
당장의 생계가 치명적으로 위협당하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33절).
52 그들이 전국에서 네 모든 성읍을 에워싸고 네가 의뢰하는바 높고 견고한 성벽을
다 헐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의 모든 성읍에서 너를 에워싸리니
ㅇ네가 의뢰하는...성벽을 다 헐며 - 이 예언은 B.C. 586년 남 유다 왕국의 예루살
렘 성읍이 바벨론에 의해 포위된 상태에 있다가 결국에는 함락되고 만 역사적 사실(왕
하 24:20-25:12;대하 36:13-21)로 성취되었다(25절). 실제로 당시유다 왕국은 하나
님보다도 자신들의 견고한 성읍과 높은 성벽을 더 의지하고 이로써 충분히 적의 침입
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었다(사 25:12;렘 50:15).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들
이 의지하는 모든 것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바벨론의 포로가 되게 하셨던 것이다.
53 네가 대적에게 에워싸이고 맹렬히 쳐서 곤란케 함을 당하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자녀 곧 네 몸의 소생의 고기를 먹을 것이라
ㅇ네 몸의 소생의 고기를 먹을 것이라 - 이러한 예언은 엘리사 선지자가 활약했던 시
기에도 부분적으로 성취되었다. 즉 여호람(B.C. 852-841) 치하의 북 이스라엘 왕국은
한때 아람군대의 침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수도 사마리아가 한동안 포위되
었었는데, 성 안의 사람들이 양식이 다 떨어져 굶어 죽게 되자 자녀를 삶아 먹
은 일이 발생했었다(왕하 6:24-33). 그러나 이 예언이 보다 구체적으로 성취된 때는
선지자 예레미야 당시 남 유다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의해 함락될 때이
다. 이때는 칼에 죽은 자가 주려 죽은 자보다 오히려 나았을 정도였기에, 부모가 자
녀를 삶아 먹는 일이 허다했었다(애 2:20;4:9, 10).
54 너희 중에 유순하고 연약한 남자라도 그 형제와 그 품의 아내와 그 남은 자녀를
질시하여
55 자기의 먹는 그 자녀의 고기를 그 중 누구에게든지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네
대적이 네 모든 성읍을 에워싸고 맹렬히 너를 쳐서 곤란케 하므로 아무것도 그에게
남음이 없는 연고일 것이며
ㅇ유순하고 연약한 남자라도...질시하여 - '질시하여'(테라)란 말은 '악한
눈으로 보다' 또는 '~에 대하여 악한 눈을 가지다'란 의미이다. 곧 이는 자녀를 더
이상 자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먹을 고기 덩어리로만 보는 극악한 마음의 상
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가족끼리도 서로 자녀의 고기를 혼자만 먹겠다고 질시
하리라는 것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얼마만큼 야만적이며 야수화(野獸化)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 준다. 아울러 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죄의 대가가 얼마나 처참
한 것인지를 생생히 증거해 준다.
56 또 너희 중에 유순하고 연약한 부녀 곧 유순하고 연약하여 그 발바닥으로 땅을
밟아 보지도 아니하던 자라도 그 품의 남편과 그 자녀를 질시하여
57 그 다리 사이에서 나온 태와 자기의 낳은 어린 자식을 가만히 먹으리니 이는 네
대적이 네 생명을 에워싸고 맹렬히 쳐서 곤란케 하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함이리라
ㅇ발바닥으로 땅을 밟아 보지도 아니하던 자 -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란 까
닭에 가마나 나귀 또는 기타 탈 것만을 타고 다녀 별로 신발에 흙을 묻혀 보지 아
니하던 이스라엘의 귀부인들을 가리킨다(Delitzsch, Hengstenbery, Pulpit
Commentary).
ㅇ자기의 낳은 어린 자식을 가만히 먹으리니 - 배고픔이 그 극치에 이를 경우, 평소
우아한 품위를 자랑하던 귀부인들조차도 모든 품위와 자제력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심지어 자기 태의 자녀까지 식용으로 잡아먹을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
은 식인(食人)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내팽개쳐 버린 짓일 뿐 아니라, 그 어떠한 이
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불신앙적 행위이다. 즉 이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주권적
통치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멸망할 짐승 같은 짓이다(시 49:20).
58 네가 만일 이 책에 기록한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라 하는 영화롭고 두려운 이름을 경외하지 아니하면
ㅇ이 책 - 비단 본서인 신명기만을 가리킨다고 볼 필요는 없다. 모세는 십계명
(5:6-21;출 20:1-7)을 비롯하여 언약서(출 20:22-23:33), 성결 법전(레 11-26 장), 제
사 법전(레 1-10 장) 등도 기록하였었다. 따라서 이는 모세가 백성들에게 전해준 '토
라'(Torah, 모세오경) 전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Keil, Pulpit
Commentary).
ㅇ율법 - 이에 해당하는 원어는 바로 '모세 오경'을 지칭하는 '토라'이
다. 그런데 이 말은 광의적으로는 '구약 성경 전체'를, 협의적으로는 '십계명'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여러 법적 조문 및 교훈을 의미한다.
ㅇ여호와라 하는 영화롭고 두려운 이름 - '여호와'란 이름에 대해서는 출3:15;6:2
주석을 참조하라.
59 여호와께서 너의 재앙과 네 자손의 재앙을 극렬하게 하시리니 그 재앙이 크고
오래고 그 질병이 중하고 오랠 것이라
ㅇ극렬하게 하시리니 - '극렬하다'에 해당하는 '팔라'는 '크다', '구별하다', '경
이롭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는 하나님께서 그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크고 두려운 재앙을 내리실 것이란 말임을 알 수 있다.
60 여호와께서 네가 두려워하던 애굽의 모든 질병을 네게로 가져다가 네 몸에
들어붓게 하실 것이며
ㅇ애굽의 모든 질병 - 혹자는 모세가 바로 앞에서 행하였던 열 가지 재앙(출
7:14-12:30) 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Pulpit Commentary). 그러나 지금까지
의 문맥으로 보아 이는 하나님께서 타락한 자기 백성을 징계하기 위하여 사용하시는
징계의 모든 수단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봄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는 애굽에 발
하였던 것과 같은 재앙 뿐아니라, 지금까지 언급된 것과 같은 각종 질병(22, 27, 28
절)도 포함될 수 있다.
61 또 이 율법책에 기록지 아니한 모든 질병과 모든 재앙을 너의 멸망하기까지
여호와께서 네게 내리실 것이니
ㅇ율법책에 기록지 아니한 모든 질병 - 하나님께서 하시고자만 하신다면 인간이 지금
까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질병으로 타락한 백성을 징계하실 수 있다는 말이
다. 실로 인간이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져 패역 무도한 죄악을 쌓으면 쌓을수록 온갖 극
악한 종류의 질병은 더욱더 창궐하여 마침내는 인간을 멸망의 길로 내몰 것이다.
62 너희가 하늘의 별 같이 많았을지라도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치
아니하므로 남는 자가 얼마되지 못할 것이라
ㅇ별같이 많았을지라도...남는 자가 얼마 - 일찍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았
던 약속, 곧 "하늘을 우러러 뭇 별을 셀 수 있나 보라...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창
15:5)는 축복의 말씀과는 대조되는 구절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
나님의 축복의 약속대로 번창했다. 즉 출애굽하여 가나안으로 진군하기 시작하던 당시
이스라엘의 수효는 장정만 60만 가량이었다(출 12:37). 그러나 정작 그들이 가나안에
정착한 후 하나님께 불순종하므로 말미암아 바벨론에 모두 포로로 잡혀 갔을때(B.C.
586년), 본토에 남은 자는 불과 2만명 안팎이었다고 한다(W. F. Albright). 또한 더
훗날 유대 민족이 로마에 의해 망하게 되었을 때(A.D. 70년)에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은 자외에 무참히 살륙당한 자만도 200만 명에 달했었다고 한다(Josephus). 결국 이
상과 같은 사실은 본문의 하나님의 예고가 얼마나 정확하게 성취되었는지를 단적으로
증거해 준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께서 경고를 발하실 때 즉시 깨닫고 죄악의 길에
서 돌이켜야 할 것이다.
