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출애굽기 4> “바다에서의 구원”
출애굽 사건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들을 추격하는 애굽의 군사들의 손에서 안전하게 벗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다를 갈라지게 하셔서 그들을 구원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역사였다.
출애굽기 14장 21절을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그에게 명령하신 대로 모세는 바다 위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동풍이 바닷물을 밀어내어 바다가 마른 땅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21절의 내용이 우리에게 의미가 깊은 것은 이것이 그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위기의 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다 속에 땅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바다 속의 땅을 이용하여 바다를 건넌다는 생각은 바닷물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즉, 창조주 하나님 한 분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뒤쫓아 오는 애굽의 군사들과 앞에는 바다라는 죽음의 상황 속에서 그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배를 주셔서 살 길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의 바다를 창조주 하나님의 뜻대로 조절하여 삶의 육지로 만드신 것이다.
이제 이렇게 기적과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 하나님은 그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도록 이스라엘 백성들을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22절에는 바다 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육지를 이스라엘이 직접 밟고 지나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기적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셨지만 그 땅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직접 두발로 딛고 건너가도록 하셨다. 하나님의 구원사건 한 가운데를 그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신 것이다.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이 바다에서의 구원 사건을 가장 생생한 기억으로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해 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23절에 의하면 바로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을 추격하던 애굽 군사들은 앞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른 땅이 드러난 곳으로 들어온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걸어가고 애굽 군사들은 말과 병거를 타고 뒤따라간다면, 곧 이스라엘 사람들이 따라 잡히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여호와께서는 애굽 군사들이 이스라엘을 따라잡도록 내버려두시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24절과 25절 전반부의 성서본문은 이를 잘 기록하고 있다.
“그 군대를 어지럽게 하시며 그 병거 바퀴를 벗겨서 달리기에 극난하게 하시니” 하나님은 불 구름 기둥 가운데서 애굽 군대를 보시고 이러한 일을 행하셨다는 것이다. “어지럽게 하다”는 동사는 정신을 산만케 하는 소리를 내어 혼란을 야기 시키는 행동을 말한다. 애굽 군대를 ‘어지럽게’하신 것은 애굽 군사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신 것이고, 바퀴를 벗기신 것은 물리적으로 병거가 달릴 수 없도록 하신 것이다. 정신과 물질 모두를 주장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주시고 있다. 이러한 일을 체험한 애굽 사람들은 다음의 고백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호와가 그들을 위하여 싸워 애굽 사람들을 치는도다”(25절).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애굽 사람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알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 같은 고백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된다.
상식을 벗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라고 성서는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는다. 하나님께서 다방면으로 애굽 군사들에게 어려움을 주셨고 그 때문에 그들은 우수한 장비를 가지고도 이스라엘을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라고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바다를 갈라지게 하시는 것만이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라, 애굽 군사들에게 어려움을 주시는 것까지도 하나님의 역사인 것이다. 바다에서의 구원은 이렇게 철저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해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출애굽 사건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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