63 이왕에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선을 행하시고 너희로 번성케 하시기를 기뻐하시던
것 같이 이제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망하게 하시며 멸하시기를 기뻐하시리니 너희가
들어가 얻는 땅에서 뽑힐 것이요
ㅇ이제는 여호와께서...멸하시기를 기뻐하시리니 -이는 하나님의 공의(公義)의 속성
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악인조차도 그 죄악 중에서 멸
망당하는 것을 결코 기뻐하시지 않는 분이기 때문이다(겔 18:23;33:11;벧후 3:9). 따
라서 그러한 하나님께서 하물며 열국 중에서 고르고 뽑아 자신의 자녀로 삼은 이스라
엘이 그 죄악중에서 멸망당하는 것을 결코 기뻐하실 리 만무(萬無)했다. 결국 본절은
끝내 회개하지 않으려는 자에게는 엄한 징계의 채찍을 가해서라도 마침내 회개시키기
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간절하고도 애타는 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여
야 한다.
64 여호와께서 너를 땅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만민 중에 흩으시리니 네가 그곳에서
너와 네 열조의 알지 못하던 목석 우상을 섬길 것이라
ㅇ만민 중에 흩으시리니 - 이 예언은 A.D. 70년 로마에 의해 유대 민족이 멸망당하므
로 말미암아 완전히 성취되었다. 25절 주석 참조.
ㅇ목석 우상 - 앗수르인과 바벨론인들 등이 섬기던 이방 각종 이교 우상들을 가리킨
다. 36절 주석 참조.
65 그 열국 중에서 네가 평안함을 얻지 못하며 네 발바닥을 쉴 곳도 얻지 못하고
오직 여호와께서 거기서 너의 마음으로 떨고 눈으로 쇠하고 정신으로 산란케
하시리니
ㅇ네 발바닥을 쉴 곳도...정신으로 산란케 하시리니 - 영원한 안식처 되시는 하나님
을 떠난 자는 외적인 평안 뿐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평안조차 누릴 수 없음을 강조하
는 말이다. 실제로 그들은 바람에 혼들리는 잎사귀 소리에도 놀라 도망하고 마는 병약
한 자들이 될 뿐이었다(레 26:36, 37).
66 네 생명이 의심나는 곳에 달린 것 같아서 주야로 두려워하며 네 생명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
ㅇ네 생명이 의심나는 곳에 달린 것 같아서 - 마치 천길 낭떠러지를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목숨처럼 '네 생명을 잠시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Lange,
Keil). 이는 생명의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을 떠난 범죄자들이 자기 목숨에 대하여 얼
마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를 잘 시사해 준다(Luther).
ㅇ확신할 수 - '확신하다'에 해당하는 '아만'은 '견고케 하다'(대상
17:23)란 뜻과 더불어 '양육하다'는 뜻도 지닌다. 따라서 이는 자기 생명을 보존할 뿐
아니라, 생명의 참된 의미를 고양시켜 나가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7 네 마음의 두려움과 눈의 보는 것으로 인하여 아침에는 이르기를 아하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 것이요 저녁에는 이르기를 아하 아침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리라
ㅇ아하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 극도의 고통과 괴로움으로 인해 오직 시간 흐르기
만을 고대하는 처참한 생(生)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말이다(욥 7:3, 4). 이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순종의 생활이 그 어디서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운 천국 생활이라면, 하나님을 떠난 불순종의 생활은 본질적으로 매 순간 매
상황이 지겹도록 긴 지옥 생활임을 잘 시사해 준다.
68 여호와께서 너를 배에 실으시고 전에 네게 고하여 이르시기를 네가 다시는 그
길을 보지 아니하리라 하시던 그 길로 너를 애굽으로 끌어가실 것이라 거기서
너희가 너희 몸을 대적에게 노비로 팔려하나 너희를 살 자가 없으리라
ㅇ배에 실으시고...그 길로 - 이스라엘의 출애굽 여정은 시내 반도 남부를 거쳐 가나
안에 도달하는 육로(陸路)로 이루어졌었다(민 33:1-49 주석 도표 참조). 따라서 이스
라엘이 배에 실려 그같은 육로를 되밟게 되리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이는
배를 이용하는 해상(海上) 교통이 육로 교통보다 빠른 점에 빗댄 말로서 '급속히 되끌
려 가리라'는 뜻인 듯하다. 또한 당시 해상을 이용한 노예 무역에 비추어볼 때 이는
'노예 상태로 되돌아가리라'는 뜻인 듯도 하다(Keil, Hengstenbery).
ㅇ너를 애굽으로 끌어가실 것이라 - 출애굽의 은혜를 망각하고 시내 산 언약(출
19:5-8)을 파기한 이스라엘은 더이상 자유민으로서 하나님의 신정 통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었다. 따라서 본절은 하나님이 다시금 그들을 애굽의 비참했던 노예 상태로
되돌리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실로 "출애굽이 이스라엘 민족의 탄생을 의미한다면 입
(入)애굽은 이스라엘 민족의 죽음을 의미한다"(Schultz).
ㅇ노비로 팔려 하나 너희를 살 자가 없으리라 - 이스라엘이 불순종으로 인해 하나님
의 저주를 받는다면, 그들은 더이상 쓸데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고 말 것이라는
풍자적 표현이다.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지켜 행할때 '보배로운 백성'이 되리
라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26:18). 한편 실제 역사는 본절의 성취를 생생히 보여
준다. 즉 불순종한 이스라엘 백성은 앗수르의 살만에셀에 의해(왕하 17:3-6), 바벨론
의 느부갓네살에 의해(왕하 25:1-21), 그리고 로마의 디도(Titus) 및 하드리안
(Hadrian)에 의해 수없이 노예로 잡혀갔으며 또한 노예로 매매되었다(Jerome,
Philo, Josephus). 심지어 히틀러 당시에는 가스실의 연기로 사라지기도 했다.
1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ㅇ삼가 듣고 - 원문상 이는 '경청하다'는 뜻의 '솨마'가 반복된 문장으로,
직역하면 '듣고 듣다'이다. 그러나 '솨마'란 단어가 중복되어 쓰일 때에는 대개 '주의
하여 경청하다'(carefully listen)는 관용적 의미를 지닌다(출23:22). 그러므로
KJV는 본절을 '성실하게 듣다'(hearken diligently)로 번역하였다.
ㅇ지켜 행하면 - 하나님의 풍성한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무엇보다 '순
종'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 인간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총에 의한 무조
건적이고 단독적인 역사이지만, 한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행한 모든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또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의 순종과 불순
종에 대해 반드시 보응하신다(욥 34:11;잠 24:12;롬 2:6).
2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미치리니
ㅇ순종하면...미치리니 -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에게는 따로 특별히 복(福)을 구
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주어질 것임을 보여 주는구절이다. 후일
예수께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
게 더하시리라"(마 6:33)고 말씀하신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아뭏든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 여부와 그에 따르는 축복은 유기적인 함수 관계
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ㅇ복(베라카) - 기본 동사 '바라크'는 '무릎을 꿇다'(kneel)
란 뜻이다. 이것은 곧 복(福)의 기원을 말하는 바, 모든 복은 위로부터 임하기를 사모
하는 마음으로 겸손히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는 '순종의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한편, 성경을 주의깊게 고찰해 보면 복(福)에는 두 가지 차원(次元)
의 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차원의 복이요 둘째는,
영적이고 내세적인 차원의 복이다. 전자가 부차적(副次的)이고 상대적이며 일시적인
복이라면, 후자는 근원적이고 절대적이며 영원한 복이다. 계시(啓示)가 발전되어 있지
않은 구약 시대에는 복의 개념이 주로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으로 강조되었지만,
하나님의 뜻이 완전 계시된 신약 시대에는 내적이고 영적인 측면으로 강조되어 있음
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구약시대를 막론하고 복에 대한 성경의 근본 개념은 동일하
다. 곧 참된 복은 인간이 추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인
간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이것은 곧 순종에 기반을 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올바른
관계 성립'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복이란 단순히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베
푸시는 어떤 유익의 단계를 넘어 바로 하나님 자신이 참된 복의 근원이요, 복 그 자체
란 뜻이다(창 15:1;요 15:5). 따라서 말씀에 대한 순종은 복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
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복이 되어 주신 데 대한 의무이다. 이런 관점에서 진정 성
도가 추구하여야 할 복은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삼는 영적이고 내세적인 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산상 수훈의 8복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마 5:3-12). 따라서 오늘날 개인의 장수, 부귀, 명예, 득남(得男)등이 복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끊임없이 개인의 물질적 축복만을 비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이나 또는
'신앙=물질적 축복'의 복사상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한 부차적인 복은 하나
님께서 당신의 주권적인 뜻에 따라 때로 주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두시기도 하시며
(삼상 2:7), 오히려 어떤 때는 사랑하는 자에게 그 신앙의 유익을 위하여 물질적 궁핍
이나 역경을 일부러 허락하시기도 하시기 때문이다(히 12:5-13). 그러므로 성도는 물
질적이고 현세적인 축복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전적으로 맡기고, 매일을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참되고 복된 생활을 추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 성읍에서도 복을 받고 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ㅇ성읍에서도...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 '성읍'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붐비며
각종 사건과 소문이 빠르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서 복
을 받는다는 것은 뭇 사람들이 역력히 알 수 있는 공개적이고도 큰 축복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들'은 사람이 매우 드문 한적한 장소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서 복
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할지라도 사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것
을 의미한다. 결국 여기서 '성읍'과 '들'은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모든 환경과 장소
를 뜻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는 어디에 있든, 그리고 어디를 가든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입게 되리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Delitzsch, Lange).
4 네 몸의 소생과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짐승의 새끼와 우양의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ㅇ네 짐승의...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 가축의 증산(增産)이 원활히 이루어져 그
수효가 크게 번성하리라는 것을 가리킨다. 유목(遊牧) 민족에게 있어서 이는 실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7:13).
5 네 광주리와 떡반죽 그릇이 복을 받을 것이며
ㅇ광주리 - 땅에서 거둔 곡식과 과실, 그밖의 모든 토지 소산(所産)을 담아 두거나
저장해 두는 데 쓰이는 각종 용기(容器)를 가리킨다.
ㅇ떡반죽 그릇 - '부풀다'는 뜻의 '솨아르'에서 파생된 말로 곧 반죽을
부풀리는 '반죽 통'을 가리킨다. 히브리인의 주식은 밀가루로 만든 빵이었으므로, 곧
이는 포괄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 사용되는 모든 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Pulpit Commentary). 한편 이스라엘이 출애굽 후 광야에서 지내는 동
안 주식으로 삼은 것은 만나였다(출 16장). 그러나 가나안 정착 후에는 '떡반죽 그
릇'에도 복이 임하리라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식생활을 만족시켜 주사,
가나안에서는 개개인의 구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하시었다는 의미를 지닌
다(수 5:10-12).
6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ㅇ들어와도 복을 받고 - 일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또는 휴식을 취하러 집으로 들어
올 때에도 변함없는 하나님의 축복을 입을 것이란 뜻이다.
ㅇ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하여 일터로 나가는 길에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사, 그의 하는 모든 일이 형통케 되게끔 도와 주시는 것을 의
미한다. 결국 본절 역시 3절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들은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그리고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그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형통케 될 것
이란 의미임을 알 수 있다.
7 네 대적들이 일어나 너를 치려하면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패하게 하시리니
그들이 한 길로 너를 치러 들어왔으나 네 앞에서 일곱 길로 도망하리라
ㅇ일곱 길로 도망하리라 -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7'이란 숫자는 '완전'을 뜻하는
상징수이다(창 2:1-3;마 18:21, 22). 따라서 이는 대적들이 완전히 패배하여 제각기
산산이 흩어지리라는 뜻이다(32:30;레 26:7, 8). 이러한 실제적인 예는 가나안 정복
전쟁시 이스라엘과 아모리 연합군간의 싸움에서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수 10:10,
11).
8 여호와께서 명하사 네 창고와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실 것이며
ㅇ여호와께서 명하사...복을 주실 것이며 -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면 '여호와께서
복이 네게 있도록 명령하시어'이다. 이처럼 '복'을 의인법적(擬人法的)으로 표현하고
있는 원문은 마치 '축복'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자에게 즉시 찾아가기 위하여
하나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ㅇ창고(아삼) - '저장하다', '함께 쌓다'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로, 특히
'곡식 창고'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ㅇ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 하나님의 축복은 결코 두손을 놓은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들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임을 시사해 준다
(12:7).
9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하면 여호와께서 네게 맹세하신
대로 너를 세워 자기의 성민이 되게 하시리니
10 너를 여호와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세계 만민이 보고 너를 두려워하리라
ㅇ이미 출 19:5, 6에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언약 백성, 곧 거룩한 민족으로 세우신 하
나님께서 다시금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부분이다(7:6;26:19).
ㅇ여호와의 이름으로 일컬음을...두려워하리라 - 어떠한 사물을 그 누구의 이름으로
일컫는다는 것은 곧 그 사물이 그 사람에게 속하여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호와'
란 이름은 열방 중 언약 관계하에 있는 구별된 백성 이스라엘에게만 독특하게 계시된
하나님의 이름이다(출 3:15;6:2, 3). 따라서 하나님께서 특별히 이 성호(聖號)로 이스
라엘을 부르시겠다는 것은 곧 그들을 자신의 소유로 인(印)치시겠다는 뜻이다. 그러므
로 열방들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품속에 있는 이스라엘을 보고 두려워 떨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새끼를 돌보고 있는 어미 사자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과 같다.
11 여호와께서 네게 주리라고 네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에서 네게 복을 주사 네 몸의
소생과 육축의 새끼와 토지의 소산으로 많게 하시며
ㅇ많게 하시며(야타르) - 원뜻은 '돌출하다', '두드러지다'이다. 이는 곧 다른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풍부하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자손 번성의 축복
은 오래 전 아브라함에게도 거듭하셨던 하나님의 축복이다(창 12:2;13:16;
15:5;17:6;22:17).
12 여호와께서 너를 위하여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열으사 네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니 네가 많은 민족에게 꾸어줄찌라도
너는 꾸지 아니할 것이요
ㅇ하늘의 아름다운 보고 - 공동 번역은 '당신의 풍성한 보물 창고인 하늘'로 번역하
고 있다. 그리고 NIV는 '그의 긍휼의 창고인 하늘'(the heavens, the storehouse of
his bounty)로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이 말은 뒤에 나오는 '비'와 관련하여 '하나님
께서 네게 하늘 보고(寶庫)를 열어 비를 내려 주시므로 철을 따라 풍성한 수확을 거두
도록 해 주겠다'(Living Bible)는 약속으로 이해할수 있다.
ㅇ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 팔레스틴의 절기를 따라 '이른비'와 '늦은비'를 적절히
내려 주시겠다는 뜻이다(레 26:4). 이는 곧 언제, 어디서든 성도의 처지를 깊이 헤
아리시고 돌봐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한다(마 6:26-32). 11:14 주석 참조.
ㅇ네가...꾸어 줄지라도 - 하나님의 축복이 이스라엘 중에 넘칠 뿐 아니라, 이스라엘
이 차고 넘치는 그 같은 축복을 타 민족에게 확산시키는 복의 전수자가 될 것임을 시
사해 준다(15:6;창 12:3).
13 여호와께서 너로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며 위에만 있고 아래에 있지
않게 하시리니 오직 너는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듣고
지켜 행하며
ㅇ머리...위 - 여기서 '머리'(로쉬)는 '명예'와 '존귀'를 상징한다. 그리고
'위'는 '머리'에 대한 병행구로서 강조 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ㅇ꼬리...아래 - 여기서 '꼬리'(자나르)는 '부끄러움'과 '비천'을 상징한
다. 그리고 '아래'는 '꼬리'의 병행구로서 강조 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14 내가 오늘날 너희에게 명하는 그 말씀을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다른 신을 따라 섬기지 아니하면 이와 같으리라
ㅇ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 하나님의 말씀만을 인간 삶의 유일한 정도(正
道)요 푯대로 삼아 줄곧 좇아가는 것을 가리킨다(5:32).
ㅇ다른 신을 따라 섬기지 아니하면 - 이는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준행할 수 있는 근
간이다. 왜냐하면 하나님만을 자신의 유일한 참신으로 인정하고 섬기는 자세를 갖춰야
만 비로소 그분의 말씀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마음이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6:14;11:28). 십계명 중 제 1, 2계명이 모든 우상을 금지하고 오직 여호와만을 섬기
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연유에서이다(출 20:3-6).
15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여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과 규례를 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고
네게 미칠 것이니
ㅇ여호와의 말씀을...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 이는 곧 영(靈)의 일과 선한 일에 "감
각없는 자 되어 자신을 방탕에 방임하여 모든 더러운 것을 욕심으로"(엡 4:19) 행
하는 짓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경은 진리를 알면서도 그 진리대로 살지 않는 자, 하나
님의 뜻을 알고도 행치 않는 자에게는 무서운 진노와 심판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
하고 있다(마 23:16, 25;히 10:26, 27).
16 네가 성읍에서도 저주를 받으며 들에서도 저주를 받을 것이요
17 또 네 광주리와 떡반죽 그릇이 저주를 받을 것이요
저주를 받을 것이요 - 27:16 주석 참조.
18 네 몸의 소생과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우양의 새끼가 저주를 받을 것이며
ㅇ네 몸의 소생...저주를 받을 것이며 - 율법은 분명히 자식이 그 부모의 죄로 인하
여 저주를 받지 아니하고, 오직 자신의 죄로 인하여 저주를 받을 뿐임을 천명하고 있
다(24:16;렘 31:29, 30;겔 18:2). 그러나 부모들의 죄악된 행위는 그것을 보고 자라는
자녀들의 죄성(罪性)을 자극하여 자칫 그릇된 길로 인도하기 쉽다. 본절 역시 바로
이런 뜻에서 한 사람의 불순종이 그의 자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
고한 것인 듯하다(5:9, 10). 출 20:5 주석 참조.
19 네가 들어와도 저주를 받고 나가도 저주를 받으리라
ㅇ이 부분은 3-6절에 나오는 '순종에 따른 축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으로서의
'불순종에 따른 저주'가 언급된 부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복 또는 저주가 의인화
되어 당사자를 끝까지 '따라 다니는'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본문에 대
한 자세한 내용은 3-6절 주석을 참조하라.
20 네가 악을 행하여 그를 잊으므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여호와께서 저주와
공구와 견책을 내리사 망하며 속히 파멸케 하실 것이며
ㅇ저주와 공구와 견책 - 불순종에 따르는 하나님의 '징계'를 강조적으로 나타내는
중언법적 표현이다. 하지만 굳이 그 의미를 세분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저주'에
해당하는 '메에라'는 '축복'의 반대 개념으로서 '하나님의 은혜가 끊겨진
상태'를 뜻한다. 다음으로 '공구'에 해당하는 '메후마'는 하나님의 징
계로 인해 인간이 겪는 '큰 소동'이나 '혼란스러움', '당혹감' 등을 가리킨다
(7:23;삼상 14:20). 그리고 '견책'에 해당하는 '미그에레트'는 하나님께로부
터 받는 '심한 책망'을 의미한다.
21 여호와께서 네 몸에 염병이 들게 하사 네가 들어가 얻을 땅에서 필경 너를
멸하실 것이며
ㅇ염병(데베르) - '파괴하다'는 말에서 온 단어로 '흑사병' 또는 '악역'
(惡疫, pestilence)으로도 번역될 수 있다. 이것은 죽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이고 혹독한 질병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이런 점에서 70인역
(LXX)은 이를 '죽음'(싸나토스)이란 말로 번역하고 있다.
22 여호와께서 폐병과 열병과 상한과 학질과 한재와 풍재와 썩는 재앙으로 너를
치시리니 이 재앙들이 너를 따라서 너를 진멸케 할 것이라
ㅇ폐병(솨헤페트) - '여위게하다', '소모하다'란 뜻의 '솨하프'
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몸의 기력을 소진시켜 사람을 죽게하는 병으로서
일명 '결핵'(tuberculosis)으로도 불리운다.
ㅇ열병(달레케트) - '불붙다'는 뜻의 '달라크'에서 파생된 단
어이다. 뒤이어 나오는 상한 및 학질과 마찬가지로 심한 열을 발생시키는 '염증'
(inflammation)을 가리킨다(Delitzsch, Keil, Lange).
ㅇ한재(헤렙) - '황폐하다', '파멸하다'란 말에서 온 단어로 '칼'이나 '예
리한 도구'를 가리키기도 한다(13:15;창 27:40;수 5:2). 그러나 여기서는 '아주 극심
한 가뭄'을 의미한다.
ㅇ풍재(쉬다폰) - '말라 죽게 하다'는 뜻의 '솨다프'에서
파생된 단어로 마르고 시드는 '고조병'(枯凋炳)을 가리킨다. 이는 농작물을 시들게하
는 건조한 바람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므로 공동 번역은 '열풍'으로도 번역하고 있다
(창 41:23).
ㅇ썩는 재앙(예라콘) - '창백'이란 뜻의 '예레크'에서 온
단어이다. 찬 이슬로 젖어 있는 잎사귀가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나 태양열로 인해 썩어
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Keil). 한편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곰팡이'(mildew)
로 번역하고 있다(KJV, NIV, RSV).
ㅇ너를 치시리니 - '치다'에 해당하는 '나카'는 '살해하다'는 뜻도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 말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한 적대 행위를 의미한다.
23 네 머리 위의 하늘은 놋이 되고 네 아래의 땅은 철이 될 것이며
ㅇ하늘은 놋이 되고...땅은 철이 될 것이며 - 이는 오랫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땅이 쇠덩이처럼 굳어 버리는 극심한 한발(旱魃) 현상을 수사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레 26:19). 팔레스틴은 비교적 우기(10-4월)와 건기(5-10월)가 명확히 구분된다
(11:14). 따라서 우기(雨期)에 적당한 양의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들기 쉽다. 또
한 건기(乾期)에는 이따금씩 내리는 비와 이슬만이 식물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공급원
이 될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때 가뭄이 들게 되면 초목들은 말라 죽고 땅은 메말라
갈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때를 따라 적절히 내리는 비가 곧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면(12절), 본절의 표현은 하나님의 저주를 상징하는 말이다. 따라서 결국 본
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게 될 가나안 땅이 비록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라
할지라도(26:9)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는 자들에게는 땅이 그 소산(所産)을 내주
기를 거절하는 피폐한 땅으로 변모하게 되리라는 무서운 경고임을 알 수 있다.
24 여호와께서 비 대신에 티끌과 모래를 네 땅에 내리시리니 그것들이 하늘에서 네
위에 내려서 필경 너를 멸하리라
ㅇ티끌과 모래 - 황폐한 토양에 바람이 급하게 불 때 일어나는 흙먼지를 가리킨다.
팔레스틴에는 아프리카에서 지중해 쪽으로 부는 뜨거운 바람인 '시로코'(sirocco) 때
문에 이러한 먼지가 자주 일어난다(Robinson, Thomson). 그러므로 이때 제대로 대처하
지 못하면 안질이나 오한(惡寒) 등의 병에 걸리기 쉽다.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에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내왔던(8:4)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하
는 탓에 결국 가나안 땅에서 이러한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면 참으로 기가 막힌 일
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5 여호와께서 너로 네 대적 앞에 패하게 하시리니 네가 한 길로 그들을 치러
나가서는 그들의 앞에서 일곱 길로 도망할 것이며 네가 또 세계 만국 중에 흩음을
당하고
ㅇ일곱 길로 도망할 것이며 -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할 경우 누리게 되는 축복과는 정
반대되는 저주이다(7절).
ㅇ세계 만국 중에 흩음을 당하고 - 여기서 '흩음을 당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레자아와'의 기본형 '제와아'는 '진동하다', '움직이다'
란 의미이다. 여기서부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란 의미가 파생되어 결국 본절
의 의미는 땅의 모든 나라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공의 신세가 될 것이란 뜻이다
(Schultz, Keil, Pulpit Commentary). 그런데 모세의 이 말은 다분히 예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왜냐하면 이 말과 같이 이스라엘 백성은 실제로 하나님께 불순종하다 B.C.
722년 앗수르에 의해 북왕국 이스라엘이,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남왕국 유다가 각
각 멸망당하므로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대인들은
A.D. 70년경 로마 제국에 의하여 또다시 멸명당하므로 말미암아 세계 각처에 완전히
흩어지게 되고 말았다. 물론 1948년 이스라엘 공화국이 재건되므로인해 유대인들이
팔레스틴으로 귀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
(디아스포라)은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 무수히 많다. 따라서 이는 실로 하나님
의 말씀의 엄중성을 생생히 증거해 주고 있는 역사적인 실례가 아닐 수 없다.
26 네 시체가 공중의 모든 새와 땅 짐승들의 밥이 될 것이나 그것들을 쫓아 줄 자가
없을 것이며
ㅇ네 시체가...짐승들의 밥이 될 것 - 전쟁에 패배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이처럼 시신
(屍身)이 야수의 먹이가 되는 것은 사자(死者)에게 있어서 가장 큰수치이자 모멸이
아닐 수 없다(왕상 14:11;렘 7:33;16:4). 특히 시신이 무덤에 안장되지 못하는 것
을 가장 큰 저주로 생각하는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선 더욱 그러하다.
27 여호와께서 애굽의 종기와 치질과 괴혈병과 개창으로 너를 치시리니 네가
치료함을 얻지 못할 것이며
ㅇ종기(쉐힌) - 부스럼(Living Bible, boil)이나 염증, 독종 따위를 가
리킨다. 출 9:10 주석 참조.
ㅇ치질 - 여자에게 생기는 '자궁병'까지 의미한다는 견해도 있으나(Lange) 분명치
않다. 종종 '종창'(Living Bible, tumour)이나 '궤양'(RSV, ulcer)으로 번역된다. 그
러나 유대 랍비들은 이를 '항문의 질병'으로 이해한다(Keil).
ㅇ괴혈병 - 비타민 C의 결핍으로 인하여 빈혈이나 출혈 증상이 생기고, 전신 피로 혹
은 무기력 증세가 따르는 병이다(레 21:20). 공동번역은 '옴'으로 번역하고 있다.
ㅇ개창 - 애굽, 수리아 등 고대 중.근동 지역에 흔한 질병으로서 일반적으로 피부가
마르므로 인해 생기는 '가려움증'(KJV, itch)을 가리킨다.
28 여호와께서 또 너를 미침과 눈멂과 경심증으로 치시리니
ㅇ미침(솨가) - '날뛰다'란 뜻으로, 정신이 혼란해져 정상적인 의식(意
識)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가리킨다.
ㅇ눈멂(아와르) - 원뜻은 눈을 덮고 있는 '막'을 가리킨다. 그런데 카일
(Keil)은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육체적 소경 뿐만 아니라, '정신적' 또는 '영적 소
경 상태'라고 주장하였다(Op. cit. p. 439).
ㅇ경심증(타마) - '간담이 서늘하도록 놀라다'는 뜻으로, 터무니없이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증세를 가리킨다.
29 소경이 어두운데서 더듬는 것과 같이 네가 백주에도 더듬고 네 길이 형통치
못하여 항상 압제와 노략을 당할 뿐이니 너를 구원할 자가 없을 것이며
ㅇ네가 백주에도 더듬고 - 인간사(人間事)에 있어서든 영적 구원 문제에 있어서든 올
바른 지향점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방황하는 것을 의미한다(Delitzsch).
한편 하나님을 떠난 자가 겪게 될 이러한 어려움에 대하여 성경은 "눈 없는 자 같이
두루 더듬으며 낮에도 황혼 때 같이 넘어지니"(사 59:10)라고 묘사하고 있다.
ㅇ너를 구원할 자가 없을 것이며 -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의 품을 떠나 불
순종의 패역한 길을 걷게 될 때, 그들은 치료의 하나님이시요(출 15:26), 구원의 하나
님이신(대상 16:35;시 18:46) 여호와께 버림당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되고 말 것이라
는 경고이다. 이 말은 반대로 이스라엘을 지키시며 치료하시며 구원해 줄 자는 천지간
에 오직 한분 여호와 뿐이심을 일깨워 주는 말이기도 하다.
30 네가 여자와 약혼하였으나 다른 사람이 그와 같이 잘 것이요 집을 건축하였으나
거기 거하지 못할 것이요 포도원을 심었으나 네가 그 과실을 쓰지 못할 것이며
ㅇ여자...집...포도원 - 본절은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소유가 하나도 남김 없이 원수
들에게 약탈당하리라는 경고이다. 특히 자신과 약혼할 처녀를 원수에게 빼앗기거나,
자기 품의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가장 가슴 아프고도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형벌은 하나님의 신부인 이스라엘이 신랑인 남편을 저버
린 데 대한 가장 합당한 처벌임에 분명하다.
31 네 소를 네 목전에서 잡았으나 네가 먹지 못할 것이며 네 나귀를 네 목전에서
빼앗아감을 당하여도 도로 찾지 못할 것이며 네 양을 대적에게 빼앗길 것이나 너를
도와 줄 자가 없을 것이며
ㅇ소...나귀...양을 대적에게 빼앗길 것이나 - 유목 민족인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이
러한 가축들은 가장 중요한 재산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대적에게 빼앗
긴다는 것은 곧 경제적 파산(破産)을 의미한다(4절).
32 네 자녀를 다른 민족에게 빼앗기고 종일 생각하고 알아봄으로 눈이 쇠하여지나
네 손에 능이 없을 것이며
ㅇ네 자녀를...빼앗기고 -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당시 무서운 장자(長子) 재앙 가운데
서도 이스라엘의 자녀들을 보호해 주셨었다(출 11:7). 그러나 만일 이스라엘이 하나님
께 불순종할 때에는 그러한 보호의 손길을 거두고 그자녀들을 이방민족에게 포로로
넘기겠다니 이는 실로 엄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식은 한 가정의 기쁨일
뿐 아니라 한 국가의 미래이니 더욱 그러하다.
ㅇ눈이 쇠하여지나 - '쇠하여지다'에 해당하는 '칼라'는 너무도 간절하고
도 애타는 마음으로 인해 눈이 극도로 피곤해지거나 상한 상태를 가리킨다(시 119:81;
사 38:14).
ㅇ네 손에 능이 없을 것이며 - 대적들의 노략질에 대하여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앉아서 당하기만 해야 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무능한 상태가 될 것이란 뜻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열방의 머리가 되고(13절) 또한 세계 만민이 보
고 두려워 떨게 될 것이라는 말(10절)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33 네 토지 소산과 네 수고로 얻은 것을 네가 알지 못하는 민족이 먹겠고 너는 항상
압제와 학대를 받을 뿐이리니
ㅇ항상 압제와 학대를 받을 뿐이라니 - 이 경고는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겪었던 지긋
지긋한 400년간의 종살이 생활을 상기시켜 주는 말이다. 이제 겨우 어렵게 벗어난 그
같은 압제와 학대(출 1:8-22;5:6-14)의 노예 생활을 이스라엘이 다시금 받아야 한다
는 것은 생각만 하여도 소름끼치는 저주가 아닐 수 없다.
34 이러므로 네 눈에 보이는 일로 인하여 네가 미치리라
ㅇ네 눈에 보이는 일로...미치리라 - 삶의 나날이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없고, 눈만
뜨면 오로지 고통과 압제와 학대의 연속이라 할때 결국 인간에게 찾아드는 것은 극도
의 절망과 공포로 인한 정신 분열일 수밖에 없다.
35 여호와께서 네 무릎과 다리를 쳐서 고치지 못할 심한 종기로 발하게 하여
발바닥으로 정수리까지 이르게 하시리라
ㅇ종기 - 출 9:10 주석 참조.
ㅇ발바닥으로 정수리까지 - 혹독한 재앙이나 온갖 질병으로 인해 성한 곳이 한 군데
도 없는 처참한 상태를 나타내는 강조적 표현이다(욥 2:7;사 1:6).
36 여호와께서 너와 네가 세울 네 임금을 너와 네 열조가 알지 못하던 나라로
끌어가시리니 네가 거기서 목석으로 만든 다른 신들을 섬길 것이며
ㅇ너와 네가 세울 네 임금 - 이 말은 현재 신정(神政) 체제하에 있는 이스라엘이 장
차 세속적인 정치 체제인 왕정(王政) 체제를 수립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 주는 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사무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B.C. 1050년경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
대 왕으로 옹립하였다(삼상 8-11장).
ㅇ너와 네 열조가 알지 못하던 나라 - 훗날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를 B.C.
722년과 B.C. 586년에 각각 멸망시키고, 그들 왕과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갈 앗수르와
바벨론(왕하 17:1-18;25:1-7)을 가리킨다(25절). 그런데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요단
을 건널 때가 대략 B.C. 1405년 경이었기 때문에 이 당시 이스라엘은 B.C. 1354년 경
에 건국된 앗수르와 B.C. 625년경에 건국된 바벨론(신바빌로니아)을 알지 못했다.
ㅇ목석으로 만든 다른 신들 - 앗수르와 바벨론인들이 섬기던 주된 우상으로는 므로닥
(렘 50:2), 벧 (사 46:1), 느보(사 46:1), 담무스(겔 8:14)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이
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사기 2장 강해, 고대 근동의 신들을 참조하라.
37 여호와께서 너를 끌어 가시는 모든 민족 중에서 네가 놀램과 속담과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
ㅇ놀램과 속담과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 - 여기서 '놀램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이스라
엘이 이방 민족으로부터 큰 두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되면 타민족의 비방거리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훗날 실제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애 2:15, 16;겔 36:4;단 9:16).
38 네가 많은 종자를 들에 심을지라도 메뚜기가 먹으므로 거둘 것이 적을 것이며
ㅇ메뚜기가 먹으므로 - 여기서 '메뚜기'를 가리키는 '아르베'는 '증가
하다', '너무 많다'는 뜻의 '라바'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는 곧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 채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는 메뚜기를
가리킨다. 이러한 메뚜기 재앙은 오늘날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목격되곤 하는데, 고
대 근동에 있어서는 가장 무서운 자연 재해 중의 하나였다(출 10:12-15). 한편 성경상
에는 종종 이와 같은 메뚜기 재앙이 언급되고 있는데 대개 하나님의 징계와 관련하여
나타난다(출 10:12-15;대하 7:13;시 78:46;105:34, 35;욜 1:4;2:25).
39 네가 포도원을 심고 다스릴지라도 벌레가 먹으므로 포도를 따지 못하고
포도주를 마시지 못할 것이며
ㅇ포도원을 심고...포도를 따지 못하고 - 지중해변에 위치한 팔레스틴 지방은 기후상
포도 재배에 알맞다. 따라서 일찍부터 산지를 개간하여 만든 포도원이 발달하였다.
여기서 생산되는 포도나 포도주는 이스라엘인의 식생활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되었으며,
포도주는 일상생활의 주 음료로 애용되었다(삼하 16:2;요 2:1-11). 또한 포도주는 하
나님께 바치는 제물이기도 하였으며(삼상 1:24;10:3), 때로는 약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눅 10:34;딤전 5:23). 따라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이러한 포도를 거둬
들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ㅇ벌레(톨라아트) - '분홍색 벌레', '유충'이란 뜻이다. 혹자는 과수(果
樹)나 벼 따위에 기생하면서 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흑갈색 갑충인 '바구미'
(rice-weevil)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Pulpit Commentary).
40 네 모든 경내에 감람나무가 있을지라도 그 열매가 떨어지므로 그 기름을 네
몸에 바르지 못할 것이며
ㅇ감람나무...기름 - 감람나무(olive tree) 역시 히브리인들에게는 포도나무 못지 않
게 생활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이다. 왜냐하면 열매의 수확량이 많은데다 이
열매에서 짜낸 올리브유는 식용유(食用油), 등잔 연료(민 4:16), 약재(막 6:13;눅
10:34) 등과 같이 다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름은 하나님의 성소에서 사
용되는 관유(灌油)를 제조하는 데에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출 30:24, 25). 한편
이러한 감람나무는 팔레스틴중에서도 특히 베들레헴이나 헤브론 근처에 많이 자란다.
ㅇ떨어지므로 - 이에 해당하는 '나솰'은 '잡아 뜯다', '벗기다'(출 3:5)
란 뜻도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도적인 심판에 의해 떨어지는 것임을 강조해 준다(Schultz).
41 네가 자녀를 낳을지라도 그들이 포로가 되므로 네게 있지 못할 것이며
ㅇ자녀...네게 있지 못할 것이며 - 32절에 언급된 저주의 재강조이다. 이는 가정적으
로든 국가적으로든 장래의 소망이 사라지는 엄청난 비극이 아닐 수 없다(32절).
42 네 모든 나무와 토지 소산은 메뚜기가 먹을 것이며
ㅇ메뚜기(첼라찰) - '딸랑거리다', '윙윙거리다'는 뜻의 '찰랄'
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메뚜기가 날 때 날개에서 나는 소리에서 따온 낱말
임에 분명하다(Lange, Keil). 38절의 '아르베'와 비교해 보라.
43 너의 중에 우거하는 이방인은 점점 높아져서 네 위에 뛰어나고 너는 점점 낮아질
것이며
44 그는 네게 꾸일지라도 너는 그에게 뀌지 못하리니 그는 머리가 되고 너는 꼬리가
될 것이라
ㅇ본절들은 12, 13절에서 언급된 축복의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
은 그곳 주석을 참조하라.
ㅇ너희 중에 우거하는 이방인 - '이방인'을 가리키는 '게르'는 '나그네',
'손님', '타국인' 등과 같은 뜻으로, 이스라엘에 귀화(歸化)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
엘 사회에 동화(同化) 되어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는 이방 잡족(雜族)을 의미한다
(10:18).
45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치 아니하고 네게 명하신 그 명령과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므로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고 너를 따르고 네게 미쳐서 필경 너를
멸하리니
ㅇ앞서 언급된 경고의 거듭되는 주지(主旨)이다(15절).
46 이 모든 저주가 너와 네 자손에게 영원히 있어서 표적과 감계가 되리라
ㅇ표적(오트) - 원뜻은 '깃발', '신호'(sign)를 가리키나 상징적으로는 어
떤 사실에 대한 '증거'(사 19:20)를 뜻한다. 70인역(LXX)은 이를 '세메이온'
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초자연적 현상'을 뜻하는 '이적'(miracle)
과 같은 말이다(마 12:38). 그렇지만 본문에서는 이 말이 이스라엘의 파멸과 관련
되어 사용되었으니 '경고' 또는 '교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ㅇ감계(모페트) - '증표', '징조'(omen)란 뜻인데 사실상 '표적'과 같은
말이다. 대부분의 영어 성경들은 '경이'(wonder)로 번역하고 있다(KJV,
NIV, RSV).
47 네가 모든 것이 풍족하여도 기쁨과 즐거운 마음으로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지
아니함을 인하여
ㅇ모든 것이 풍족하여도...여호와를 섬기지 아니함을 인하여 - 하나님께서 애굽의
압제하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이스라엘을 건져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가나안 땅(27:3)으로 인도해 들인 이유는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에게 세웠던 언약을
기억하셨기 때문이다(출 2:23, 24). 그리하여 그들을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언약의
땅에서 영광과 경배를 받으시기 위해서였다(출 19:5, 6).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이러
한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저버리므로 말미암아 결국 대적들에게 비참하게 멸망 당하고
마는 비극을 초래하고야 말았다(25절).
48 네가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모든 것이 핍절한 중에서 여호와께서 보내사 너를
치게 하실 대적을 섬기게 될 것이니 그가 철 멍에를 네 목에 메워서 필경 너를 멸할
것이라
ㅇ철 멍에 - 매우 견디기 힘든 무겁고도 견고한 속박을 의미한다. 사실 목이 굳을 대
로 굳은 이스라엘(왕하 17:14)에게 있어 그 같은 철 멍에의 속박(대하 36:17-20)은 아
주 적합한 형벌이었다.
49 곧 여호와께서 원방에서, 땅끝에서 한 민족을 독수리의 날음 같이 너를 치러
오게 하시리니 이는 네가 그 언어를 알지 못하는 민족이요
ㅇ원방에서...한 민족 -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지리에 어두웠기 때문에 지금의 중동
지방에 위치했던 앗수르나 바벨론은 '원방' 혹은 '땅끝'에 있는 나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혹자는 여기서의 '한 민족'을 후에 일어난 '로마'로 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뒤이어 나오는 '독수리'는 로마군의 군장(軍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Pulpit Commentary). 그러나 이를 꼭 앗수르(사 5:26)나 바벨론(렘 28:14;49:22;겔
17:7), 아니면 로마와 같이 특정한 한 나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는 이
스라엘이 하나님께 패역할 때마다 그들을 괴롭히도록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모든 열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Keil).
ㅇ독수리의 날음 같이 너를 치러 -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 자고(自高)할 때, 강력
한 이방 군대가 마치 독수리처럼 '매우 신속하고도 빠르게' 그들을 멸망시키러 올 것
이라는 뜻이다.
ㅇ그 언어를 알지 못하는 민족 - 실제로 히브리어는 서셈어군에서 기원하였으며, 알
파벳으로 구성된 방언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앗수르어나 바벨론어는 동셈어군에서 유
래하였으며, 음절로 이루어진 방언이다. 따라서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Vol. I.
p. 59, 구약의 언어).
50 그 용모가 흉악한 민족이라 노인을 돌아보지 아니하며 유치를 긍휼히 여기지
아니하며
ㅇ용모가 흉악한 민족 - 여기서 '용모가 흉악하다'는 것은 외형적 모습을 묘사한 말
이 아니라, 노약자나 어린아이도 무자비하게 해칠 정도로 '성질이 매우 거칠고 포악한
것'(잠 21:29)을 가리킨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로 대하 36:17-21에 잘 나타나 있다.
51 네 육축의 새끼와 네 토지의 소산을 먹어서 필경은 너를 멸망시키며 또 곡식이나
포도주나 기름이나 소의 새끼나 양의 새끼를 너를 위하여 남기지 아니하고 필경은
너를 멸절시키리라
ㅇ곡식이나 포도주나 기름 - 이는 가나안의 3대 소산물이자(7:13) 생필품으로서 잠
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대적이 침입하여 이를 모두 거두어 간다면
당장의 생계가 치명적으로 위협당하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33절).
52 그들이 전국에서 네 모든 성읍을 에워싸고 네가 의뢰하는바 높고 견고한 성벽을
다 헐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의 모든 성읍에서 너를 에워싸리니
ㅇ네가 의뢰하는...성벽을 다 헐며 - 이 예언은 B.C. 586년 남 유다 왕국의 예루살
렘 성읍이 바벨론에 의해 포위된 상태에 있다가 결국에는 함락되고 만 역사적 사실(왕
하 24:20-25:12;대하 36:13-21)로 성취되었다(25절). 실제로 당시유다 왕국은 하나
님보다도 자신들의 견고한 성읍과 높은 성벽을 더 의지하고 이로써 충분히 적의 침입
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었다(사 25:12;렘 50:15).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들
이 의지하는 모든 것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바벨론의 포로가 되게 하셨던 것이다.
53 네가 대적에게 에워싸이고 맹렬히 쳐서 곤란케 함을 당하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자녀 곧 네 몸의 소생의 고기를 먹을 것이라
ㅇ네 몸의 소생의 고기를 먹을 것이라 - 이러한 예언은 엘리사 선지자가 활약했던 시
기에도 부분적으로 성취되었다. 즉 여호람(B.C. 852-841) 치하의 북 이스라엘 왕국은
한때 아람군대의 침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수도 사마리아가 한동안 포위되
었었는데, 성 안의 사람들이 양식이 다 떨어져 굶어 죽게 되자 자녀를 삶아 먹
은 일이 발생했었다(왕하 6:24-33). 그러나 이 예언이 보다 구체적으로 성취된 때는
선지자 예레미야 당시 남 유다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의해 함락될 때이
다. 이때는 칼에 죽은 자가 주려 죽은 자보다 오히려 나았을 정도였기에, 부모가 자
녀를 삶아 먹는 일이 허다했었다(애 2:20;4:9, 10).
54 너희 중에 유순하고 연약한 남자라도 그 형제와 그 품의 아내와 그 남은 자녀를
질시하여
55 자기의 먹는 그 자녀의 고기를 그 중 누구에게든지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네
대적이 네 모든 성읍을 에워싸고 맹렬히 너를 쳐서 곤란케 하므로 아무것도 그에게
남음이 없는 연고일 것이며
ㅇ유순하고 연약한 남자라도...질시하여 - '질시하여'(테라)란 말은 '악한
눈으로 보다' 또는 '~에 대하여 악한 눈을 가지다'란 의미이다. 곧 이는 자녀를 더
이상 자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먹을 고기 덩어리로만 보는 극악한 마음의 상
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가족끼리도 서로 자녀의 고기를 혼자만 먹겠다고 질시
하리라는 것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얼마만큼 야만적이며 야수화(野獸化)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 준다. 아울러 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죄의 대가가 얼마나 처참
한 것인지를 생생히 증거해 준다.
56 또 너희 중에 유순하고 연약한 부녀 곧 유순하고 연약하여 그 발바닥으로 땅을
밟아 보지도 아니하던 자라도 그 품의 남편과 그 자녀를 질시하여
57 그 다리 사이에서 나온 태와 자기의 낳은 어린 자식을 가만히 먹으리니 이는 네
대적이 네 생명을 에워싸고 맹렬히 쳐서 곤란케 하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함이리라
ㅇ발바닥으로 땅을 밟아 보지도 아니하던 자 -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란 까
닭에 가마나 나귀 또는 기타 탈 것만을 타고 다녀 별로 신발에 흙을 묻혀 보지 아
니하던 이스라엘의 귀부인들을 가리킨다(Delitzsch, Hengstenbery, Pulpit
Commentary).
ㅇ자기의 낳은 어린 자식을 가만히 먹으리니 - 배고픔이 그 극치에 이를 경우, 평소
우아한 품위를 자랑하던 귀부인들조차도 모든 품위와 자제력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심지어 자기 태의 자녀까지 식용으로 잡아먹을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
은 식인(食人)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내팽개쳐 버린 짓일 뿐 아니라, 그 어떠한 이
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불신앙적 행위이다. 즉 이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주권적
통치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멸망할 짐승 같은 짓이다(시 49:20).
58 네가 만일 이 책에 기록한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라 하는 영화롭고 두려운 이름을 경외하지 아니하면
ㅇ이 책 - 비단 본서인 신명기만을 가리킨다고 볼 필요는 없다. 모세는 십계명
(5:6-21;출 20:1-7)을 비롯하여 언약서(출 20:22-23:33), 성결 법전(레 11-26 장), 제
사 법전(레 1-10 장) 등도 기록하였었다. 따라서 이는 모세가 백성들에게 전해준 '토
라'(Torah, 모세오경) 전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Keil, Pulpit
Commentary).
ㅇ율법 - 이에 해당하는 원어는 바로 '모세 오경'을 지칭하는 '토라'이
다. 그런데 이 말은 광의적으로는 '구약 성경 전체'를, 협의적으로는 '십계명'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여러 법적 조문 및 교훈을 의미한다.
ㅇ여호와라 하는 영화롭고 두려운 이름 - '여호와'란 이름에 대해서는 출3:15;6:2
주석을 참조하라.
59 여호와께서 너의 재앙과 네 자손의 재앙을 극렬하게 하시리니 그 재앙이 크고
오래고 그 질병이 중하고 오랠 것이라
ㅇ극렬하게 하시리니 - '극렬하다'에 해당하는 '팔라'는 '크다', '구별하다', '경
이롭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는 하나님께서 그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크고 두려운 재앙을 내리실 것이란 말임을 알 수 있다.
60 여호와께서 네가 두려워하던 애굽의 모든 질병을 네게로 가져다가 네 몸에
들어붓게 하실 것이며
ㅇ애굽의 모든 질병 - 혹자는 모세가 바로 앞에서 행하였던 열 가지 재앙(출
7:14-12:30) 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Pulpit Commentary). 그러나 지금까지
의 문맥으로 보아 이는 하나님께서 타락한 자기 백성을 징계하기 위하여 사용하시는
징계의 모든 수단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봄이 더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는 애굽에 발
하였던 것과 같은 재앙 뿐아니라, 지금까지 언급된 것과 같은 각종 질병(22, 27, 28
절)도 포함될 수 있다.
61 또 이 율법책에 기록지 아니한 모든 질병과 모든 재앙을 너의 멸망하기까지
여호와께서 네게 내리실 것이니
ㅇ율법책에 기록지 아니한 모든 질병 - 하나님께서 하시고자만 하신다면 인간이 지금
까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질병으로 타락한 백성을 징계하실 수 있다는 말이
다. 실로 인간이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져 패역 무도한 죄악을 쌓으면 쌓을수록 온갖 극
악한 종류의 질병은 더욱더 창궐하여 마침내는 인간을 멸망의 길로 내몰 것이다.
62 너희가 하늘의 별 같이 많았을지라도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치
아니하므로 남는 자가 얼마되지 못할 것이라
ㅇ별같이 많았을지라도...남는 자가 얼마 - 일찍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았
던 약속, 곧 "하늘을 우러러 뭇 별을 셀 수 있나 보라...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창
15:5)는 축복의 말씀과는 대조되는 구절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
나님의 축복의 약속대로 번창했다. 즉 출애굽하여 가나안으로 진군하기 시작하던 당시
이스라엘의 수효는 장정만 60만 가량이었다(출 12:37). 그러나 정작 그들이 가나안에
정착한 후 하나님께 불순종하므로 말미암아 바벨론에 모두 포로로 잡혀 갔을때(B.C.
586년), 본토에 남은 자는 불과 2만명 안팎이었다고 한다(W. F. Albright). 또한 더
훗날 유대 민족이 로마에 의해 망하게 되었을 때(A.D. 70년)에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은 자외에 무참히 살륙당한 자만도 200만 명에 달했었다고 한다(Josephus). 결국 이
상과 같은 사실은 본문의 하나님의 예고가 얼마나 정확하게 성취되었는지를 단적으로
증거해 준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께서 경고를 발하실 때 즉시 깨닫고 죄악의 길에
서 돌이켜야 할 것이다.
63 이왕에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선을 행하시고 너희로 번성케 하시기를 기뻐하시던
것 같이 이제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망하게 하시며 멸하시기를 기뻐하시리니 너희가
들어가 얻는 땅에서 뽑힐 것이요
ㅇ이제는 여호와께서...멸하시기를 기뻐하시리니 -이는 하나님의 공의(公義)의 속성
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악인조차도 그 죄악 중에서 멸
망당하는 것을 결코 기뻐하시지 않는 분이기 때문이다(겔 18:23;33:11;벧후 3:9). 따
라서 그러한 하나님께서 하물며 열국 중에서 고르고 뽑아 자신의 자녀로 삼은 이스라
엘이 그 죄악중에서 멸망당하는 것을 결코 기뻐하실 리 만무(萬無)했다. 결국 본절은
끝내 회개하지 않으려는 자에게는 엄한 징계의 채찍을 가해서라도 마침내 회개시키기
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간절하고도 애타는 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여
야 한다.
64 여호와께서 너를 땅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만민 중에 흩으시리니 네가 그곳에서
너와 네 열조의 알지 못하던 목석 우상을 섬길 것이라
ㅇ만민 중에 흩으시리니 - 이 예언은 A.D. 70년 로마에 의해 유대 민족이 멸망당하므
로 말미암아 완전히 성취되었다. 25절 주석 참조.
ㅇ목석 우상 - 앗수르인과 바벨론인들 등이 섬기던 이방 각종 이교 우상들을 가리킨
다. 36절 주석 참조.
65 그 열국 중에서 네가 평안함을 얻지 못하며 네 발바닥을 쉴 곳도 얻지 못하고
오직 여호와께서 거기서 너의 마음으로 떨고 눈으로 쇠하고 정신으로 산란케
하시리니
ㅇ네 발바닥을 쉴 곳도...정신으로 산란케 하시리니 - 영원한 안식처 되시는 하나님
을 떠난 자는 외적인 평안 뿐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평안조차 누릴 수 없음을 강조하
는 말이다. 실제로 그들은 바람에 혼들리는 잎사귀 소리에도 놀라 도망하고 마는 병약
한 자들이 될 뿐이었다(레 26:36, 37).
66 네 생명이 의심나는 곳에 달린 것 같아서 주야로 두려워하며 네 생명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
ㅇ네 생명이 의심나는 곳에 달린 것 같아서 - 마치 천길 낭떠러지를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목숨처럼 '네 생명을 잠시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Lange,
Keil). 이는 생명의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을 떠난 범죄자들이 자기 목숨에 대하여 얼
마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를 잘 시사해 준다(Luther).
ㅇ확신할 수 - '확신하다'에 해당하는 '아만'은 '견고케 하다'(대상
17:23)란 뜻과 더불어 '양육하다'는 뜻도 지닌다. 따라서 이는 자기 생명을 보존할 뿐
아니라, 생명의 참된 의미를 고양시켜 나가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7 네 마음의 두려움과 눈의 보는 것으로 인하여 아침에는 이르기를 아하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 것이요 저녁에는 이르기를 아하 아침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리라
ㅇ아하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 극도의 고통과 괴로움으로 인해 오직 시간 흐르기
만을 고대하는 처참한 생(生)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말이다(욥 7:3, 4). 이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순종의 생활이 그 어디서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운 천국 생활이라면, 하나님을 떠난 불순종의 생활은 본질적으로 매 순간 매
상황이 지겹도록 긴 지옥 생활임을 잘 시사해 준다.
68 여호와께서 너를 배에 실으시고 전에 네게 고하여 이르시기를 네가 다시는 그
길을 보지 아니하리라 하시던 그 길로 너를 애굽으로 끌어가실 것이라 거기서
너희가 너희 몸을 대적에게 노비로 팔려하나 너희를 살 자가 없으리라
ㅇ배에 실으시고...그 길로 - 이스라엘의 출애굽 여정은 시내 반도 남부를 거쳐 가나
안에 도달하는 육로(陸路)로 이루어졌었다(민 33:1-49 주석 도표 참조). 따라서 이스
라엘이 배에 실려 그같은 육로를 되밟게 되리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이는
배를 이용하는 해상(海上) 교통이 육로 교통보다 빠른 점에 빗댄 말로서 '급속히 되끌
려 가리라'는 뜻인 듯하다. 또한 당시 해상을 이용한 노예 무역에 비추어볼 때 이는
'노예 상태로 되돌아가리라'는 뜻인 듯도 하다(Keil, Hengstenbery).
ㅇ너를 애굽으로 끌어가실 것이라 - 출애굽의 은혜를 망각하고 시내 산 언약(출
19:5-8)을 파기한 이스라엘은 더이상 자유민으로서 하나님의 신정 통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었다. 따라서 본절은 하나님이 다시금 그들을 애굽의 비참했던 노예 상태로
되돌리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실로 "출애굽이 이스라엘 민족의 탄생을 의미한다면 입
(入)애굽은 이스라엘 민족의 죽음을 의미한다"(Schultz).
ㅇ노비로 팔려 하나 너희를 살 자가 없으리라 - 이스라엘이 불순종으로 인해 하나님
의 저주를 받는다면, 그들은 더이상 쓸데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고 말 것이라는
풍자적 표현이다.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지켜 행할때 '보배로운 백성'이 되리
라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26:18). 한편 실제 역사는 본절의 성취를 생생히 보여
준다. 즉 불순종한 이스라엘 백성은 앗수르의 살만에셀에 의해(왕하 17:3-6), 바벨론
의 느부갓네살에 의해(왕하 25:1-21), 그리고 로마의 디도(Titus) 및 하드리안
(Hadrian)에 의해 수없이 노예로 잡혀갔으며 또한 노예로 매매되었다(Jerome,
Philo, Josephus). 심지어 히틀러 당시에는 가스실의 연기로 사라지기도 했다.
출처 : 춘천 대우인력 김진규
글쓴이 : 대우인력 김진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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